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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트레이닝복에 정장 코트를… 뉴요커도 울고갈 한국 패션

한국 온 패션 파워블로거 '사토리얼리스트' 스콧 슈먼
멋스러운 행인사진, 하루 방문객 7만
"화려한 모델·명품族은 매력 없어 있는 그대로 매혹적인 일반인 포착"

"한국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몸을 우아하게 움직이는 사람, 온몸에서 자신감이 뿜어 나오는 사람을 보면 항상 흥분되는데 신사동과 청담동 거리 곳곳에서 그런 아름다운 사람들과 계속 마주칠 수 있었다."

8일 한국을 찾은 미국의 사진작가 스콧 슈먼(43·Schuman). 그는 패션 분야에서 세계적 영향력을 지닌 파워 블로거다. 그가 2005년부터 운영하는 블로그 '사토리얼리스트(Sartorialist·자신만의 개성을 옷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란 뜻)'의 하루 평균 방문객만 7만명이다. 슈먼이 뉴욕·파리·런던·밀라노·도쿄를 오가며 찍은 거리의 패션 사진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다.
 

▲ 사진=사토리얼리스트, 도서출판 윌북, 제일모직 제공. 그래픽=유용은 인턴기자(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3년)

'타임'지는 2007년 슈먼을 '디자인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 100인' 중 하나로 뽑았다. 그의 책 '사토리얼리스트'는 아마존 베스트셀러 패션 분야 1위, 국내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예술 분야 13주 연속 1위에 올랐다.

슈먼이 지난달 서울에 잠시 들렀을 때 강남구 신사동 골목에서 우연히 마주친 모델 배정남은 그가 처음으로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린 한국인이다. 줄무늬 티셔츠·트레이닝 바지 위에 정장 코트와 스카프, 중절모까지 걸친 모습이 슈먼의 눈을 단숨에 사로잡았다고 했다. "패션의 중심지라는 뉴욕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독창적인 조합이었다. 그렇게 입고도 당당하고 확신에 찬 표정을 짓고 있으니 멋질 수밖에."

얼마 전 청담동 도산공원 앞에서 마주친 여성도 그에겐 인상적인 기억이다. "긴 치맛자락, 스웨터, 목에 두른 스카프에까지 대담한 무늬가 가득했다. 그런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자연스러웠다. 모델처럼 날씬한 여성이 아닌데도 대단히 매혹적이었다."

실제로도 슈먼이 매일같이 블로그에 올리는 사진 속의 사람은 대부분 평범한 일반인이다.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교하게 치장한 모델,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은 사람에겐 쉽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다리를 절룩거리면서도 백조처럼 기품 있게 움직이는 여성, 10년 전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구멍 난 양복을 입고도 아르마니 수트를 걸친 것처럼 자랑스러워 하는 남성을 만날 때 비로소 "영감을 얻고 카메라를 잡는다"고 했다. 슈먼의 사진이 감동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진심 어린 충동이 빚어낸 자연스러운 사진.' 모델처럼 입지 않아도, 자신을 억지로 바꾸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고 그는 그렇게 사진으로 웅변한다.

"서울에서 난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 서울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만의 매력을 분출했고, 전 세계 도심 어디에서도 주눅이 들 필요가 없는 근사한 모습이었다."

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

기사입력 : 2011.02.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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