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sign Trend/시각

나이키, 일부 티셔츠 슬로건 논란

反마약단체 "마약 복용 고취" 비난 對 "일상적 용어일 뿐"

(포틀랜드<美오리건州> AP=연합뉴스) 나이키가 일부 티셔츠에 새로 도입한 선전 문구(슬로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나이키는 지난 1일 기존의 'Just Do It(그냥 해라라는 뜻)'이라는 슬로건 대신 'Dope(얼간이 또는 약물, 마리화나라는 뜻)', 'Get High(높이 뛰어라)', 'Ride Pipe(보드를 타라)' 등을 사용한 티셔츠를 출시했다. 속어로는 마약 복용을 연상할 수 있는 뜻으로도 쓰이는 말들이다.

나이키는 이런 문구가 스케이트나 스노보드, 서핑, 장애물 자전거 등 극한스포츠 마니아들이 사용하는 용어로 이들이 주요 대상 고객이라는 입장이지만 마약 복용을 조장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고 AP통신은 23일 전했다.

실제 토머스 M. 메니노 보스턴 시장은 이번 주에 보스턴 나이키 매장의 총지배인에게 편지를 보내 이런 문구를 새긴 티셔츠를 매장 진열대에서 치워달라고 요구했다.

오리건주의 반(反)마약 단체 '오리건 파트너십'은 마약정책을 담당하는 백악관 관계자를 포함한 1천500명에게 나이키의 새 슬로건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혀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오리건주 비버튼에 위치한 나이키는 최근 극한스포츠에 대한 마케팅 활동을 늘리면서 새로운 티셔츠는 불법적인 마약사용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 활동을 진작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린 돕슨 나이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스포츠는 마약에 대한 해독제"라면서 "새로운 문구는 전 세계의 스케이트나 장애물 경주용 자전거(BMX), 서핑광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1970년대부터 스케이트보드를 즐겨 탔고 현재는 캘리포니아에서 관련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마이크 허시(45)는 "우리 매장에서 문제의 나이키 티셔츠를 팔지는 않지만 그 용어 때문에 배척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면서 "항상 있었던 거리 문화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15년 동안 스케이트보드를 탄 뉴요커 폴 로라(25)는 나이키의 새 티셔츠가 "진부하다"면서 "스케이트 보더의 이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문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나이키 티셔츠의 새 슬로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미국 반마약청의 트라비스 티가르트 대표는 약물 복용으로 올림픽 메달을 빼앗긴 메리언 존스를 언급하며 "운동선수들은 약물 복용으로 인생을 망칠 수 있다"면서 "나이키가 그런 식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나이키가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나이키는 과거에도 반(反) 동성애 성향의 슬로건이나 이미지를 포함한 신발광고를 했다가 추후 이를 철회한 적이 있다.

남가주대 스포츠경영연구소의 데이비트 카터 교수는 "이런 논쟁으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어서 결국 티셔츠 판매량이 늘 수 있다"고 분석했고, 오리건대 바르샤바 스포츠 마케팅 센터의 폴 스완가드 이사는 "나이키는 항상 이런 식으로 마케팅을 잘 해 왔다"고 말했다.

hyunmin623@yna.co.kr

| 기사입력 2011-06-24 12:29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