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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건축과 생활] 공공 혹은 공공 디자인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에는 대구광역시 경관 심의위원회가 열린다. 대개의 경우 공공 건축물과 공공 영역 및 그 시설물의 디자인과 도시 경관의 조화에 관한 심의지만 간혹 개인 소유의 건축물이라도 도시의 경관에 다소간의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자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 몇 달간의 주요 심의 대상은 건축물보다는 가로 조성사업이나 생태하천 조성사업과 같은 공공 디자인에 집중되고 있다. ‘공공 디자인’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건축이나 도시 관련 종사자들의 거부감도 상당하지만, 이제는 단어가 의미하는 것에 대한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서 통합적인 설명에 가장 용이한 어휘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몇 해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관련 보고서에서는 ‘공공 디자인’이란 기본적으로 소유가 공공인 모든 것, 도시 기반시설과 건축물에서부터 여권의 디자인까지 그 대상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정의한 ‘공공’의 의미는 ‘대중’과는 다르다는 데서 이것이 공익성을 근간으로 한다고 본인은 믿고 있다.

최근 심의에서 우리는 소위 ‘디자인’이라고 불리는 외면적인 것과 이 도시와의 조화에 대한 논의보다는, 과연 이 사업이 진정 혹은 왜 필요한가 하는 기본적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카페와 같은 상업공간이 이미 어느 정도 공공장소의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공공 영역과 그 시설물에 대한 계획과 실현은 대중성이 아닌 공익성을 지향해야 한다. 아울러 거시적으로는 도시의 부분으로서 전체의 흐름과 일관성의 회복에 매개가 되어야 하며, 미시적으로는 그 장소를 생활공간으로 인식하는 시민들의 삶과 인식의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명덕네거리와 영대병원네거리 사이 중앙대로 1.3㎞ 구간(대구 문화`예술 거리-생각대로<大路>) 사업의 하나로 진행하고자 하는 옹벽 디자인에 대한 심의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현재 ‘공공 디자인’ 사업에서 ‘공익성’과 ‘장소성’이 얼마나 간과되고 있는지 절감했다. 유사한 사업에서 대개 간과되는 부분은 첫째, 사업지 영역에 대한 이해가 지엽적이라는 것이다. 기반시설은 시민 전체의 의식에 영향을 주며 도시를 이해하는 기본 틀이므로 비록 일정 규모의 공간에 한정된다 하더라도 도시 전체에 대한 거시적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두 번째 문제점은, 공공 영역과 나란히 그 일대를 삶의 공간으로 느끼는 사람들과의 교감 부족이다. 일정한 누적의 과정을 담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재해석 그리고 참여의 도모는 그 장소에 대해 애착과 지속적 관심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공공 디자인의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문제점은 현재 공모 혹은 입찰을 통한 사업 방식의 한계이다.

일 년 단위 행정 예산의 집행 원칙은 충분한 논의와 이해의 과정보다는 외형적 결과 위주라는 한계를 가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단순한 시각 디자인 위주의 선정이다 보니 도시 통합적 시각과 기술적 전문성이 부족하다. 옹벽이나 하천의 디자인이 마치 포장지를 바꾸는 일처럼 표피적인 작업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되는 이유는 도시 기반시설들이 지형과 같은 자연적 요소와 함께 도로, 건물, 녹지, 설비, 사람 등과 같은 복합적 요소들의 결합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 영역에 관한 관심과 다양한 노력들은 더욱 확대될 것이고 도시, 건축 관련 종사자들의 주요 업무가 될 것이며 시민사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의 대안은 무엇일까? 우선, 공공 영역의 디자인에서 과정의 공유와, 점진적 실현 및 공간의 활용에 대한 시민 참여의 도모 방식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아울러 도시의 연결이라는 대제와 특수한 장소성에 대한 섬세한 접근 사이의 균형감을 유지해야 한다.

최근 경기도 부천시, 전라북도 진안군 그리고 경상북도 상주시는 일정 영역과 주제(시민의 강, 문화동네, 스쿨존)를 가진 공공 디자인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본설계 이전 ‘개념연구’라는 단계를 도입했다. 보여지는 결과에 대한 논의 이전에 공공 영역의 개선과 활용의 구체적 지향점과 도시 전체의 연결성 회복에 대한 개념을 먼저 정립하는 것이다. 의식과 환경의 향상을 목표로 사람들의 마음을 함께 움직이도록 만드는 이야기를 통해서, 그 장소에 누적된 기억들과 현재의 기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를 엮어가는 작업이다.

공공 디자인과 그 실현에는 아름다움과 공공의식에 대한 충분한 소통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해진다면, 사람들이 걷거나 자전거, 버스나 자동차를 타고서 바라보는 도시의 경관은 연속적이 될 것이고 현실적인 삶과도 연계될 것이며 이를 통해서, 보이지 않으나 누적된 기억과 흔적을 각자의 미래에 이어주는 매개가 될 것이다.
SPLK 건축사 사무소 대표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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