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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소비자 감성 사로잡고 회사 살리는 ‘디자인의 힘’

어떻게 하면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관건은 소비자의 감성을 잡는 것이다. 최근 디자인 경영이 기업들의 화두로 자리잡고 있는 이유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하나같이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1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인기를 끄는 뱅앤올룹슨의 ‘베오사운드9000’.
2 간단한 블록을 수백 개 붙여 완성품을 만드는 ‘레고’ 장난감.
3 단순하지만 소비자를 고려한 디자인의 애플 ‘아이폰4’.
4 가구브랜드 ‘이케아’의 흔들의자는 공간미와 단순함을 표현했다.

영국의 국가디자인전략기관인 디자인카운실(Design Council) 조사에 따르면 디자인 선도기업들의 1995~2007년 주가 상승률은 같은 기간 FTSE(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런던증권거래소가 공동 소유한 FTSE인터내셔널사가 발표하는 주가지수)지수 평균 상승률의 2배였다.

미국의 ‘애플’사가 몰고 온 디자인 열풍은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도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애플은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 복귀 이후 디자인 경영을 본격화해 내놓는 제품마다 대박을 내고 있다.

부도 직전까지 갔던 일본 ‘닌텐도’의 부활에는 게임과 교육을 결합한 ‘위(wii)’가 결정적이었다.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했을 뿐 아니라 단순한 디자인으로 어린이·여성 등 가족 고객을 사로잡은 결과다.

덴마크의 ‘뱅앤올룹슨’이 만든 오디오는 같은 모델이 10년 전보다 지금이 훨씬 더 비싸다. 이 회사 제품들은 독특한 디자인 경영 문화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 2~6명의 외부 디자이너들이 직관과 감각에 의거해 디자인 의사결정을 내린다. 엔지니어는 디자이너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스웨덴의 종합가구브랜드 ‘이케아’도 확고한 디자인 철학이 소비자의 호응을 이끌어 낸 대표적인 경우다. 이케아는 모든 제품을 규격화해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폼나는 제품을 스스로 조립할 수 있게 했다.

생활용품과 주방용품을 만드는 이탈리아 ‘알레시’는 크지 않은 덩치지만 디자인 코디네이션만으로 세계적인 기업의 명성을 얻고 있다.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디자인한 와인 오프너,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레몬즙짜개 등은 생활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덴마크 ‘레고’는 단순한 블록을 수백개 자유롭게 이어 완성된 창작품을 만드는 개념으로 1949년부터 현재까지 어린이들에게 변함없는 인기를 끌고 있다.

디자인 경영으로 성공한 글로벌 기업들의 공통점은 디자인이 연구개발(R&D)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백종원 계원디자인예술대 교수는 “디자인 경영 기업들은 R&D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까를 먼저 고민한다”고 말했다.

디자인은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투자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의 디자인기술개발조사에 따르면 R&D에 들어가는 투자의 평균 매출증가 효과는 5배지만 디자인 개발은 22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도 디자인을 주요 경영 요소로 도입하는 데 적극적이다. 삼성전자 와 LG전자는 디자인 경영이 기업 DNA로 자리잡았다.


디자인은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디자인은 고객의 경험을 개선해 주는 도구다. 제품 대신 서비스를 파는 통신업체 KT와 SK텔레콤이 디자인 경영을 적극 추구하는 이유다.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대카드와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다. 디자인 개념을 경쟁 카드나 경쟁 항공사와 차별화하는 무기로 삼고 있다.

최지영 기자 [choiji@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1.02.25 03:30 / 수정 2011.02.25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