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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아날로그의 추억' 입는 첨단 기기들

필름 카메라 디자인의 디카, 브라운관 모양 디지털TV 등
IT 신제품 '레트로 열풍'
     

최신 기능에 복고풍으로 디자인된 디지털 기기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왼쪽부터 후지필름'파인픽스 X100' , LG전자 14인치 TV' 14SR1' , 라소닉 i-931, 지피에이치 휴대형 게임기'카누' . 
  
# 직장인 이모씨는 이번 여름 휴가 때 사용할 디지털 카메라를 사기 위해 지난 주말 서울 용산전자상가를 찾았다. 하지만 정작 그의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은 최신 기능의 디지털 일안반사식(DLSR) 카메라도, 한 눈에 쏙 들어오는 슬림형 카메라도 아닌 1970년대 복고풍 스타일의 묵직한 제품. 그는 "기능 보다는 아날로그 스타일로 디자인된 점이 마음에 들어 제품 구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신 디지털 성능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입힌, 이른바 레트로(retro)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내부는 그야말로 각종 최첨단 기술로 채워져 있지만, 외관상 친숙한 아날로그식 디자인을 채용한 게 이들 IT 제품의 특징. 사회ㆍ문화적으로 불고 있는 '세시봉'열풍과 맞물린 레트로 제품의 인기는 숨가쁠 정도로 급속히 이뤄지는 기술 발달 및 복잡한 기기들에 대한 반작용과 함께, 지나가 버린 것들에 대한 향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카메라와 TV는 물론 오디오 및 휴대형 게임기까지 아날로그스타일로 디자인된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후지필름의 파인픽스 X100가 대표적이다. 1970년대 유행하던 전통 필름 카메라 스타일로 디자인된 이 제품은 외형의 경우 금속 재질의 다이얼과 고급 천연 가죽 느낌의 그립감을 충분히 살렸다. 전원과 셔터스피드, 노출 보정 등을 아날로그 금속 다이얼로 조작 가능하게 한 것도 눈에 띈다. 클래식한 겉모습과 달리, 내부는 최첨단 디지털 기술이 집약돼 있다. 고화질(HD) 동영상 촬영과 함께 초당 5프레임의 초고속 연사가 가능하다. 카메라 센서가 빛에 반응하는 민감도 수치인 ISO를 최대 1만2800까지 지원, 어두운 곳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선명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

LG전자가 14인치 브라운관(CRT) 디자인으로 내놓은 14SR1 모델도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하다. 흑백TV 시절, 채널을 직접 돌려야 했던 로터리 타입으로 화면 전면부가 설계됐다. 컬러와 흑백, 세피아 모드로 영상 재생이 가능해 흑백 TV 당시 감성을 느낄 수 있게 제작됐다. 비록 일반화질(SD급) 해상도와 두꺼운 CRT 형식이지만 이 제품은 완전 평면으로 디지털 방송 수신이 가능하고 취침 예약과 자동 꺼짐 등 똑똑한 기능을 갖췄다. 착탈식 스탠드로 설치 장소에 따라 TV 화면 높이까지 조절할 수 있다.

라소닉의 i-931 제품은 80년대 길거리를 주름 잡았던 '붐 박스' 형태의 휴대형 오디오를 부활시켰다. I-931의 외관은 요즘 심플하고 모던한 스타일의 오디오들과는 달리, 투박한 형태의 트랜지스터 모양이다. 4개의 스피커를 통해 힘있게 뿜어져 나오는 소리는 묵직하면서도 웅장하다. 그러나 라디오와 카세트플레이어 기능이 전부였던 80년대 오디오와는 달리 이 제품은 아이팟용 스피커와 MP3와 USB 플리에이 기능은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조작 또한 리모컨으로 할 수 있다.

동작인식 게임 열풍 속에 30~50세대의 오락실 게임을 즐길 수 있게 구성된 지피에이치의 휴대형 게임기 '카누'도 레트로 기기에 속한다. 초등학교 앞에서 양손으로 아날로그 조이스틱을 신나게 흔들던 재미를 게임기 디자인에 반영해 미니 아날로그 스틱을 장착, 오락실 게임의 흥미진진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별도의 매뉴얼을 살펴볼 필요 없이 직관적이고 쉬운 방식의 오락실용 고전 게임이어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다.

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제품 기능만큼이나 디자인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며 "추억과 감성을 되살리기에 충분하면서도 쉽게 질리지 않는 복고풍 디자인이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이 같은 트렌드는 당분간 이어질 것"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입력시간 : 2011/07/25 02:3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