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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신간안내]디자인, 세상을 움직이다

디자인이다
김준교·김희현|308쪽|커뮤니케이션북스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사과는 그저 사과였다. 낙원에 뱀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시간이 흘러 윌리엄 텔이란 궁사는 사과를 매개로 삼아 대단한 용기를 보여줬다. 그가 쏜 화살에 꽂힌 사과는 스위스 독립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시간이 좀 더 흘러 나무에서 뚝 떨어진 사과 하나가 과학을 뒤집어놨다. 뉴턴이 끌어온 중력의 법칙이 그것이다. 그리고 21세기 누군가 한 입 베어 문 사과가 다시 세상을 바꾸고 있다. `애플`이다.

`다르게 생각하라`는 것이 애플을 이끄는 CEO 스티브 잡스의 주문이다. 실제 잡스는 디자인을 통해 21세기의 아이콘이 됐다. 아이팟에서 아이패드까지 애플의 디자인에는 정체성과 일관성이 있다. 잡스가 끌어가는 이 고집스런 추구는 `애플교`를 만들 정도였다. 소비자들은 외친다. “애플은 종교죠. 잡스는 애플교의 교주입니다.” 이런 반응에 붙인 잡스의 대답은 가벼웠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보여주기 전에는 원하는 것을 모른다.”

아이디오, 애플, 삼성, 나이키, 스타벅스, 피앤지, 버진. 이들 기업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디자인으로 성공했다는 거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역시 디자인이다. 그러나 베스트 디자인, 그런 건 없다. 어제 좋았던 것이 오늘 좋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오늘 좋은 디자인이 내일에도 좋다는 보장은 없다. 방법은 하나다. 더 좋은 답을 찾아내는 것이다.

2007년 1만5000개 매장을 열어두고 최고의 상승세를 달리던 스타벅스가 휘청했다. 금융위기에다가 던킨도너츠, 세븐일레븐까지 커피시장 공략에 나서면서부터다. 일선에 물러나 있던 하워드 슐츠가 급히 복귀했다. 그는 600개 점포의 문을 닫고 매장에서 샌드위치를 서둘러 빼냈다. 매장에서 커피향과 뒤섞이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판단한 거다. 슐츠는 스타벅스가 가라앉은 것은 단순히 커피판매뿐이 아니란 걸 간파했다.

스타벅스가 끌어온 콘셉트는 `문화를 디자인한다`는 거였다. 커피를 마시는 것은 문화를 마시는 행위가 됐다. 1000년 이상 습관적으로 마시던 커피는 어느새 커피잔의 영역을 넘어선 `가치`가 됐다. 또 아이디오에선 사람·기술·사업의 3개 요인이 만나 유기적 혁신을 이루는 디자인을 강조했고, 나이키는 운동화에 날개를 단 기업이 됐다. 갖가지 세제를 만들어내는 피앤지의 디자인은 곧 문제해결의 실마리였고, 버진은 디자인으로 하늘을 누볐다. 성패는 디자인을 미래경쟁력으로 둔 그 과정에서 나왔다.

디자인을 위한 변명이다. 디자인은 정체성을 인식할 때 가능성이 열리고, 일상과 고정관념에 과감히 도전하며, 세상과 인간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낸다는 과정을 세세히 짚어 설득력을 높였다. 디자인이 세상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은 기업들에겐 절박감 그 자체다.

“디자인은 재미있는 단어다.” 잡스의 말이다. 단순히 어떻게 보이는가의 문제로 생각하면 예술이 된다. 하지만 디자인은 결국 어떻게 작동하느냐의 문제여야 한다. 제품과 소통하지 않은 디자인은 난삽한 낙서에 불과할 수 있다.

오현주 기자 euanoh@ 입력시간 :2011.07.15 13:30 | 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