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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남 베끼던 한국, 애플 제치고 '디자인 강국'으로

삼성·LG·현대차 등 기업들, 세계 디자인 공모전 휩쓸어
삼성 '디자인 사령부' 만들어, 미술·심리학·사회학·작곡 등 전공 다른 1000명 모아 시너지
현대기아차 해외디자이너 수혈… 신차마다 호평, 판매도 급증

지난 3일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IDEA(International Design Excellence Awards)'에서 국내 기업들이 상위권을 휩쓸며 '디자인 코리아'의 위력을 과시했다.

현대카드가 소상공인의 점포 디자인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드림실현 프로젝트'로 서비스 디자인 분야에서 금상을 받았고, 삼성전자는 은상 1, 동상 3, 학생부문 3개 등 총 7개의 상을 받아 올해 응모기업 중 최다 수상기업이 됐다. 이에 앞서 LG전자도 올해 독일의 디자인 공모전 iF 행사와 레드닷 행사에서 10개와 9개 부문을 각각 수상했다. 한국이 어느덧 세계 산업디자인 분야 최강국으로 부상한 것이다.

◆세계 최강 '디자인 코리아'의 힘

삼성전자는 독일의 iF 심사위원회가 매년 평가하는 세계 기업 디자인 랭킹에서도 현재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다.〈그래픽 참조〉 세계 최고의 디자인 회사로 꼽히는 미국 애플은 6위에 그쳤다.


세계를 놀라게 한 '디자인 코리아'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10층에 있는 디자인경영센터를 찾았다. 100여명의 디자이너가 근무하는 이곳은 삼성전자의 '디자인 사령부'다. 윤부근 TV담당 사장이 '총사령관'을 맡고 있다. 사업책임자가 디자인 센터장을 겸하는 것은 디자인을 최우선 과제로 챙긴다는 뜻이다.

디자이너들은 'ㅅ' 모양의 칸막이로 개인 공간을 최대화한 좌석에서 개인 작업에 몰두했다. 그 옆에는 상패 20여개가 놓였다. 김현정 선임연구원은 "상을 더 놓을 공간이 없어 대표적인 것들만 전시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iF디자인상만 30개를 받았다.

장동훈 디자인경영센터 전무는 "한마디로 집중적인 투자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전체 디자인 인력(1000명)은 필립스(500명), 소니(200명)보다 2~5배가 많다. 디자이너 전공도 미술은 물론 심리학·인지과학·사회학·작곡 등 20여개에 달한다.

디자인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는 2005년 이건희 회장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디자인 전략회의를 열어 "삼성의 (평균적인) 디자인 경쟁력은 1.5류(流)"라고 통렬하게 반성하면서 시작됐다.
 

▲ 4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서 디자이너들이 최근 국제 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한 캠코더·카메라 등을 들어 보이고 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세계적 디자이너 영입해 날개단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파워도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기아차는 2006년 9월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을 영입한 이후 '작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2009년 3월 쏘울이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았고, 2010년과 올해는 스포티지와 K5가 iF 디자인상을 받았다. K5는 요즘 전 세계적으로 월평균 1만4000대가 팔리고 있다. K5의 전신이었던 로체의 월평균 판매량은 9000대에 불과했다. 디자인의 힘이 그만큼 대단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때 낙오자였던 현대·기아차가 품질과 디자인에 힘입어 경쟁자를 따돌렸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디자인 파워가 애플 같은 강자를 확실하게 따돌렸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예를 들어 독일 iF 디자인 랭킹은 지난 3년간 수상실적을 누적점수로 환산해 등수를 매기기 때문에 애플보다 제품 라인업이 다양한 삼성전자가 유리하다.

김신 전 월간디자인 편집장(대림미술관 부관장)은 "삼성은 최근 수년간 TV를 중심으로 디자인에 자신만의 색깔을 찾았다"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일부 제품은 아직도 경쟁제품을 앞설 수 있도록 고유한 노하우를 찾아내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섭 기자 fireman@chosun.com
백승재 기자 whitesj@chosun.com

기사입력 : 2011.07.0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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