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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행사

[팝업] 패션 디자이너와 미술가 15쌍, 두 달간 머리 맞대고 무얼 만들었을까

디자이너는 실험적 의상을 설치미술처럼 전시했고, 아티스트는 새로운 오브제를 런웨이에 올렸다. 서울 태평로 플라토(옛 로댕갤러리)에서 열리는 ‘Fashion into Art’전에서는 미술과 패션의 ‘예술적 만남’을 엿볼 수 있다.

 미술가와 패션 디자이너가 한 명씩 짝을 이뤄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내놓았다. 미술 쪽에서는 김기라, 노상균, 배준성, 이용백, 이이남, 지용호 등 회화·조각·설치·영상 분야 작가 15명이 망라됐다. 이들은 각각 디자이너 손정완, 지춘희, 정구호, 한혜자, 설윤형, 진태옥 등 30대부터 70대까지 유명 디자이너 15팀과 짝을 이뤄 2달여간 공동 작업을 하며 서로 영감을 나눴다.

 예컨대 폐타이어로 돌연변이 괴물을 만들던 지용호는 이번엔 오랜 고목 느낌의 좌대를 만들었고, 원로 디자이너 진태옥은 그 위에 거친 질감의 검은 옷을 입은 마네킹을 세웠다. 이 기념비같은 작품은 플라토에 영구 상설 전시돼 있는 로댕의 ‘지옥의 문’ 옆에서 더욱 존재감을 발한다.

수백 개의 연필이 모여 있는 다채로운 회화로 이름난 홍경택은 디자이너 루비나의 작업실 벽면에 걸린 수십개의 재봉실 실패를 이용한 대형 설치를 했고, 루비나는 이 실타래에서 나온 실들로 드레스를 짰다.(사진) 전시는 이처럼 각각 다른 세계에 속해 있던 ‘옷’과 ‘미술’이 함께 손잡고 ‘재료와의 싸움’ ‘재료의 재해석’이라는 과정을 거쳐 창조됐다. 서로 다른 것들이 예술이라는 공통된 목표로 나아갈 때 벌어지는 화학작용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보그 코리아’ 창간 15주년 기념전이다. 8월 13일까지. 성인 3000원. 02-510-4360.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1.07.28 00:23 / 수정 2011.07.28 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