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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한강 나들목 디자인’ 세계인 앞에 선다

독일 베를린 건축전에 초대

◀로컬디자인(대표 신혜원)이 설계한 신반포 나들목. 서울 한강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로컬디자인 제공]

예전에는 어두컴컴한 지하 굴다리에 불과했다. 지금은 한강으로 산책이나 나들이 가는 시민들의 기분을 한껏 고양해주는 시설로 손꼽힌다. 한강공원과 인근의 동네, 도로를 이어주는 나들목 얘기다.

국내 젊은 건축가들이 참여해 눈길을 모았던 한강 나들목 프로젝트가 해외 건축인의 주목을 받게 됐다. 9일부터 10월 21일까지 독일 베를린 에데스 갤러리(www.aedes-arc.de)에서 열리는 전시에 초대받았다. 에데스 갤러리는 건축 전문 갤러리로는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곳이다. 지난 5월부터 7월 7일까지 고(故) 김수근(1931~86)을 조명하는 ‘김수근, 응축된 모더니티’ 전시도 이곳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물’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건축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자리다. 중국·태국·싱가포르·인도·호주 건축가들의 프로젝트가 선보이는데, 북한 건축가도 참여할 예정이다. 평양 백두산 건축대학의 리일호 교수는 북한의 ‘그린 하우징’, 즉 빗물을 저장했다가 정화시켜 쓰는 친환경 아파트를 주제로 한 작품을 소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 나들목 프로젝트는 2007년 한강사업본부에서 디자인을 젊은 건축가에게 의뢰하면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사례다. 당시 “나들목 25곳의 단장을 두 달 만에 마쳐달라”는 의뢰를 받았던 건축가 신혜원씨(로컬디자인 대표)가 “현장 조사를 해보니 비가 오면 침수되는 나들목부터 차수벽이 있는 곳, 수문이 있는 곳, 차도와 보도가 같이 있는 곳 등 특성이 다르다. 여러 건축가를 참여시켜 함께 진행하겠다”고 제안하며 프로젝트가 확대됐다.

이 프로젝트에는 로컬디자인을 비롯, 아뜰리에 리옹 서울(이소진·한상욱 대표), 제공건축(윤웅원· 김정주 대표), 시스템랩(김찬중·홍택 대표)등 네 팀이 참여했다. 나들목 사업은 시민들의 호응을 받으며 처음 25곳에서 30곳(리모델링·신설 포함)으로 늘어났다. 독일 전시에 참여하는 작품은 신설 터널위주로 신반포 나들목(로컬디자인), 마포종점 나들목(아뜰리에 리옹 서울), 구암 나들목(제공건축)이다. 신혜원씨는 “건축가와 엔지니어가 어떻게 협업하느냐에 따라 시민들이 피부로 경험하는 공공 공간의 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1.09.06 03:00 / 수정 2011.09.06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