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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스타 공항패션 “꾸미지 않은 듯 꾸민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레드카펫보다 더 치열한 연예인들의 출입국 차림 전략 

» 스타 공항패션(※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스타들의 공항패션이 주요 뉴스로 다뤄지고 있다. 실시간 연예뉴스에 ‘OOO 공항패션’이란 검색어가 보이지 않는 날이 드물 정도다. 포털사이트의 포토갤러리에도 ‘시상식’ ‘스타의 과거 사진’처럼 ‘공항패션’이란 항목이 생겼다. 스타의 홈페이지, 팬카페도 공항패션 기사는 알토란 게시물이다. 팬들이 공항에서 직접 찍은 ‘공항직찍’ 사진, 언론사에서 찍은 ‘순간포착’ 사진, 스타들이 트위터·페이스북에 올리는 ‘셀프카메라’ 사진 등 공항패션으로 올라오는 사진 종류도 다양하다.

스타들의 공항패션이 뉴스가 된 건 외국 스타들의 방한이 늘고 한류스타들의 공항 출입이 잦아지면서다. 각종 해외공연이나 국제영화제 참석, 화보 촬영, 여행 등을 이유로 공항에 출몰하는 셀러브리티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이들이 입는 옷도 관심을 받게 됐다. 가수 투피엠(2PM)·에프티아일랜드의 스타일리스트인 박유라 실장은 “패션 전문가의 손을 거치지 않은 ‘자연인’의 모습과 스타의 패션센스를 엿볼 수 있어 관심을 끄는 게 아니겠냐”고 말한다. “한류스타가 된 아이돌 그룹을 공항에서 자주 보게 된 것도 영향을 줬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공항패션이 워낙 이슈가 되다 보니 뉴스의 본질이 바뀌기도 한다. 스타가 왜 공항에 나타났는지에 대한 정보는 사라지고 홍보자료처럼 스타가 어떤 브랜드의 얼마짜리 옷을 입었다는 것만 화제가 된다. <스타일 앤 스타>를 펴낸 <스포츠서울>의 송은주 기자는 공항패션이 주요뉴스가 된 까닭을 “공항이 이슈가 되는 공간이어서”라고 설명한다. 
 

» 가벼운 옷차림으로 기내에서 사진을 찍은 ‘동방신기’ 최강창민, 유노윤호. 

공항패션 사진 찍으려 비행기 타기도

스타의 공항패션 사진이 처음 나올 때만 해도 이슈는 패션이 아닌 스타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미국 하와이에서 비밀결혼을 마치고 돌아온 배우 이영애, 가수 비와의 열애설에 시달렸던 배우 전지현, 투피엠 멤버였던 박재범 등은 공항에서나 접근이 가능했다. 그러나 뉴스를 본 대중은 이영애나 전지현의 옷과 가방 같은 패션 아이템에 더 관심을 가졌다. 도박중독으로 도피생활을 하다 돌아온 신정환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지난 행적보다 공항에 입고 나온 고가의 명품옷과 마스크 모양의 비니가 악플을 낳았다

스타의 공항패션은 주요 뉴스거리가 됐다. 더 자연스러운 파파라치 컷을 얻기 위한 미디어의 경쟁도 치열하다. 공항패션 사진을 찍는 사진기자의 하루 일과는, ‘사생팬’처럼 소속사 누리집이나 팬카페를 통해 스타의 스케줄을 파악하는 걸로 시작한다. <스포츠서울>의 전 사진기자 김용덕씨는 “뉴스도 속도전이다 보니 패리스 힐튼이 방한할 때는 일본에서 먼저 만나 출국장에서 사진을 찍었고, 박재범이 미국으로 출국할 땐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며 공항사진을 찍어 송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 출국장에 선 지진희. 
 
공항에서의 사진촬영을 대하는 스타들의 자세도 제각각이다. 꾸미지 못한 상태에선 누구나 카메라를 불편해하기 마련이다. 2007년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처음으로 방한했을 때다. 슬리퍼, 양파망 같은 모자를 착용한 편안한 차림으로 들어오던 그는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피하기 위해 대타를 세웠다. 챙이 큰 모자를 씌운 미녀를 먼저 내보낸 뒤 뒤늦게 들어오다 들통이 났다. 같은 해 입국한 비욘세는 달랐다. 옷차림은 평범했으나 메이크업과 하이힐까지 완벽하게 꾸미고 나와 사진을 찍었다. 찍히지 않으면 찍기도 한다. 김하늘, 윤은혜, 공현주는 소셜네트워크에 직접 찍은 공항사진을 올렸다. 그 덕에 ‘여신급 미모’ ‘공항패션 종결자’ 같은 수식어를 누리기도 했다. 공항패션 사진이 인기다 보니 연예인 소속사나 드라마·영화 홍보사들이 공항패션 사진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송은주 기자는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진 B급 스타의 소속사들이 먼저 보도자료를 뿌려 검색어 순위를 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항패션 사진은 스타의 패션감각을 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공항패션의 포인트는 자연스러우면서 멋을 잃지 않는 것이다. 티 나지 않는 투명메이크업과 무심한 듯 연출한 스타일링이 필수다. 공항은 시상식처럼 사진이 찍힌다는 전제가 이뤄지지 않는 장소이므로 과도하게 꾸미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패션홍보대행사 다우의 김수경 대표는 “촬영을 의식한 듯 과한 화장과 킬힐, 노출이 심한 원피스나 미니스커트를 입은 연예인 사진을 접하면 오히려 세련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레드카펫보다 더 어려운 게 공항패션

꾸민 듯 안 꾸민 듯 무심하게 스타일링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공항에 나오기 전날이면 스타들의 마음도 무겁다. 가수 겸 배우 이승기는 에스비에스 예능프로 <강심장>에서 “출국 전날이면 내일 어떤 옷을 공항에 입고 갈까 고심한다”고 털어놨다. 슈퍼주니어의 이특도 방송에서 “공항에 팬들이 많이 모여 사진을 찍기 때문에 미리 신경을 쓴다”며 “최대한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 선글라스로 멋을 낸 (왼쪽부터)‘에프엑스(fx)’ 루나, 빅토리아, 설리. 
 
공항패션에 대한 관심이 부담스러운 건 스타의 스타일리스트도 마찬가지다. 배우 엄지원의 스타일리스트인 박희경 실장은 “연예인은 아무래도 보는 시선이 많기 때문에 어딜 가든 옷을 편하게 입을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평상복을 입는 공항패션도 그런 점에서 일의 연장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원·한예슬의 스타일리스트 김명희 실장도 “대중은 스타의 공항패션에서 편안하면서도 멋있는 모습을 기대하기 때문에 만족감을 주기가 레드카펫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스타의 자연스런 공항패션은 협찬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김명희 실장은 “스타는 행사의 목적에 맞게 스타일링을 하는 게 예의일 때도 있다”고 했다. 브랜드 론칭쇼에서 협찬품을 입고 신고 포토월에서 사진을 찍는 것과 비슷하다. 프라다쇼 참석차 출국했던 하지원은 공항에서 이 브랜드의 의상을 입고 가방을 들었다. 최근 베를린영화제 참석차 공항에 갔던 배우 현빈, 화보촬영차 출국했던 배우 지진희도 즐겨 입는 브랜드나 협찬사의 보도자료를 통해 뉴스로 만들어졌다. 까르띠에 정유선 실장은 “잘 입은 스타의 패션 아이템은 대중들에게 호기심과 구매의욕을 불러일으켜 홍보용으로 이용된다”고 말했다.

공항은 브랜드 ‘신상’ 홍보 경연장

브랜드 홍보가 가장 효과적인 패션 아이템은 가방과 선글라스다. 고소영·장동건이 썼던 선글라스, 양팔에 들었던 가방은 뉴스가 된 뒤 모두 ‘완판’(완전판매)됐다. 전지현이 들었던 구치 타조가죽가방, 이영애의 에르메스 가방도 인기였다. 특정 패션 브랜드의 마니아로 알려진 빅토리아 베컴, 케이트 모스 등 외국의 패셔니스타도 패션쇼장이 아닌 공항에서 신상품을 소개하는 스타로 유명하다.

이제 공항은 일상적 장소가 아니다. 한 패션블로거는 “공항은 스타의 패션 취향을 볼 수 있는 장소에서 연예인 소속사나 패션업체의 홍보장소로 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중이 공항패션 사진에 열광하는 건 스타의 취향을 볼 수 있어서다. 레이디가가가 검정 망사 시스루룩을 입고 30㎝ 통굽 구두를 신고 가다 넘어져도, ‘틱톡’을 부른 케샤가 공항에서 종이봉투를 뒤집어쓴 우스꽝스런 모습을 연출해도 대중들은 좋아한다. 제이와이제이(JYJ)의 김준수가 같은 팀인 박유천의 완벽한 패션감각에 눌려 공항패션 워스트가 되는 것도, 민낯이 실망스러운 여배우를 보고 “화장발이었다”며 흉볼 수 있는 것도 공항패션 사진을 보는 즐거움 중 하나였다. 취향의 시대를 보여주던 공항패션이 돈이 되는 시대가 됐어도 대중은 여전히 스타의 공항패션이 궁금하다. 평범한 옷으로 멋을 낸 스타의 패션감각은 유행이 될 만큼 대중에게 매력적이다. 지금 이 순간, 언론사의 카메라와 사생팬의 스마트폰이 찍어낸 공항패션 사진이 올라오길 기다리는 이들의 마우스 클릭질 소리가 딸깍딸깍 들리는 듯하다. 
 
공항패션 스타&스타일    
 

장동건·고소영 커플 | 2010년 베스트 공항패션의 주인공이다. 두 사람이 착용한 가방, 구두 등의 제품 가격을 합치면 3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프터스쿨 나나 | 민소매 티셔츠와 핫팬츠로 늘씬한 각선미를 뽐낸 뒤 오랫동안 포털사이트의 공항패션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가희와 유이에게 밀렸던 존재감도 찾았다.

원더걸스 소희 |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독특한 공항패션이 화제였다. 원피스형의 긴 티셔츠, 장난감 같은 독특한 디자인의 선글라스도 종종 이용한다.

공현주·김하늘 | ‘차가운 도시녀’ 스타일의 세련된 패션감각을 자랑한다. 신축성 있는 스키니진에 티셔츠나 니트만 걸쳐도 화보다. 적극적인 연예활동보다 공항패션으로 더 화제를 낳았다.

신정환 | 도박중독보다 눈과 입 모양이 그려진 비니 때문에 파문을 일으켰다.

글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사진 제공 뉴시스, 아시아경제, 한겨레 김진수 김봉규 기자

기사등록 : 2011-03-03 오전 11:27:39  기사수정 : 2011-03-06 오후 02: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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