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공디자인 중심국을 기대한다

이태식 (한국토목학회 회장, 한양대 건설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최근 공공디자인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 모든 분야의 정책에 융합적 사고가 결합된 공공디자인을 적극 반영하는 추세다. 일례로 서울시의 임시조직이던 문화관광디자인본부가 정경원 본부장을 임명하여 부시장으로 승격시켰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다양한 관련 사업들을 시행하고 세부 전략을 수립하는 등 공공디자인 제도와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공공사업과 민간사업을 추진하면서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 이미지를 선진화하려면 공공디자인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국가의 선진화란 사회의 공공성과 질적 수준을 보여주는 사회 문화적 인프라로 공공사업이 필수적으로 재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디자인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기 때문에 심미적(조화, 조형, 색채), 기능적(사용, 안전, 인지), 환경적(환경친화, 지속가능, 쾌적성) 특성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디자인 영역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으로 나누어진다. 사적 영역은 기업의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며, 소비를 통한 사적인 취향과 생활양식의 표현이다. 따라서 시장을 매개로 기업과 소비자가 주체가 된다. 건설산업에서는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공적 영역은 선진국민의 문화 창출을 목적으로 하며 공공 디자인의 사회성을 강조한다. 공공사업을 매개로, 국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단체를 주체로 한다. 즉 우리가 관련된 모든 건설산업이 여기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계천 복원 사업을 보면 미관 정비와 옛것을 복원한다는 의미에 더해 시민들에게 환경생태의 중요성을 느끼게 했고, 새로운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위락 문화, 유희 문화와 서울시의 문화적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획기적인 변화를 이루었다.

공적 영역의 공간은 다양한 형태의 공공 시설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공공 시설물은 흔히 가로 시설물이라고 불리며, 도시의 공공 공간에 공공의 편의나 복지, 안전, 정보 전달, 행위 유도 등을 위해 설치되어 사람들이 서로 공유하고 사용하는 시설물이다. 이 공공 시설물은 우리와 관련이 되는 모든 가로 공간에 설치되므로 일관되고 통합적인 디자인이 되어야 하며 사용자 중심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공공 시설물은 인간과 공간, 도시 환경을 이어주는 매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에 적합한 구성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즉 서비스의 공공성, 시설물의 사용성 증대를 고려한 기능성, 도시를 문화적ㆍ지역적으로 대변하는 상징성, 개성있는 도시 추구를 위한 조형성,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는 생태성, 끝으로 사용자를 위해 가장 중요한 안전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공공시설의 디자인은 큰 틀에서 신호체계, 지하도 주차시설 등의 정보 매체와 벤치, 휴지통, 매점 등의 편의시설, 전신주, 맨홀, 공중전화 등의 도시 상징 매체로 분류할 수 있다. 공공시설물 디자인은 디자인 분야 이외에 교통공학, 인간공학, 산업공학, 토목공학 등 공학 전반에 걸친 다양한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공공시설물은 사람들 간의 종합적인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서 도시의 문화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공공 디자인의 대표적 기획 사례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들 수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정착하고 누구나 살고 싶은 세계적인 모범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체계적인 도시브랜드 개발과 관리가 추진되며, 이를 통해 친환경 도시의 여유로운 도시생활 공간, 그리고 쾌적하고 편리한 도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도시브랜드의 전략적 구축 방향과 활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도시의 계획 단계부터 체계적인 프로세스에 의해 도시브랜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외에도 공공디자인 개념은 이미 국내에 많은 도시개발 과정에서 적용되어 왔다. 이제는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양과 기능의 충족 일변도 정책과는 다른 변화의 흐름 속에 있다. 이는 우리 삶의 공간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고민의 시발점이며, 이러한 시도와 적용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으로 볼 때 우리나라 역시 선진국 수준의 도시 환경 인프라를 갖추는 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도시계획, 토목, 교통, 조경, 건축, 생태환경, 인문분야 등 종합적인 융합 형태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때마침 행정안전공공디자인재단(www.kpdb.or.kr)에서 토목학회를 비롯한 공공기술단체 연합회 등과 공공디자인 어워드를 제정하고 있다. 이번 공공디자인 어워드 제정을 계기로 일본,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공학기술단체를 아우르는 공공디자인 중심국이 되는 것을 꿈꾸어 본다.

건설경제 | 기사입력 2011-01-26 13:3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