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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한글 디자인,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다

‘한글 디자인 명인전 - 4인4색의 작품 - 하나로 조화를 이루다’
 
김지연기자   
 

오는 2월 1일까지 ‘한글 디자인 명인전 - 4인4색의 작품 - 하나로 조화를 이루다’전이 인사동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글의 조형적 특징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 예술과 문화라는 모티브를 창조적으로 전개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기 위함이다. 또한, 전시 기간(1월 26일) 중 한글 디자인에 새로운 지평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번 좌담회에는 신승일(한류전략연구소 소장), 정병례(전각 예술가), 전성근(도예가), 이상봉(패션 디자이너), 이건만(소품 디자이너)이 참여했다.

<좌담회 전문>
신승일 : 한글을 소재로 예술작품과 디자인을 하게 된 배경을 말해 달라.

▶전성근 도예가

전성근: 도자기에 한글을 접목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건물을 세울 때 한 부분이 한글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음과 모음의 합인 한글을 읽을 수도 있고, 우리가 알고 있는 요소들이기 때문이었다.

정병례: 한글은 하늘, 땅, 사람 가장 친화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학문, 철학적인 어려운 이야기보다는 쉽게 풀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한글은 원방각, 수직, 수평 곧 우주의 질서를 선이나 면으로 표현하는데 가장 현대적으로 완성돼 있다. 하지만, 조직적이고 공간적으로 살리기가 가장 까다롭다. ‘허와 실’의 싸움, 허는 실이 되고 실은 허가되는, 또한 음이 양이 되고 양이 음이 되는, 음양합일. 즉 새로운 기운을 창출해 내는 의미다.

내 작품을 보면 모던한 디자인으로 보이지만, 읽어보면 글씨가 된다. 이런 깨달음의 즐거움을 대중과 함께 느끼고 작가는 시각, 촉각, 감각적인 효과를 통해 상상의 나래와 환상을 꾀하고자 하는 욕심을 부린다.

이건만: 홍익대학교에서 디자인 과목을 강의하게 됐다. 그러던 중 강의시간에 ‘앞으로 21세기는 너희들의 브랜드가 되어야 문화와 차별화를 갖는 브랜드를 글로벌화 시켜야한다’는 이론적 강의를 했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인지를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직접 회사를 운영하게 됐고, 한글보다는 문화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우리는 중국문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한글은 우리의 정신, 우리 문화의 핵심 요소이다. 이를 글로벌화 시킬 방안은 제품을 통해 함께 공유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전통과 경향의 상관관계, 패션과 문화의 양극상황에 있는 부분을 잘 조화시켜 글로벌화 시킬 고민을 계속해 오고 있다 또 이미 가능성을 봤다.

◀이상봉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한글이 오랫동안 많은 분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기회가 있다면 참여하겠다.

전통은 계승되는 것은 필요하지만, 진화되어야 한다. 문화, 예술은 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 우리는 진화되는 과정에 살고 있으며, 한글도 변화하고 있다. 한글의 아름다움이 과학적으로 증명됐지만 예술, 디자인에서는 오래되지 않았다. 한글을 세계화하고 후세까지 연결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다.

신승일: 최근 한글이 각광받고 있고 한글을 이용한 디자인 예술작품도 있다. 서울시는 먼저 세종로 공원에 ‘한글 11,172’ 마당을 상반기 중 조성한다. 다양한 소재들 중 한글에 주목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나.

이건만: 패션은 지속적으로 변해야 하고, 그 변화의 속도는 커져야한다. 지난해 선보였던 디자인을 다시 선보일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형태를 변형하고 디자인으로 해석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이미 완성된 디자인 요소와 한글을 매치시킨다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또한 한 나라의 언어를 가지고 가방을 디자인 했을 때, 가방을 가지고 다닐 수 있을까하는 시장 한계성도 있다.

신승일: 한글은 과학적이면서도 철학을 담은 문자다. 한글의 디자인 적합성에 대해서 말씀해 달라.

▶정병례 전각예술가

정병례: 문자는 직접 메시지다. 직접메시지의 한계는 공유하는 부분이고 이에 간접 메시지를 적용시켜 공유를 하게 한다. 난 ‘전각’을 오래해 왔다. 하지만, 난 문자, 회화, 조각의 예술적 특성이 집약된, 전각을 ‘새김’기법으로 극대화해 현대적으로 승화시킨 ‘새김아트’를 만들었다. ‘새김아트’란 순수한 우리말로 ‘새기다’, ‘기록하다’, ‘소통하다’이다. 훈민정음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대중과 소통하고 글로벌 사회에서의 미래의 징검다리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은 작가들의 몫이다.

전성근: 도자기에 한글을 새긴 것을 시작했지만, 완성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나를 이어 글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분들이 발전 시켜 나가야 한다. 단지 이러한 아이템을 이용해 작품이 탄생될 수 있는지를 시도했을 뿐이다. 도자기는 투명성을 가지고 있기에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

신승일: 오늘 모신 분들이 한글 디자이너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한글디자인은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들어 냈는데, 국부의 원천 중 하나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후배 세대들에게 한글 디자인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또한 한글 디자인과 예술작품들을 어떤 방법으로 세계화 시킬 것인지 말해 달라.

정병례: 한글은 고급스러운데, 요즘 한글이 저급하게 보이고 있다. 예술이라는 것이 정신, 혼이다. 작가들은 많이 공부해야하고, 대중 매체들도 수준을 높여야한다. 우리나라 안에서 1등을 하지 못하면, 세계에도 1등을 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 작품에 대해서도 그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철저한 준비 없이는 글로벌화 할 수 없다. 요즘 다른 사람들의 지식을 마치 자신들의 생각인 것 처럼 말들을 하는데,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 귀로 본다면 감성이 없는 사람이다. 이러한 부분이 해결돼야 작가들도 꿈을 꿀 수 있다.

신승일: 파리에 브랜드는 에펠탑이다. 우리나라 역시 한글을 이용해 세계에 내 놓을 수 있는 상품을 만든다면, 많은 관광객들이 구입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가능성이 있는가.

◀이건만 소품디자이너

이건만: 제품만 가지고 글로벌화를 생각한다면 경쟁력에서 밀리게 된다. 일본의 제품들이 글로벌화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문화적으로 먼저 다가섰기 때문이다. 우선, 문화를 먼저 알리고 자연스레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다. 우선 제품이 기념품이 돼서는 안 된다.
 
일정한 국가가 아닌 어느 곳에서 다 판매 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한글은 요리 재료다. 똑같은 음식을 얼마나 맛있게 요리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몸에 좋다고 해서 날로 먹으라고 한다면 먹지 않게 된다. 요리를 잘하려면 철학적, 사회적, 문화적 사고가 있어야 한다. 또한 유통과 홍보 부분에서도 다양한 상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

신승일: 우리 한글도 보편화 되어 각 국가의 입맛에 맞게 변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좌담회를 계기로 정부나 각 지자체에서 관심이 가져줬으면 하고 함께 협연해 나갔으면 한다. (정리 / 김지연기자) 
 
기사입력: 2011/01/26 [23:12]  최종편집: ⓒ 문화저널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