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sign Trend/패션

올여름, 거리로 뛰쳐나온 '서퍼룩'(Surfer look)

▲ 서퍼룩은 햇볕 쨍쨍 맑은 날만 입는다고? 역발상이 필요하다. 발수성이 좋은 서퍼룩에 레인부츠를 신으면 훌륭한 장마 패션으로 변신한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ho@chosun.com, 촬영협조=퀵실버, 록시, 클럽 모나코, 헌터, 닉슨 워치, 타이맥스 워치, 만다리나 덕, 스코노, 제로 알에이치 플러스, 프레디, 앵글로매니아, 시스템

이렇게 입어보세요
신축성·발수성 뛰어나 수영복 대신으로도 좋지만… 비올 때 장화와 입으면 '역발상 패션'
평상복 분위기 낼 땐 스니커즈 매치… 자전거 탈 땐 몸에 꼭 맞는 사이즈

유난히도 후텁지근하고 비가 많다는 올여름 패션의 도발이 시작된다. '더 짧게 더 섹시하게'가 아니다. 옷의 디자인보다는 기능에 초점을 둔 도발이다. 물속에서 나와 물 밖에서도 바로 다닐 수 있는 일종의 '수륙양용(水陸兩用)' 패션. 산에서 입는 등산복이 일상생활에서 즐길 수 있는 스트리트룩(street look·도시생활에서 입을 수 있는 스타일)으로 보폭을 넓힌 것처럼 해변에서 입는 옷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변신의 진원은 최근 몇 년 동안 젊은 층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서퍼룩(Surfer look). 미국 서해안의 캘리포니아 스포츠 캐주얼룩의 일종으로 파도타기(surfing)를 즐기는 이들이 입는 스타일을 말한다. '예쁜 몸'보다는 '건강한 몸'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도 여름철 활동적인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이가 늘어 실용적인 서퍼룩이 수영복을 대체하는 추세다.

서퍼룩의 필수 구성요소는 래시가드(rash guard)와 보드쇼츠(board shorts). 래시가드는 햇볕으로 인한 화상이나 발진을 막기 위해 입는 윗옷이고 보드 쇼츠는 서핑할 때 입는 바지이다. 둘 다 수영복에 비해 길고 몸에 덜 달라붙는다는 점, 형광색 프린트 티셔츠, 큼지막한 꽃무늬가 프린트된 하와이언 셔츠, 자연스럽게 물이 빠진 듯한 워시아웃 진 등 디자인이 일상복에 가깝다는 점 때문에 평상복으로 활용해도 손색없다.

◆레인 부츠에 래시가드… 빗속에서도 OK

'용도 변경'에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물 밖에서 입는다고 해서 꼭 햇볕 쨍쨍한 맑은 날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 패션 전문가들의 파격 제안은 서퍼룩에 레인 부츠를 신어보라는 것이다. 래시가드와 보드 쇼츠는 일반 수영복보다 발수성(撥水性)이 좋다. 습기가 잘 날아가니 비를 맞아도 금방 마른다는 것. 서퍼복을 장마 패션으로 소화하는 패션족들이 등장한 배경이다.

여자들은 반바지 위에 점퍼나 후드 스타일 래시가드를 입고 형광색 등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원색 장화를 신으면 경쾌해 보인다. 남자들은 서퍼복 상의가 원색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화는 검정이나 갈색 등 어두운 계열을 신는 게 좋다.

레인부츠를 모래사장에서 신을 수도 있다. 퀵실버록시코리아 이영규 이사는 "원래 호주나 미국에서 서퍼들이 물에 들어갔다가 나왔을 때 모래가 발에 묻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어그부츠나 레인부츠를 신는다"며 "서퍼룩에 부츠를 신으면 장마 패션으로도 활용할 수 있고 진정한 의미의 서퍼 룩을 완성할 수도 있다"고 했다.
 

▲ 일상복으로 서퍼룩을 활용할 땐 신발에 포인트를 주자. 보트 슈즈나 하이탑 스타일의 샌들을 신으면 안정된 느낌이 든다.

◆서퍼 옷 입고 자전거까지

자전거를 탈 때도 서퍼복이 제격이다. 래시가드에는 대부분 자외선 차단기능이 들어 있어 야외에서 자전거를 탈 때 화상 입을 위험을 줄여준다. 게다가 대개 라이크라 원단이어서 신축성이 좋고 3D 패턴으로 입체 재단을 하기 때문에 밀착력이 높아서 자전거를 탈 때 입으면 몸의 떨림을 줄일 수 있다.

보드 쇼츠를 자전거용 팬츠로 대용할 수도 있다. 딱 붙은 바이크 팬츠는 여름에 땀이 차서 더울 수 있지만 보드 쇼츠는 품이 넉넉해 통풍이 잘 된다는 장점이 있다. 단, 남자의 경우 자전거용으로 입을 땐 지나치게 큰 사이즈를 입으면 포대를 뒤집어쓴 것처럼 어벙해 보일 수 있으니 주의할 것. 허리가 고무밴드로 된 스타일보다는 끈으로 된 것이 좀 더 정돈된 느낌이 든다.

◆스니커즈·보트 슈즈… 신발로 일상복 느낌을

해변복과 일상복의 차이를 주고 싶다면 신발로 포인트를 주는 게 좋다. 스타일리스트 박만현씨는 "바다에선 서퍼복을 입고 플립플랍(발가락 사이에 끼워 신는 슬리퍼)을 신는 게 일반적인데 이것부터 깨는 게 좋다"며 "발목 위로 살짝 올라오는 하이탑 슈즈나 형광 빛이 들어 있는 러닝화를 신으면 훨씬 평상복 느낌을 살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캔버스 소재 스니커즈나 보트 슈즈도 해변보다는 도심의 느낌을 낼 수 있는 신발이다.

남녀 불문하고 상·하의 둘 다 프린트가 강하면 산만해 보일 수 있으니 둘 중 하나는 무늬 없는 단색으로 된 스타일을 입는 게 좋다. 원색으로만 조합하기보다는 무채색을 섞으면 현란한 인상을 줄일 수 있다.

김미리 기자 miri@chosun.com

기사입력 : 2011.06.30 08:58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