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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구상 교수의 車 디자인] 車시트는 과학입니다

`일하는 공간` 초점 맞춰 70년대 후반부터 인간공학 개념 도입
아우디 A8ㆍBMW 7 … 고급 승용차 뒷좌석 항공기 1등석 부럽지않아
  

자가용 승용차 운전자는 하루 평균 1.5시간, 버스 운전자는 6~8시간, 택시 운전자는 15~16시간 운전석에 앉아 있는다고 한다.

따라서 자동차 의자(시트) 기능은 차량 안락성과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 제작한다.

단순히 앉아 있기 위한 구조물이라는 개념보다는, 앉은 자세에서 `일`을 하는 구조물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자동차부품 가운데 시트는 인간공학적 요소가 매우 중요하다.

수만 개 자동차부품 중 사람이 자동차에 타고 있는 동안 가장 오랜 시간 사람 신체와 직접적으로 접촉을 하는 유일한 부품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인간공학적 관점이 시트 전체적 형태는 물론이고, 크기나 시트 자체 경도(硬度)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크게 끼쳤다.

시트를 디자인할 때는 이 같은 기능적 성격은 물론 표피 재질 질감이나 색상, 패턴, 재봉선 설정 등 패션성과 기호성도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

여기서 재봉선 설정은 단순히 패션 측면뿐 아니라 시트 생산성과 앉았을 때 느낌, 내구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디자인 요소다.

일상생활에서 차를 이용한 이동 거리가 늘어나고 교통체증 등으로 체류 시간 증가는 물론 차와 함께하는 다양한 레저 활동이 일반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시트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가정용 의자나 소파와 달리 자동차 시트를 제작할 때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움직이는 차량 내에서 장시간 사용한다는 점, 여름철 고온에도 견디는 내구성, 승객에게 편안한 자세를 제공하기 위한 각종 지지기구, 충돌 등과 같은 사고에 대비한 안전설계와 안전법규 만족, 승강성에 유리한 형상 등 많은 요구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시트는 단순히 표피재 재질이나 색감이 뛰어나다고 좋은 시트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마이바흐 차와 실내 공간

일반적으로 소파는 쾌적한 실내 공간을 구성한다는 관점에서 안락함과 푹신함을 추구한다.

소파는 따라서 `휴식` 개념을 반영해 디자인 한다. 이와 달리 운전석은 비교적 오랫동안 고정된 자세로 앉아 있는 `작업`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

운전자 신체 자세가 알맞은 위치에 지지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사실 푹신한 의자에 앉아 있으면 자세가 흐트러지기 쉽고 체중이 고르게 분포하기 어려워 피로가 빨리 찾아온다.

시트는 운전자 신체를 지지하도록 만들어져야 한다는 개념이 도입된 것은 1970년대 후반이다.

그전까지는 단순한 `의자`로 제작됐다.

패션성을 반영해 가죽을 사용하거나 강렬한 색채를 적용하기도 했지만 요즘 `운전석`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자동차 시트 종류는 형태별로 크게 버킷(bucket)형과 벤치(bench)식, 헤드 레스트(headrest)가 분리된 로 백(low back)형과 일체로 만들어진 하이 백(high back)형이 있다.

1970년대까지는 상당수 차들이 긴 모양으로 된 벤치 형태 의자를 장착했다.

앞좌석은 전반적인 형태를 기준으로 시트 등받이(seat back)에 헤드 레스트(headrest)가 붙어 있느냐 여부에 따라 헤드 레스트 분리형과 헤드 레스트 일체형으로 나뉜다. 
 

헤드 레스트 분리형 시트…시야 탁 트여 개방감 장점

분리형은 실내에 개방감을 주고 뒷좌석 탑승자에게 탁 트인 시야감을 제공하기 때문에 세단에 많이 사용한다. 또 외관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도록 만들어진다. 일체형 시트는 주로 소형차에서 사용되고, 뒷좌석 비중이 높지 않은 스포츠카와 염가인 승용밴형 차량에도 많이 장착한다. 
 
헤드 레스트 일체형 시트…소형ㆍ스포츠카에 많아

시트 등받이가 높아 실내 개방감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주행할 때 착좌감이 좋고 후방 추돌 사고 때 운전자 경추(목뼈)를 보호해준다. 경쾌하고 슬림한 이미지도 줘 패션성도 높다.

뒷좌석은 시트 쿠션 두께에 따라 안락성이 좌우된다. 스포티한 차량은 앞좌석을 중시하기 때문에 뒷좌석 거주성 비중이 작아져 쿠션 두께가 얇고 안락감은 떨어진다.

세단형 승용차는 고급 승용차로 갈수록 뒷좌석 거주성 확보와 안락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돼 쿠션 두께가 두꺼워진다. 그러나 쿠션 두께를 두껍게 할수록 안락감은 높아지는 반면 실내공간은 상대적으로 좁아지게 된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차량 성격과 용도에 따라 공간과 안락성 중 중요도가 높은 요소를 고려해 시트쿠션 두께를 결정한다.

아울러 차량 등급에 맞추어 암 레스트(arm rest), 헤드 레스트, 수납공간, 분할구조 설정 등 실용적 측면에서 기능을 설정하고 형상과 봉제선 처리는 앞좌석 이미지를 따른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벤츠 S클래스, 현대 에쿠스 등 최근 출시된 고급 승용차 뒷좌석은 항공기 1등석이 부럽지 않은 기능을 갖췄다.

`앉은 자세에서 작업`하는 개념이 반영된 앞좌석과 달리 소파처럼 `휴식` 개념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 車 1대 고급 시트 만들려면 11마리 분량 소가죽 필요

자동차 시트는 신체 접촉이 가장 많은 부위에 우선적으로 고급 재료를 사용한다. 대체로 직물이나 PVC, 천연 가죽 등을 쓴다.

천연 가죽을 사용할 경우에는 소가죽에서 부드러운 표면만을 골라서 써야 하므로 선별작업을 거쳐야 한다. 천연 가죽은 가격이 비싼 데다 봉제과정에서 표면에 흠집이 많이 생기는 특성을 지녔다.

결국 천연 가죽 시트는 기계화작업으로 대량 생산하기가 어렵고 수공업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고급 승용차에 주로 사용한다.

승용차 한 대의 의자를 모두 천연 소가죽으로 제작한다면 열한 마리 분량의 소가죽이 필요하다. 고급 승용차 대여섯 대를 만들면 웬만한 목장 하나가 초토화되는 셈이다. 최근에는 인체의 직접 접촉부위에는 천연 가죽을 쓰고,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는 옆면과 등받이 뒷면에는 천연가죽과 시각ㆍ촉각적으로 흡사한 고급 합성 가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하절기에 섭씨 80도 이상 올라가는 밀폐된 차 안에서 물리적 성질이 변하지 않고 자외선에도 손상되지 않으며 내구성도 강한 표피 재료를 쓴다. 시트 위에 덧씌우는 커버의 경우 자동차 메이커만큼의 엄격한 품질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재료로 만들어져 다양한 물리적 환경에서 쉽게 손상되는 제품들도 종종 있다. 따라서 패션이나 유행 등의 이유로 시트커버를 교체하거나 덧씌울 경우 색상이나 질감만을 따지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재료의 물리적 특성과 품질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지나치게 두꺼운 시트커버는 피해야 한다. 커버가 너무 두꺼우면 운전할 때 피로가 빨리 찾아오기 때문이다.

[구상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기사입력 2011.07.11 15:03:21 | 최종수정 2011.07.11 17: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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