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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영상

죠스에서 아바타까지, IT가 영화를 바꿨다

‘바밤 바밤 바바바바~ 꺄악!’

1975년 6월 20일 스크린에서 ‘죠스’가 처음 나타났을 때 관객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바다 속에서 슬금슬금 다가와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한 상어는 실물이 아니라 애니매트로닉스로 만들어진 모형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죠스는 영화와 정보기술(IT)의 만남에 분수령이 된 작품이다. 죠스에 사용된 애니매트로닉스는 기계적인 뼈대와 전자회로를 이용해 모형 캐릭터를 만든 다음 이를 무선으로 원격 조종해 움직이는 기술이다. 실물로 촬영할 수 없는 괴수나 외계인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한다.

죠스가 보여준 애니매트로닉스의 성공에 힘입어 수많은 영화들이 상상 속 생명체에 이 기술을 활용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또 다른 성공작 ‘ET’를 시작으로 ‘쥬라기 공원’에 등장한 7종의 공룡, ‘터미네이터’의 터미네이터, ‘반지의 제왕’ 속 골룸 등이 애니매트로닉스로 탄생된 대표적 생명체다.

애니매트로닉스는 영화가 활용한 IT의 서막에 불과했다. 영화의 규모가 커지고, 영화 속 다양한 시도가 더해지며 컴퓨터그래픽(CG)을 기반으로 한 특수효과 시대가 시작됐다. 오토데스크와 같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고품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PC 성능 역시 향상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CG를 사용했다.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나온 소용돌이, ‘트랜스포머’의 현란한 로봇들의 변신, ‘스파이더맨’의 실감나는 활공이 모두 CG로 연출됐다. CG 기술의 발달은 인간이나 생명체를 모사해 디지털로 똑같이 구현한 ‘디지털 액터’나 ‘디지털 크리처’까지 이르렀고, 디지털 캐릭터가 살아있는 생명체를 대신해 연기했다.

여기에 좀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연출하기 위해 ‘모션 캡처’ 기술도 등장했다. 사람의 몸에 센서를 부착해 몸의 움직임을 저장한 뒤 디지털 캐릭터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2010년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는 모션 캡처 기술의 절정을 보여준다. 결국 IT가 창의적인 상상력을 스크린에 옮긴 일등공신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작과정에서 CG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저장하는 데이터 용량이 커지면서 영화계에서도 클라우드 컴퓨팅이 주목을 받았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드림웍스는 이미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 방침을 밝혔다. 영화를 전달하는 방식도 변했다. 아날로그 필름에서 디지털 필름으로, 또 디지털 파일로 전환되며 저장 매체도 DVD와 블루레이 등으로 다양해졌다.

영화 초창기부터 기술의 중요성을 주목한 아카데미위원회는 4회 시상식인 1931년부터 해마다 사이언스&테크놀러지 부문으로 기술의 공로를 치하해왔다. 최근들어 IT영역에 대한 수상이 앞도적인 모습은 자연스러운 추세다.

영화와 IT의 만남에 초석을 다진 죠스는 연내 블루레이로도 선보일 계획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최근 미국 영화전문매체와 인터뷰에서 “정확한 일정을 말해줄 수는 없지만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대신 그 시대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디지털 작업을 통해 수정·보완하지 않고, 원래의 모습을 담겠다”고 밝혔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지면일자 201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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