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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기타

<르포> 한국 디자인사관학교 ‘SADI’를 가다

-학생·교수 날선 토론…소통통한 발전 도모
-타전공·직장인 출신 30%, 개방성·다양성 추구
  
 
“루즈핏 니트를 활용한 시루스룩보다는 새틴소재를 활용한 디자인이 더 여성스러워 보이지 않았을까? 소재 선택과 매치업에 따라 이미지 역시 확 바뀌는데.”

“자연스럽게 곡선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니트가 더 작합하다고 생각하는데. 광택을 활용하는 것보다는 멋을 부린 듯 안 부린 듯한 패션이 더 감각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SADI 전경. 300명 미만의 학생들이 본관과 별관으로 구성된 캠퍼스에서 디자인 열정을 발산하고 있다.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삼성디자인학교 ‘SADI’(Samsung Art and Design Institute) 패션디자인학과 수업시간. 학생들이 디자인 기획과 관련해 열띤 논의를 진행중이다. 원색적인 비판도 서슴치 않는다. 수업을 주관하는 교수 역시 학생들의 토론에 개입해 자신의 관점을 말한다.

이에 학생 역시 지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번 고집하면서 날선 공방이 오간다. 학생들 사이의 논쟁은 그렇다 쳐도 교수와 학생이 의견대립을 하는 것은 기존 대학에서는 보기 힘든 상황이다.

학생 상호간, 학생과 교수 사이에 서로의 다른 관점을 비평하고 수용하는 ‘크리틱’이 진행되고 있는 것.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을 석권하며 한국 디자인사관학교로 떠오른 SADI의 강점은 바로 이 ‘크리틱’에서 시작된다.

◇ 상호 비평·토론…표현력·설득력 갖춘 디자이너 양성

자신의 디자인에 대해 타인과 소통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수용해 완성도를 높이는 훈련이다.

같은 시간 프로덕트디자인학과의 한 작업실. 10cm 두께는 족히 돼보이는 넓직한 스티로폼 위에 널부러진 극세사 담요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옆 진열대에는 전자레인지가 즉석밥을 데우고 있다.

SADI 학생처에서 근무하는 안상옥 과장은 “과제와 공모전 등이 많다보니 학생들이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교내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때가 많다”며 “누구도 강요하지 않지만 열정을 가진 디자이너들로 구성된 곳이 바로 SADI”라고 강조한다.

↑SADI 학생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토론식 수업을 받고 있다. SADI는 '크리틱'을 통해 학생들간의 자유로운 토론과 상호수용을 유도한다.


SADI는 패션·커뮤니케이션.프로덕트 등 3개 디자인 전공으로 구성됐다. 학생 수는 300명이 채 안된다. 3년 과정임을 감안하면 한 학년에 100명도 안되는 인원이 본관과 별관 두 개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 ‘프런코3’우승자 신주연 등 SADI 출신 국내외 디자이너 급부상

1995년 뉴욕 파슨스와 제휴를 통해 개교한 SADI는 16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신진디자이너 양성소로 자리매김했다. 독일 IF, 미국 IDEA는 물론 5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레드닷 등 3대 디자인 공모전에서 SADI 학생들은 총 73회 차례나 수상했다.

2006년 2회 수상에 그쳤지만 2009년에는 32개의 제품이 수상했다. 지난해에도 19개 디자인이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신진 패션 디자이너들이 경합을 벌이는 ‘프로젝트 런어웨이 코리아 3’의 우승자 역시 이 학교 3학년인 신주연 학생이 차지했다.

이 외에도 △스파이더맨3 타이틀을 제작한 미국 프롤로그필름스 크레이이티브 디자이너 이희복씨 △글로벌 광고대행사 오길비&매더의 영상디자이너 엽경섭씨 △뉴욕 신진브랜드 ‘레이철 로이’에서 상당수의 컬렉션 라인을 디자인한 권소연씨 등 SADI 출신들은 국내외 디자인 현장 곳곳을 누비고 있다.

◇ “타전공·경험이 디자이너 역량 키워”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다양한 구성원이다. 이제 갓 20대에 진입한 어린 소녀에서 30대를 넘어선 ‘아저씨’ 급 학생까지 연령차가 상당하다. 디자인 비전공자도 상당수다.

대기업 연구원 출신이 있는가 하면 문학을 전공한 학생도 있다. 신입생들 가운데 30% 이상은 공학·경영·인문학·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학위를 소지하고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인재들이 선발된다.

정국현 SADI 학장(부사장)은 “학생 선발은 현재 미술 실력보다는 앞으로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1학년 동안 기초를 충분히 다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학생들이 오히려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외 유명 디자인 교육기관에서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도 SADI는 충실한 가교 역할을 한다. SADI 졸업생들은 △파슨스 △카네기 멜론 대학교 △오티스 미술 디자인 학교 △CSS △영국 킹스톤 대학교 △미들섹스 대학교 등 제휴를 맺은 해외 주요 디자인 학교에 3학년 혹은 4학년 편입이 가능하다.

또한 영국 UWIC와 함께 ‘SADI MDes’ 석사과정도 운영, 미래 글로벌 디자인 전문가 양성에도 나서고 있다.

 기사입력 2011-06-26 17:00  | 기사수정 2011-06-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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