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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개인이 책 만들어 사고 파는 시대

요즘 주변에서 '디지털' 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관련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러 제품 가운데 대표적인 물건을 꼽자면 '디지털 카메라'가 빠질 수 없는데, 필름을 쓰던 아날로그 카메라를 완전히 몰아내고 주류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비자 욕구도 다양해졌다. '후보정' 작업이 가능하므로 원하는 대로 사진을 편집해 출력하거나 인쇄 형태나 종류도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으니 말이다. 예컨대 가족 사진을 찍어 이를 편집한 후 책으로 묶어 출판하는, 이른바 '개인 맞춤형 인쇄'가 가능해진 것. 디지털 인쇄 시대가 활짝 열린 셈이다.

 

디지털 인쇄 시장은 세계적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국내도 마찬가지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디지털 인쇄 시장 규모는 전체 인쇄 시장의 10%인 약 8,500억 원 규모로 예상된다.

영국 시장조사기관인 파이라에 따르면 오는 2014년 까지 국내 아날로그 인쇄 시장은 19.6% 줄어들지만 디지털 인쇄 시장은 77.3%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 개인이 만든 책, 장터에서 사고 파는 시대 온다
디지털 인쇄가 몰고 올 수 있는 생활의 변화는 무척 다양하다. 개인 맞춤형 인쇄를 통한 앨범, 다이어리, 달력, 소책자 제작은 물론이고 인쇄 패러다임 자체를 뒤바꿀 만한 파급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할만한 변화는 '마켓플레이스'가 만들어 졌다는 점이다. 이제까지의 디지털 인쇄는 개인이라면 사진을 찍어서 책을 만들어 소장하고, 기업의 경우 라벨이나 소규모 책자 인쇄 대행, 언어가 다르지만 내용은 같은 제품 설명서, 고객 발송 DM 등에 주력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디지털 인쇄를 다른 방향으로 활용하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가공하고 이를 직접 판매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다. 해외에서 운영중인 디지털 인쇄 서비스의 경우 개인이 만든 책을 웹사이트에 올리고 판매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온라인 서점에 개인이 만든 책을 올리고 이를 구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해가 쉽다.


코엑스에서 오는 4월 24일까지 열리는 '2011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에서 디지털 인쇄 관련 제품을 전시하고 있는 한국HP 부스에는 같은 포토북이라도 특화 콘텐츠로 개인이 직접 판매할만한 아이템이 꽤 많다.

반려동물이나 특정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동식물을 주로 찍는 개인작가가 만든 포토북이라면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디지털 인쇄로 만든 결과물 품질이 서점에서 판매하는 것과 비교해 엇비슷하거나 더 낫고 안에 담겨 있는 콘텐츠도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디지털 인쇄가 단순히 '아날로그→디지털'이 아니라 개인이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기회(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애플이 개척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생태계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콘텐츠 저작 도구 늘어날수록 디지털 인쇄 빛나
디지털 카메라가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도구라는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제품이 휴대폰이다. 요즘 출시되는 휴대폰에서 디지털 카메라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 기능이기 때문인데, 시장조사기관 라이라 리서치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4년 까지 전세계 컨슈머 디지털 촬영 기기 시장에서 디지털 카메라 비중은 완만하게 성장하는 반면에 휴대폰은 최대 2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전세계 컨슈머 디지털 포토 인쇄 시장 비중에 있어서도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해 출력하는 것 외에 휴대폰 비중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디지털 인쇄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이미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해 곧바로 디지털 인쇄까지 이어지는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는 상태다.

DSLR과 같은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디지털 인쇄 시장에는 호재다. 또한 미러리스와 같은 하이브리드 카메라 시장 규모가 연평균 60% 이상 성장해 업계에서는 올해 150만대에서 2015년 1,500만대 규모로 연평균 6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디지털 인쇄 시장은 늘어나는 콘텐츠 저작 도구와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HP는 2011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에서 '포토(PHOTO) 북(BOOK)이 되다'라는 주제를 내걸고 포토북, 포토앨범, 포토 달력 등 다양한 포토 관련 상품들을 부스에 전시하고 있다.

부스에 직접 전시된 '인디고 디지털 프레스 5500'의 경우 월 컬러 150만장 출력이 가능해 생산성이 높고 기존의 4색 컬러(CMYK)외에 사진전용 잉크인 라이트 시안, 라이트 마젠타 잉크를 추가해 인화사진과 같은 수준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시장 조사 기관은 윌헴 이미징에 따르면 인디고 디지털 프레스 5500의 출력물을 포토북 형태로 보관할 경우 100년 이상의 내구성을 가지며, 액자로 보관하면 45년의 내구성을 가진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은염방식의 사진 인화의 경우 19년에서 40년 정도의 내구성을 지닌다.

한국HP는 부스에 스냅스, 아비즈, 포토몬, 알라스카 인디고, 이지프린트 등 협력사를 통해 포토북, 포토앨범, 포토 달력 등 다양한 포토 관련 상품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했으며 이번 행사를 통해 디지털 인쇄에 대한 전반적인 저변 확대를 꾀한다는 복안이다.

다양한 소비자 욕구, 디지털 인쇄로 충족시켜
국내에서 디지털 인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지난 2007년으로, 당시만 하더라도 포토북이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디지털 인쇄의 장점을 직접 체험한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관련 산업 규모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스냅스 마케팅본부 이상섭 팀장은 "우리나라 소비자는 디지털 인쇄 요구가 무척 다양한데 디자인 템플릿, 재질, 레이아웃 등이 제각각일 정도"라며 "한번 디지털 인쇄를 맛본 소비자의 포토북 재구매율은 89%로 이는 자신이 만든 콘텐츠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HP 인디고 디지털 프레스 5500

실제로 포토북은 단순한 사진인화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책을 만들 수 있고 추억을 담은 콘텐츠를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구매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

이 팀장에 따르면 자신만의 콘텐츠가 많은 사람의 경우 연간 수십권 이상의 포토북을 만들어 소장하는 사람도 있다고. 일종의 개인 콘텐츠 수집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이 팀장은 "디지털 인쇄를 도입하면서 생산부터 배송까지 마음만 먹는다면 하루에 해결할 수 있어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며 "디지털 인쇄는 대세이며 각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다 손쉬운 편집과 콘텐츠 가공 솔루션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환 기자 shulee@ebuzz.co.kr | 201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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