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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밀라노가 주목한 한국 디자이너

“기와지붕 같은 가구를 만들겠다”

신인 부문 출품한 노일훈씨


2000만원짜리 가구 디자이너 노일훈씨가 만든 테이블. 섬유를 잡아당겨서 나타나는 형상을 본떠서 만들었다. 제작기간은 2개월, 가격은 2000만원 선이다.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박람회에는 ‘Salone Satellite’ 코너가 있다. 신인 디자이너들을 위한 전시공간이다. 일종의 신인 등용문 역할을 한다. 박람회 측은 올해 전 세계 700여 명의 디자이너와 20여 개의 디자인 학교를 엄선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이곳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인이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학교인 AA스쿨(Architectural Association School of Architecture)을 졸업하고 왕립미술원(Royal College of Art)에서 산업디자인 석사학위를 받은 노일훈(33·사진) 디자이너다. 그가 만든 테이블은 개당 2000만원을 호가한다. 그는 최근 섬유를 잡아당겨 만든 이미지를 형상화한 ‘라디올라리아(Radiolaria·해양생물의 일종)’ 시리즈로 주목받고 있다.

 -작품활동은 언제부터 했나.

 “대학원 졸업 후 5년간 영국 건축회사에서 일했다. 2004년에 브리티시 시멘트 어소시에이션 어워드를 수상했고, 같은 해에 인터내셔널 콘크리트 디자인 컴퍼티션에서 우승했다.”

 -신인 디자이너임에도 작품이 고가에 거래된다.

 “2010년 초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100% 손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테이블 하나를 만드는 데 2~3개월 걸리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질감과 느낌을 중시하는데 때마침 유럽의 컬렉터들도 이런 분위기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

 -섬유를 잡아당겨 이를 형상화하는 독특한 작업방식을 쓰는데.

 “내가 스스로 만든 기법으로 자연의 기하학적 구조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유기적 구조를 만들기 위해 한 장의 섬유를 손으로 잡아당겨 입체적인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유리섬유를 얇은 층으로 덮어 형태를 고정시켰다. 이런 과정을 거친 작품은 디자이너의 머릿속에 미리 그려진 것이 아니라 과정을 통해 결정되는 것으로 자연 본연의 형태와 더 많은 유사성을 가진다.”

 -좋은 디자인이란 어떤 건가.

 “디자이너와 사용자 모두에게 오랫동안 만족을 주는 작품이다. 한국의 기와지붕처럼 조금씩 다른 형태의 기와들이 어우러져 기능적으로나 미적으로 완벽한 형태를 띠는 디자인을 만들고 싶다. 건축과 디자인 두 분야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탁자와 의자처럼 고르게 힘을 전달해 균형을 잡는 작품들에 관심이 많다.”

밀라노=이수기 기자

◆밀라노가구박람회=1961년 시작해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했다. 독일의 쾰른박람회와 함께 세계 가구 디자인 흐름을 이끄는 대표적인 전시회다. 전시 면적만 21만500㎡. 올해 전 세계에서 2720개의 업체가 참가했다. 방문객 수는 33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1.04.14 00:29 / 수정 2011.04.14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