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소개

[신간안내]노숙자 코트·난민촌 종이집… 더 나은 세상을 디자인하다

글리머/워렌 버거 지음·오유경 김소영 옮김/세미콜론 발행·502쪽·2만3,000원

'더 멋있게·편리하게'를 넘어
"디자인으로 阿식수난 등 해결"
사회 참여 새로운 물결 담아

#1. 노숙자용 코트. 방수천으로 코트를 만들고 안감에는 신문지를 구겨 넣는 주머니를 달았다. 신문지와 방수천 덕분에 단열 효과는 끝내준다. 아이스크림 냉동실에서 '지루하게 45분이나' 있었을 만큼.

#2. 내전으로 쑥대밭이 된 아프리카 르완다의 난민촌. 종이로 집을 지었다. 미친 짓이라고들 했는데, 살 만한 근사한 집이 싼 값에 잔뜩 생겼다.

이 사례들은 모두 디자이너의 업적이다. 디자인의 전통적 영역을 벗어난다. 상품을 더 멋있게, 편리하게 만드는 데 만족하던 디자인 분야에 2000년대 후반 들어 새로운 운동이 일어났다. 아프리카의 식수난, 남미 콜롬비아 마약 범죄, 우주선 지구호의 환경 위기 등 세상만사를 디자인으로 해결하자는 외침이 커졌다. 이제 디자이너들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디자인적 사고 방식과 문제 해결 기법을 적용해서.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디자인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캐나다 디자이너 브루스 마우)

노숙자를 위해 디자인한 '영하 15도 코트' ⓒTAXI

미국 저널리스트 워렌 버거의 <글리머>(원제 'Glimmer: How Design can Transform Your Life, and maybe Even The World'ㆍ2009)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려는 디자인과 거기에 이르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글리머(Glimmer)'란 '저 멀리서 깜박거리는 빛' 또는 '희미한 가능성'을 뜻한다. 저자는 그런 가능성에 불을 밝히고 성장과 변화를 주도하는 원동력이 바로 디자인이라고 말한다.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든 디자인 사례가 많이 나온다.

휴대용 정수기 라이프스트로는 수인성 질병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고통을 덜어 주었다. ⓒGeorgina Goodwin/Vestergaard Frandsen 

디자이너와 일반인 모두에게 유용한 책이다. 전통적 의미의 디자인 영역에 안주해 온 디자이너라면, 무엇을 팽개치고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난민촌이나 재난 지역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인류를 위한 건축'의 대표 카메론 싱클레어는 2008년 뉴욕의 국제현대가구박람회(CIFF)에서 이렇게 말했다. "샹들리에나 고가의 가구는 잊어버려라. 디자인에 생사가 걸린 아프리카나 인도 등지로 눈을 돌려라. 정말로 당신이 관심을 갖는 것에 디자인을 활용하라."

일반 독자들은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인생을 새로 디자인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이들에게 창의적인 디자인에 이르는 절차와 원칙을 10가지로 정리해 소개하며 따라 하기를 권한다. 이를 테면 바보 같은 질문 하기. 남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왜 꼭 그래야만 하느냐고 묻는 것이 출발점이다. 또 하나, 숲 속에서 길 잃기. 멋진 아이디어는 실컷 표류한 뒤에 나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험과 실패는 권장사항이다. 이러한 원칙은 개인, 기업, 사회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입력시간 : 2011/07/01 21:35:48  수정시간 : 2011/07/03 19:23:25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