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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캐릭터’인기… 토끼해 맞아 ‘껑충’

[커버스토리]‘토끼 캐릭터’인기… 토끼해 맞아 ‘껑충’
개성 넘치는 캐릭터 팬 사랑 한몸에 

 
피터 래빗··· 벅스 버니··· 미피··· 마시마로··· 아로미···

토끼는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동물 캐릭터 중 하나다. 토끼해를 맞아 토끼 캐릭터는 더욱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피터 래빗, 벅스 버니, 미피, 마시마로, 아로미 사진 제공 각 업체 및 TM &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신묘년, ‘토끼의 해’가 밝았다.

토끼는 세계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동물 캐릭터 중 하나다. 동화 만화 애니메이션에서도 단골 캐릭터로 등장한다.

토끼는 동양에서 음양의 기운을 모두 가지고 있는 동물로 꼽힌다. 최정여 강은해의 ‘한국구비문학(口碑文學) 대계’가 전하는 ‘토끼’라는 이름의 유래는 다소 잔인하다.

옛날에 천문에 능한 ‘문왕’이 있었는데 아들을 아홉 두었다. 대국의 천자(하늘의 아들)는 문왕의 신통력을 보고 싶어했다. 그런데 천자의 아내는 실제는 ‘백여우’였는데 문왕이 자신의 정체를 알 것을 두려워해 문왕을 모함해 옥에 가두었다. 문왕의 아들인 백억고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천자에게 날아갔다. 천자의 아내가 백억고에게 거문고를 잘 타면 아버지를 석방해주겠다고 하자 백억고는 하는 수없이 거문고를 연주하는데 이 솜씨에 반한 천자의 아내가 그를 유혹한다. 백억고가 이를 거절하자 천자의 아내는 그를 모함하여 죽인 뒤 떡으로 만들어 문왕에게 먹게 한다. 문왕은 그 떡이 백억고인 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신통한 능력을 숨기기 위해 떡을 억지로 먹고 풀려난다. 문왕이 풀려나자마자 먹었던 떡을 모두 토해내는데 이때 ‘토한 고기’가 토끼가 되었다고 한다.

토끼는 문왕의 자식인 백억고의 전신으로 그려지는데 백억고는 부모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어놓은 효성이 지극한 인물로 토끼의 신성한 혈통과 자기희생을 보여준다.

토끼의 외형은 꼬리가 짧고 입은 째진 것이 특징이다. 고대 설화에 따르면 호랑이의 꼬리에 자신의 꼬리를 함께 묶고 달아나던 토끼는 호랑이의 걸음을 따라가지 못해 결국 묶인 꼬리가 떨어져 버렸다. 이때부터 토끼는 꼬리가 짧아졌다. 또 토끼는 말과 까마귀를 속인 것이 너무 재미있어 하늘을 보고 웃다가 입이 위로 찢어지게 됐다고 한다. 
 
토끼는 지혜로우며 속임수의 명수로도 꼽힌다. 또한 토끼는 달의 정령이며 불로장생의 상징이기도 하다. 또한 귀가 커서 남의 말을 잘 들을 줄 아는 영물로 통했다.

토끼를 좋아하는 것은 서양도 마찬가지이다. 프랑스의 혁명 지도자 로베스피에르는 “귀가 큰 토끼는 남의 말을 경청하고 싸움보다 평화를 좋아하는 선(善)의 상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귀여움, 영리함, 신속함이 토끼의 공통된 특징이다. 이 때문에 토끼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중 하나이고 일찍부터 각국의 캐릭터로 사랑받아왔다.

○ 피터 래빗(영국)

현존하는 토끼 캐릭터 중 가장 고전으로 ‘피터 래빗’이 꼽힌다. 피터 래빗은 영국 여류작가 베아트릭스 포터가 창조한 동화 속 캐릭터로 1902년 처음 발표됐다. 피터 래빗은 사람 같은 토끼로 재킷을 입고 구두를 신는다. 원래 피터 래빗 이야기는 1893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포터가 자신의 가정교사의 5세 아들을 위해 그림 이야기 편지를 쓴 것이 효시.

포터는 어린 시절 애완동물을 기르면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곤 했다. 체험에서 우러나온 그림과 글을 썼기에 그의 작품들은 동식물의 개성과 생활양식, 본능까지 이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02년 한 출판사에서 출판돼 2만8000부가 나갔으며 이후 ‘피터 래빗 이야기’는 4000만 부가, 피터 래빗 시리즈는 35개 언어로 번역돼 1억5000만 부 이상 팔렸다.

피터 래빗 접시, 벽지, 인형 등은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으며 BBC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 벅스 버니(미국)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워너브러더스의 대표 캐릭터 ‘벅스 버니’도 토끼이다. 벅스 버니는 1938년 워너브러더스의 루니툰 시리즈 중 ‘포키의 토끼 사냥’에 등장한 토끼를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벤 하더웨이 등 뉴욕 브루클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만화가들이 참여한 이 단편은 큰 인기를 끌었다. 이 토끼는 ‘야생 토끼’ 등 몇 작품을 거친 이후 1944년 ‘추락하는 토끼’라는 작품에서 비로소 벅스 버니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벅스 버니는 능글맞은 슬랩스틱 코미디와 실직과 배우자의 부정 등 어른들의 소재를 과감하게 유머로 승화해 큰 성공을 거둔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스크린에서 독일군과 열심히 싸워 연합군의 사기를 높이는 활약을 하기도 했다

벅스 버니는 1940년대 처음 미국 TV에서 선을 보인 뒤 극장용 만화영화로도 데뷔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20분짜리 벅스 버니 만화영화 시리즈는 현재까지 500여 개 이상 제작됐으며 국내에서도 MBC가 여러 해 동안 방송했다. 벅스 버니를 비롯해 사냥꾼 ‘엘머’, 엉뚱한 검정오리 ‘대피덕’, 귀여운 새 ‘트위티’ 등 동물이 등장해 어린이들에게 웃음을 준다.

○ 미피(네덜란드)

올해 55세를 맞는 ‘미피’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토끼 캐릭터이다. 네덜란드 작가 딕 브루너가 1955년 처음 만든 미피의 원래 이름은 ‘네인처’. 네덜란드어로 어린 토끼를 뜻하는 ‘코네인처’에서 따온 단어이다.

미피 동화책은 현재 100종류 이상이 출간됐으며 전 세계적으로 1억 권 가까이 팔렸다. 미피는 캐릭터 모양만큼이나 책도 단순하다. 각 책은 16페이지로 구성돼 있으며 한 페이지에는 하나의 그림과 4줄의 텍스트가 있다. 미피의 생활도 아주 단순하다. 대단한 모험을 하지도 않고 뭘 많이 가르치려 하지도 않는다. 풀잎이나 오물오물 먹고 있다가 뭔가에 놀라 도망가는 게 고작이다. 미피의 입은 언제나 ×자로 꼭 다물어져 있다. 또 거의 언제나 눈을 반짝 뜬 채 정면을 쳐다보고 있다.

하지만 미피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친구이다. 능력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의미 있고 기쁨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83세가 된 브루너는 여전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예전 아이들 그림책이 아주 복잡하고 화려했는데 책을 골라주는 부모나 선생님의 시선에 맞춘 것이었다”며 “프랑스 현대화가 앙리 마티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단순화해 미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피는 현재 의류, 문구, 장난감, 안경, 가정용품까지 수많은 제품의 캐릭터로 사용되고 있다. 2003년도에는 TV 프로그램이 제작됐고 국내에서도 EBS에서 반영돼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피의 세계’라는 이름의 닌텐도 위 웨어도 생겼다. 
  
많은 사람이 미피를 일본 캐릭터로 착각한다. ‘산리오’사의 ‘헬로키티’와 친구들이 무척 비슷하기 때문이다. 브루너는 한 인터뷰에서 “헬로키티는 미피를 베낀 거예요. 전 그것을 전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지 마세요. 스스로의 것을 창조하세요”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미피와 헬로키티 간에 소송이 벌어졌다. 브루너가 산리오사를 상대로 헬로키티의 친구 토끼인 ‘캐시’가 미피를 표절했다며 암스테르담 법원에 소송을 낸 것. 법원은 산리오사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고 캐시 제품에 판매 금지 명령을 내렸다.

○ 마시마로(한국)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토끼 캐릭터로는 ‘마시마로’가 꼽힌다. 2000년 김재인이 만든 플래시 애니메이션 ‘마시마로의 숲’의 주인공 마시마로는 당시 빠른 속도로 보급되던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해 퍼지며 큰 인기를 끌었다.

마시마로는 ‘마시멜로’의 유아적 발음. 표기와 어감 때문에 역시 일본 캐릭터라는 느낌을 주지만 순수 국내 캐릭터이다. 마시마로는 외모도 모호하다. 토끼로 치자면 귀와 다리가 너무 짧고 뚱뚱해 오히려 백곰에 가깝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다. 얼굴과 몸도 옆으로 앞으로 튀어 나왔다.

마시마로는 쭉 찢어진 눈에 특유의 무표정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토끼이다. 두둑한 배짱, 능청스러운 임기응변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난폭하고 황당한 행동을 하기에 ‘엽기토끼’라는 애칭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마시마로는 강자에게는 약한 척하지만 뒤돌아서선 온갖 못된 짓으로 통쾌하게 복수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시름에 빠져 있던 한국인들은 마시마로가 제도적 합리성으로부터 탈출을 꿈꾸며 기존 가치에 도전하는 데서 일탈의 쾌감을 느꼈다. 왜소한 체구의 엽기토끼가 덩치 큰 동물을 제압하는 모습은 대리만족을 주기도 했다.

마시마로는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상품화를 시작했고 봉제인형은 국내에서만 1년 6개월 만에 1000만 개 판매라는 기록을 세웠다. 마시마로 캐릭터 사업을 하는 씨엘코코리아에 따르면 마시마로는 현재까지 6000여 종의 제품이 생산돼 총 5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산 캐릭터 시장을 화려하게 열었던 마시마로는 토끼해를 맞아 부활을 꿈꾸고 있다. 올해 초 마시마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린 책이 처음 출판되었으며 이어 아이패드 및 갤럭시탭용 전자책과 애플리케이션도 준비하고 있다. 3월에는 3차원(3D) 증강현실 게임인 ‘아이플레이 마시마로’를 선보이며 4월에는 프로야구단 LG트윈스와 공동으로 서브캐릭터 마스코트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 아로미(한국)
 

최근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토끼 캐릭터는 ‘아로미’다. EBS의 인기 유아 애니메이션 ‘코코몽’에 등장하는 토끼로 냉장고 나라의 싱싱마을에 사는 토끼이다. 원래 계란이었는데 어느 날 얼음물고기의 마법으로 토끼로 변한 최첨단 ‘트랜스포머’ 토끼이다.

아로미는 새침해 보이고 잘 우는 울보이지만 친구들과 꽃을 사랑하는 지혜롭고 예쁜 여자 토끼. 아로미는 “참, 건강하려면 음식을 골고루 적당히 먹어야 해”라든지 “먼저 손을 깨끗이 씻는 것도 잊지 말고∼” 등의 멘트를 통해 유아들에게 위생과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은연중에 심어주기도 한다.

‘코코몽’은 2008년 2월 ‘냉장고나라 코코몽’을 EBS에서 처음 방영한 후, 2010년 2월 ‘헬로 코코몽’을 선보였다. 전체 프로그램 시청률 종합 1위(2.59%), 만 3∼5세 점유율 1위(39.6%)를 기록했다. ‘코코몽’은 뮤지컬로도 만들어졌고 그림책과 완구, 인형가방 등 관련 상품도 300여 가지가 나와 있다.

올 2월부터 선보이는 ‘코코몽 시즌 2’에는 로보콩, 세균킹과 그의 부하 캔디팡, 감자팡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새로 등장해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디자인=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동아일보 | 2011-01-07 03:00  2011-01-07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