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sign Trend/패션

"중국 가면 명품입니다" 대륙 부자들 홀린 한국 캐주얼

더 비싸다 - 한국 판매가보다 높게 '高價 VIP 마케팅'
더 고급스럽다 - 유럽 브랜드 이미지… 전문직들 선호
더 잘 팔린다 - 헤지스 100%씩 성장, 이랜드 1조 매출

LG패션의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Hazzys)는 중국 시장에서 국내보다 더 비싼 값에 팔린다. 토끼털이 달린 고급 겨울 재킷의 경우, 한국 가격은 138만원이었지만 중국에서는 1만1500만위안, 원화로 195만원에 팔렸다. 한국에서 13만원대인 셔츠가 보통 1000위안(17만원)이 넘는다. 중국에서 제조해 바로 판매하는 제품은 관세, 물류비용이 들지 않는데도 한국 가격의 120% 선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캐주얼 브랜드인 타미힐피거, 폴로 같은 브랜드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팔리는 것이다.

이런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철저하게 고급 브랜드 전략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헤지스의 중국 내 라이선스 사업을 하는 중국 패션업체 바오시냐오(報喜鳥)의 우즈쩌(吳志澤) 회장은 "헤지스를 유럽의 최고급 캐주얼 브랜드로 알고 있는 중국인이 많다"며, "그런데도 사이즈나 스타일, 디자인은 중국인에게 잘 맞고 감성도 통하기 때문에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 중국 상하이 번화가 시자후이의 최대 쇼핑몰인 강후이(港匯) 광장 앞을 지나가는 여성을 한 남성이 쳐다보고 있다. 여성은 중국에서 ‘명품 캐주얼’ 로 인식되고 있는 LG패션 헤지스의 옷을 입고 백을 들었다. / LG패션 제공

헤지스는 지난 2007년 중국 3대 패션기업인 바오시냐오그룹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중국에 진출한 이후 매년 100%가 넘는 매출 신장을 이뤘다. 지난해 연 매출 200억원에 60개 매장을 돌파했고 올해는 매출 35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헤지스의 이 같은 급속한 성장은 고급 매장에만 입점하고,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고객들을 타깃으로 한 VIP마케팅 활동을 벌인 것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상하이 강후이(港匯)광장, 정다(正大)광장 등 중국 현지 최고급 백화점에서 유독 인기가 높은 타미힐피거와 대등한 경쟁을 하고 있다. 헤지스가 중국 내 트러디셔널 캐주얼 시장의 핵심 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한국 패션 브랜드들이 '중국 상위 5%'의 시선을 훔치는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으로 중국 만리장성을 넘고 있다. 최근 미국 포브스가 선정, 발표한 올해 세계 부호 1210명 중 중국인은 115명으로, 지난해 64명에 비해 거의 두 배로 늘었다. 중국의 재계 정보 조사기관인 후룬바이푸(胡潤百富)가 지난해 발표한 '2010년 후룬 재산 보고'에 따르면 중국에서 재산이 1000만위안, 우리 돈 약 17억원 이상의 부자는 87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억위안(170억원) 이상을 가진 '수퍼 갑부'들도 5만1000명이나 됐다.


부자 중국인들이 느는 것과 함께 중국 캐주얼 시장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중국 '상업정보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1000억위안 수준이었던 중국의 캐주얼 시장은, 매년 10% 이상 신장세를 보이며 지난 2009년에는 5000억위안, 2013년에는 7000억위안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지성언 LG패션 상하이법인장은 "중국은 상류층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캐주얼이 기존 신사복 시장을 잠식하며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한국의 트러디셔널 캐주얼 브랜드들이 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며 중국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 제일모직 빈폴 중국 상하이 매장.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중국에서 1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생산기지가 중국에 진출한 지 17년 만에 '1조 클럽'에 가입했다. 2001년 매출 100억원을 처음 돌파했던 중국 이랜드는 10년 만에 매출 규모가 120배 커진 것이다. '이랜드'의 이 같은 성공 요인 역시 철저한 현지화와 브랜드 고급화에 있다. 2004년 9월 중국에 진출한 캐주얼 브랜드 '티니위니'는 곰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정서를 파고들었다. 품절상품을 한동안 공급하지 않는 '희소화 전략'도 고객의 구매심리를 자극했다. 티니위니 상품 역시 중국에서 한국보다 훨씬 비싼 값에 팔린다.
 
▲ 이랜드의 티니위니 중국 상하이 매장.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제일모직도 초기부터 중국 인구 상위 5%에 해당하는 소비 리더 층을 타깃으로 시장 확대를 모색해 왔다. 'NICE QUALITY(좋은 품질)'라는 슬로건으로 빈폴, 갤럭시, 라피도 등 브랜드를 전개했다.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트렌디한 디자인의 상품을 과감히 전면 배치하고, 화사한 컬러감을 강조했다. 이런 노력으로 구매 고객의 95%가 회원고객으로 등록하는 등 높은 재구매의사를 보였다. 2005년 중국에 진출한 빈폴은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영업망 확대 계획을 통해 2010년 말까지 82개의 단독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는 40개 정도의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며, 향후 5년 이내에 빈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해외, 특히 중국에서 올릴 계획이다.

상하이=김덕한 기자 ducky@chosun.com

기사입력 : 2011.03.28 15:57  Copyright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