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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금속 녹여 손으로 만든 블랙카드 “예술이네”

[디자인 경영] 현대카드

◀리퀴드 메탈로 카드를 제작하려면 금속 덩어리를 불로 녹여 주형 틀에 부은 뒤 이를 0.8㎜ 두께로 다듬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숙련공의 정밀한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신용카드는 진화한 화폐다. 하지만 그건 기능에 국한된 얘기일 뿐, 디자인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신용카드가 비슷한 색상과 모양을 벗어나지 못했다. 카드사나 카드를 이용하는 사람의 개성이 들어간 신용카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통념을 깨뜨린 게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국내 최초로 투명카드와 미니카드 등을 선보이며 카드 디자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특히 카드 표면에만 한정돼 있던 기존 디자인의 틀을 벗어나 테두리에 색깔을 입혀 개성을 표현한 ‘컬러 코어(color core)’ 기법이 대표적이다.

현대카드가 2005년 2월 9999장을 한정해 출시한 VVIP 신용카드인 블랙카드는 기능은 물론 디자인에서도 최고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블랙카드의 디자인을 담당한 이는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인 카림 라시드. 그는 검은색 바탕에 ‘에너지(energy)’ ‘라이프(life)’ ‘러브(love)’ ‘이터니티(etenity)’ 등 블랙카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상징하는 36개의 문자를 새겨 넣었다. 디자이너의 작품을 신용카드에 접목시킨 이 시도는 2005년 11월 미국의 신용카드 분석 전문 사이트 ‘카드웹닷컴(www.cardweb.com)’에서 ‘올해의 가장 멋진 카드 디자인’으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 호평을 받았다. 현대카드는 이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금속공예 장인이 수작업으로 카드를 제작하는 ‘메탈 임플란트(Metal Implant)’ 기법을 블랙카드 제작에 도입했다. 2009년에는 국내 최초로 ‘금속계의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초고강도 티타늄 카드를 선보였다.

올해 1월엔 세계 최초로 ‘리퀴드 메탈(liquid metal)’로 제작한 블랙카드를 내놨다. 리퀴드 메탈은 진공 상태에서만 제작·가공이 가능한 금속으로, 현존하는 금속 중 최고 강도를 자랑한다. 티타늄에 비해 무게는 절반 이하지만 강도는 세 배 이상 높다. 그 때문에 카드를 사용할 때 흠집이 생기지 않고, 휘거나 부러지지도 않는다. 인공관절 소재로 활용될 만큼 인체에 무해하며 전자파를 차단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현대카드는 블랙카드가 지닌 희소가치를 강조하면서 카드의 안정성·혁신성을 내세우기 위해 이 소재를 카드에 접목시켰다.


또 이 카드엔 회원번호와 이름 등 카드에 꼭 필요한 정보만 남기고 다른 요소는 모두 없앴다. 비본질적 요소를 모두 제거해 세련된 방식으로 본질을 내세우는 미니멀리즘 디자인 철학을 구현한 것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단순한 제품이 아닌 ‘작품’으로서의 신용카드로, 고객의 품격을 대변하는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김진경 기자 [handtomouth@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1.02.25 03:28 / 수정 2011.02.25 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