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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제임스 다이슨

디자인은 기술을 위해 존재한다

英 전자업체 다이슨의 경영철학… 애플과 다른 길 걸어 성공
날개 없는 선풍기·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개발자가 직접 디자인해 혁신적 제품 쏟아내


영국의 혁신적 산업디자이너이자 발명가인 제임스 다이슨은 날개없는 선풍기 에어 멀티플라이어를 개발했다. 

"오랜만에 물건다운 물건을 구했습니다. 너무 좋습니다."올해 4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트위터에 올린 글과 사진이 화제가 됐다. 바로 날개 없는 선풍기다. 날개가 없는데도 시원한 바람을 내뿜는 이 선풍기는 영국 전자업체 다이슨의 혁신 제품 '에어 멀티플라이어'다.

이 제품은 커다란 고리 모양의 밑에 달린 모터가 회전하며 외부 공기를 빨아들여 고리를 향해 시속 88㎞ 속도로 내보낸다. 고리를 따라 회전하는 공기는 방향이 앞쪽으로 바뀌며 시원한 바람으로 변신한다.

이 제품의 장점은 무엇보다 안전이다. 날개가 없어 손을 다칠 염려가 없고 심지어 머리를 고리에 집어 넣어도 된다. 덕분에 이 제품은 트위터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다이슨이란 회사 또한 덩달아 관심을 끌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방한하는 다이슨 관계자들은 이 제품의 국내 출시를 논의한 뒤 올해 가을 이후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영국판 스티브 잡스' 제임스 다이슨

다이슨은 영국의 애플로 통한다. 그만큼 혁신적인 제품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애플을 닮았지만 애플과 정반대의 모습도 갖고 있다. 영국의 스티브 잡스라고 할 수 있는 다이슨의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의 독특한 경영 철학 때문이다.

1947년생인 다이슨은 영국 왕립미술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다. 워낙 독창성이 뛰어났던 그는 대학 시절 군용상륙정 설계를 했으며 공 모양의 바퀴에 물을 채워 안정성을 높인 외바퀴 손수레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가 본격적인 발명가가 된 것은 1979년. 당시 세계 1위 제품이었던 미국 후버 진공 청소기를 구입한 것이 계기였다. 흡입구가 자주 막히고 먼지봉투를 계속 바꿔주는 것에 불편을 느낀 그는 아예 먼지봉투가 필요 없고 흡입구가 막히지 않는 청소기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하고 5년 동안 미술교사인 부인의 월급에 의존해 진공 청소기 개발에 매달렸다.

다이슨은 제재소에서 원심력으로 나무조각을 분리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강력한 원심력으로 공기와 먼지를 분리하는 루트 사이클론 방식의 진공 청소기를 개발했다. 그는 0.5㎛의 미세 먼지까지 걸러내기 위해 무려 5,000개 이상의 시제품을 만들 정도로 제품의 완벽성에 집착했다.

그러나 다이슨의 성공은 곧 불행으로 이어졌다. 먼지봉투 교체로 돈을 버는 청소기 업체들이 판매를 꺼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모방 제품까지 등장해 파산 위기까지 몰렸다. 그때부터 다이슨은 수 년간 재판을 벌여 특허권을 보호받았고 93년 지금의 다이슨사를 설립했다.

회사 설립 이후 다이슨의 진공 청소기는 강력한 흡입력과 먼지봉투 없이 플라스틱 통에 모인 먼지를 털어버리면 되는 편리함 때문에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크게 성공했다. 그러나 회사와 발명가인 다이슨이 얼마를 벌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회사를 상장하지도 않고 실적도 일체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혁신 제품 개발에 몰두하기 위해서다.

다이슨은 다수의 가정용 청소기와 휴대용 진공 청소기 등 여러 제품을 선보였다. 그의 제품들은 수명이 반영구적인 강력한 디지털 모터 덕분에 튼튼하고 흡입력이 좋기로 유명하다. 올해 국내에 소개된 휴대용 진공청소기 DC31에 장착된 초소형 디지털 모터는 F1 경주용 자동차 엔진보다 5배나 빠른 1분에 10만4,000번을 회전한다.

회사에 디자이너가 없다

예쁘기보다 로봇을 연상시키는 제품 디자인에도 다이슨의 독특한 철학이 숨어 있다. 다이슨사에는 디자이너가 한 명도 없다. 모두 개발자들이 직접 디자인한다. "보기 좋은 디자인보다 기술 구현에 방해가 되지 않는 디자인을 하라"는 것이 다이슨의 생각이다. 그래서 400명의 개발자들이 비공개인 사내 디자인 교육을 받고 제품에 맞는 디자인을 직접 한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과 디자인을 결합한 RDD 부문을 만들었고, 매출의 20%를 RDD에 투자한다.

그 결과 날개없는 선풍기를 비롯해 제트 기류로 10초 만에 손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는 '에어 블레이드', 세계 최초로 2개의 드럼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며 쥐어짜듯 빨래하는 세탁기 CR1 등을 속속 개발해냈다. 덕분에 2007년 영국 왕실에서 기사 작위를 받았다. 그는 지금도 제품을 직접 개발한다.

"제품이 제대로 작동할 때만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다이슨은 기술 개발 없이 마케팅 활동만 치중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본다. 그래서 공학과 제조업의 육성을 강조한다. 그는 "현대의 제조업은 단순 조립이 아닌 지적 재산권을 창출하는 과정"이라며 "이를 통해 경기 침체를 벗어날 수 있으며 금융과 서비스 부문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 입력시간 : 2010/06/23


다이슨과 그의 제품들

왕립미술학교서 산업디자인 전공
27세때 몰기 쉬운 일륜 수레 개발

영국 왕립미술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제임스 다이슨은 20대 때부터 독창적 디자이너로 이름을 날렸다. 대학 졸업 전부터 군용 상륙정 설계에 참여했으며, 27세에는 몰기 쉬운 일륜 수레 ‘볼베로’를 개발했다.
 
◇볼베로 일륜 수레

현재의 그를 만들어준 진공청소기 개발에 나선 건 1979년 당시 세계 1위 제품이었던 미국 후버 청소기를 구입하고 나서였다. 새 청소기인데도 흡입구가 금세 먼지로 막혔고 자꾸 새 먼지봉투를 사서 교체해줘야만 했다. 이는 당시 모든 진공청소기가 공통적으로 가진 문제점. ‘먼지봉투가 필요없고 흡입력이 변함없는 진공청소기를 만들자’고 마음 먹은 다이슨은 이후 5년간 미술교사였던 부인 월급에 의존하며 개발에 몰두했다.

그 결과, 목재가공소에서 작업 중 발생하는 나무부스러기를 원심력을 이용해 분리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루트 사이클론’ 방식의 진공청소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다이슨의 전매특허가 된 이 기술방식은 강력한 원심력을 이용해 공기와 먼지를 분리하는 기술로, 0.5㎛ 크기의 박테리아와 같은 미세먼지까지 걸러낸다. 이를 위해 다이슨은 무려 ‘5127’개의 시제품을 만들어가며 완벽을 기했다.

하지만, 혁신적인 진공청소기 개발이 곧장 성공으로 이어진 건 아니었다. 블랙&데커, 일렉트로룩스 등 기존 가전업체들은 모두 그의 진공청소기 생산·판매를 거부했다. 먼지봉투 판매 자체가 큰 돈이 되는 상황에서 이를 해치는 제품생산을 꺼린 것. 게다가 나중에는 암웨이와 후버가 그의 아이디어를 모방한 제품을 출시, 큰 타격을 입혔고 제품개발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다이슨은 파산 일보 직전까지 갔다.

결국 다이슨은 수년간 지루한 송사 끝에 그의 특허권을 보호받게 됐으며, 1993년 설립된 다이슨사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최고의 매출과 인지도를 가진 가전업체가 됐다. 2007년 매출액은 6억1100만파운드, 영업이익은 8900만파운드에 달한다.

주력품목은 진공청소기와 핸드드라이어, 날개 없는 선풍기이다. 국내에 소개된 가장 최신품은 휴대형 진공청소기 DC31인데, 포뮬러원(F1) 경주용차 엔진보다 5배나 빠른 1분에 10만4000번 회전하는 초소형 디지털 모터를 자랑한다.

또 아직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발표되자마자 선풍적 인기를 끈 날개 없는 선풍기는 원통형 받침대에 둥근 고리가 달린 독특한 모양으로, 다이슨의 독창성을 잘 보여준다. 받침대 속 모터가 회전하면서 공기를 1초에 20ℓ씩 빨아들이고 그 공기가 고리 중간 틈으로 빠져나오면서 기압차를 이용,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며 원래 흡입된 공기보다 15배나 많은 바람이 시속 89㎞로 고리를 통해 쏟아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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