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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디자인에 눈뜬 中, 한국 디자인업체에 `러브콜`

가전ㆍITㆍ문구서 디자인 열풍
디자인모올, 中 매출 80% 넘어

"중국 제조업체들이 '디자인 경영'에 눈뜨기 시작했습니다. "(문준기 엠아이디자인 대표)

"연 매출의 80%를 중국에서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조영길 디자인모올 대표)

'짝퉁 천국'이라 불리는 중국에 '산업디자인 바람'이 불면서 국내 디자인 업체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국내 디자인 전문업체는 25~30여개 선.이들 업체는 주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를 중심으로 가전기기,정보기술(IT)기기,자동차,문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08년 중국 닝보에 '닝보디자인진흥센터'(사진)를 설립,국내 디자인 전문업체들의 중국 진출을 돕고 있다. 상하이 남쪽 50㎞ 지점에 있는 닝보는 제조업체 수가 10만개에 이른다. 연간 디자인개발 외주비용만 약 2조원으로 추정된다.

조영길 디자인모올 대표는 "2004년 처음 진출했을 당시만 해도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지난해엔 중국 매출이 회사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했다"며 "최근 중국 제조업체들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지하면서 바야흐로 '디자인 열풍'이 불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준기 엠아이디자인 대표도 "중국에 지사나 법인이 따로 없는데도 현지 매출이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은 디자인에 대한 인식 제고와 함께 국내 디자인 업체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고 국내 디자인 업체 관계자들은 전했다. 디자인 전문업체 A사 대표는 "최근 중국 상하이에 출장을 갔는데 선전에 있는 한 중견기업 대표가 직접 디자인을 부탁하러 비행기를 타고 찾아왔다"며 "제조업체가 갑(甲)이고 디자인 업체가 을(乙)인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회상했다.

중국에 진출한 디자인 전문업체 B사 대표도 "중국의 디자인 시스템이 한국보다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며 "같은 품목을 디자인해도 중국 업체가 한국보다 1.5~2배 정도 값을 더 쳐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디자인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 디자인 전문업체들은 새로운 기회를 얻고 있다. 디자인진흥원 관계자는 "한국 디자인 시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이미 과당 경쟁,가격 덤핑 등으로 레드오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은 가전기기 및 IT기기를 주로 생산하기 때문에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 전통적인 디자인 강국보다 오히려 한국이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입력: 2011-01-17 17:57 / 수정: 2011-01-18 0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