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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건축과 생활] 잘∼생긴 건축물

올해 초봄에 모 연수원에서 도시디자인에 관해 3일간 연수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수준 높은 교육과 프로그램으로 좋은 연수였던 것 같다.

그런데 강사마다 도시의 디자인을 말할 때 도시의 독창성, 트렌드, 최고의 높이, 우리나라에서 최고, 전 세계에서 최초 등을 강조하며 명품도시 만들기, 창조도시 만들기 등에 매진하고 또 그러한 사례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구시만이 아니라 중구, 동구 등 각 구청마다 똑같이 명품, 최초, 최대를 따지다 보니 도시의 색깔이 색동저고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민선시대가 되고 난 이후의 현상이고 그에 부합하여 정책을 자문해주는 전문가의 발상이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다.

전문적으로 이러한 사항만을 연구하고 자문해주는 사람이 생겨나고 있는 아주 이상한 나라에 와 있는 느낌이다.

크지 않은 한반도에 모든 위정자들이 애원하는 명품도시 및 반드시 타도시보다 돋보이는 독창적인 색깔 찾기는 한편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느낌이다. 또 이러한 랜드마크적인 도시의 건축물이 들어서면 그것으로 인해 도시가 달라지고 생산이 유발되고 관광객이 많이 유치될 것이라 생각한다.

흔히 인용되는 사례로 스페인의 빌바오가 있다. 구겐하임 미술관을 만들어서 쇠락했던 빌바오가 산업도시에서 한순간 예술의 도시가 되었고, 관광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런데 빌바오는 오랜 산업도시로서 원래 부유했던 도시이며, 미술관 건립은 도시발전을 위한 종합계획의 일부였을 뿐이다. 이 미술관 앞을 흐르는 네르비온 강의 정화에만 미술관 건립 비용의 6배가 들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민과 관이 긴밀하게 협의하여 완성한 종합계획의 도시개조 작업이었고 그에 따라 명품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가오시마섬의 개조 작업도 안도 다다오라는 세계적 건축가의 체계적인 디자인과 예술에 정통한 건축주의 전폭적인 지원(5천억원 이상)과 하나의 주체가 일관성 있게 20년 동안 단계적으로 추진한 결과물로 현재 섬의 호텔이 6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숙박이 가능할 정도로 세계적 관광지가 되었다.

도시를 만들어가는 것은 짧은 기간에 과시적인 정책으로 해서는 안 된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이루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최고, 최초, 최대, 이런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잘 짓은 건축물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최고로 키가 큰 사람=키다리, 최고로 작은 사람=난쟁이, 최고로 무거운 사람=뚱보, 이런 사람들은 정상인이 아닌 기형적인 사람이다. 서커스단에서나 볼 수 있는 코미디적 발상이다. 우리가 되고 싶은 사람은 건강하고 잘생긴 사람이다. 도시의 건축물을 만들어 가는 것도 잘생긴, 멋있는 건축물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오랜시간의 준비와 정책적 뒷받침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올해 후반기부터 이우환 미술관이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세계적 건축가의 설계로 이 미술관이 가오시마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정책의 뒷받침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최고를 주장하고 과시적 성과를 위해 촉박한 일정은 또다시 기형적인 미술관을 양산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대구시의 전폭적인 지원과 충분히 넉넉한 시간의 배려로 모처럼 만에 대구의 잘생긴 멋있는 건축물이 지어질 것을 기대해 본다.

합동건축사사무소 최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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