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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꽃 무늬 냉장고, 초콜릿폰 … 소비자 중심 역발상 빛나

[디자인 경영] LG전자
  

◀LG 냉장고 ‘샤인’에는 스테인리스 소재에 ‘포토 에칭 공법’으로 꽃의 화가 하상림씨의 작품을 새겨 넣었다.

‘손오공.’ 2005년 11월 LG전자가 국내에 출시한 ‘초콜릿폰’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손안의 50mL’라는 뜻이다. LG전자는 휴대전화의 부피를 50mL로 맞췄을 때 무게감과 그립감이 가장 좋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휴대전화 디자인에 들어갔다. 새까맣고 무늬 하나 없이 매끈한 모양새가 양갱과 비슷했다. 표면을 터치해야 그제야 빨간색 버튼이 뜨도록 했다. LG전자 측은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극대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초콜릿폰이 나올 당시 휴대전화 업계의 화두는 ‘기능성’에 있었다. 여기에 초점을 맞춘 카메라폰·MP3폰 등이 쏟아졌다. 각종 기능을 더하다 보니 휴대전화는 크고 뚱뚱했다. 업계 후발 주자인 LG전자는 디자인 역발상으로 승부수를 던졌고, 초콜릿폰은 전 세계적으로 돌풍(현재까지 2000만 대 이상 판매)을 일으켰다.

초콜릿폰의 성공에 힘입어 LG전자는 2006년 ‘디자인 경영’을 선포했다. 제품 개발 단계부터 디자인을 중심으로 상품기획, 설계, 마케팅 등 관련 부서를 더한 협업팀을 구성해 운영하겠다는 내용이다. 디자인에 방점을 둔 경영은 샤인폰, 프라다폰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 디자인 경영의 중심에는 디자인경영센터가 있다. 국내에서만 500여 명의 디자이너가 일하고 있다. 미국·일본·인도·중국·영국 등 해외 5곳에 분소도 두고 있다. 해외 디자인센터의 역할은 각각 다르다. 영국 런던 디자인센터는 2~3년 후 시장을 이끌어갈 디자인 컨셉트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본 디자인센터는 소재·컬러 등 일본의 앞선 디자인을 연구한다. 중국의 디자인센터는 현지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을 만들고 있다. 대다수의 중국 소비자들이 빨래할 때 소독을 먼저 한다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세탁기 세제 투입구 옆에 소독제 투입구를 따로 만든 ‘프라임 세탁기’를 선보였다. 이 소독세탁기 덕에 LG전자의 중국 프리미엄급 세탁기의 시장 점유율이 8%에서 14%로 뛰어올랐다.

◀도자기 굽듯 가열한 ‘초자 인쇄 기법’을 적용, 직접 손으로 제작한 듯한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인 LG 6모션 트롬.

최근 들어 LG전자의 디자인 경영 화두는 ‘물건 중심’에서 ‘사용자 경험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2009년 출시한 ‘디오스 매직도어’ 냉장고는 기존 냉장고의 홈바를 두 배로 넓혔다. 음료수 외에도 자주 꺼내 먹는 식재료, 간식 등을 수납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냉동실 문에 있는 제빙기를 붙였다 뗄 수 있게 설계하기도 했다. 얼음 사용량이 적은 겨울에는 제빙기를 떼어내, 냉동실에 더 많은 식품을 보관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했다.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에는 디자인경영센터장으로 이건표(56)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를 영입했다. 이 센터장은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방법론’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분야의 석학이다.

장식품 같은 전자제품을 만들기 위해 틀을 깨는 디자인도 선보이고 있다. 유리에 잉크 문양을 입힌 뒤, 도자기를 굽듯 가열한 ‘초자 인쇄’ 기법을 적용한 트롬 세탁기를 선보여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디자이너 하상림씨의 작품을 ‘포토 에칭 공법’으로 냉장고 스테인리스 메탈 표면에 새겨 넣은 디자인으로 지난해 독일 iF디자인어워드에서 상을 받았다.


더 나은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해 디자인 꿈나무를 키우는 데도 힘쓰고 있다. 디자인 영재를 뽑아 LG전자 입사 특전과 장학금을 주고 있다. 회사 내 디자인 전문가인 전문위원(상무급 임원)들의 일대일 멘토링을 받게 하고, 해외 연수도 보내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전국의 대학 교수로부터 추천을 받거나, 국내외 우수 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한 대학교 2~3학년 학생들이 대상이다. LG전자는 내년부터 디자인경영센터 신입사원을 디자인 영재 프로그램에서 뽑힌 영재들 중에서 선발할 방침이다.

한은화 기자   
[중앙일보] 입력 2011.02.25 03:25 / 수정 2011.02.25 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