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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공주 디자인 카페 '일상의 행복'

옛것의 숨결 속 문화의 향 그윽한 소통 공간  
 

▲디자인 카페 외부전경.  
 
문화계에서 새로움과 다양함에 대한 욕구는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러나 지역의 경우 만족의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전통문화를 지키거나 유입되는 수도권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수준에 그쳤다. 정보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역에 새로운 문화가 유입되는 속도와 그 변화의 폭도 상당한 수준에 달하게 됐다. 변화하는 지역 문화지형의 중심과 주변부에는 나무를 심듯 새로운 문화를 조성해나가는 문화 ‘심는’사람들이 존재한다. 그 싹이 지역민의 관심과 애정이라는 토양에서 건강한 숲을 이룰 수 있도록 곳곳의 현장과 주역을 찾아 소개한다.

지난해는 지역 건축문화재 수난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월 대사동 별당 철거에 이어 10월 등록문화재 제337호 대흥동 뾰족집이 택지개발업자들에 의해 무단 훼손된 것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줬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회의론도 많았지만 무관심 속에 방치되며 쓰러져가던 근대건축물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시작됐다.

같은 해 공주에서는 근대건축물의 새로운 변신이 이뤄져 주목된다. 90년 역사를 지닌 근대문화유산인 공주의 옛 읍사무소 건물이 그 주인공. 공주시 반죽동에 붉은 벽돌로 지어진 2층짜리 건물로,1920년 일제강점기에 충남금융조합 연합회관으로 지어진 뒤 1990년까지 공주읍사무소, 공주시 청사로 사용됐다. 그러나 시 청사 이전 후 개인소유로 바뀐 뒤 미술학원으로 쓰이는 등 근대유산으로서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 이 건물이 ‘일상의 행복’이라는 이름의 디자인 카페로 재탄생해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공주시가 구도심 활성화를 위한 문화사업을 위해 건물을 매입, 주한영국문화원과 협력해 영국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리모델링을 맡긴 것이다.

영국 왕립예술학교 교수 마이클 메리어트, 가구 디자이너 파비엔 카펠로, 그래픽 디자이너 안토니 버릴, 공예 디자이너 린다 브로스웰 등은 2010년 4월부터 한달 여간 부여의 한국전통문화학교에서 생활하며 교수, 학생들과 공동 작업을 진행했다.

당초 건물 안에 어지럽게 붙어있던 가벽과 석회질을 걷어내고 건물 본래의 모습이 드러나도록 했다. 창문을 막고있던 중간 천장도 없앴다. 모든 작업에 현대적 디자인과 한국의 전통공예, 지역적 소재가 반영됐다.

카페 입구 오른쪽에는 그래픽 디자이너 안토니 버릴이 한국의 단청무늬를 연상케하는 풍선구조물을 프로젝트의 상징물로 세웠다. 린다 프로스웰은 깨진 도자기와 버려진 식기들을 모아 새로운 컵과 접시들을 만들어 공간 곳곳에 배치했다. 플라스틱 의자와 바구니 등 영국 작가들이 시장에서 구입한 일상 용품들도 카페의 어엿한 소품이 됐다.

가구 디자이너 파이엔 카펠로는 한국적인 무늬를 그리고 새겨 넣어 세련된 야외용 가구를 만들었다.

2층에는 한국적인 미학을 표현하는 김백선 디자이너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한지를 만들때 쓰이는 한지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공간은 나무 살 사이로 외부와 내부의 구분이 없는 공간의 소통을 느낄 수 있게 비움의 미학을 표현했다. 나무를 이용해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이 설치작품은 소목장 조석진, 악기장 고수환의 전통 작품과 조화를 이룬다.

뒤뜰에는 ‘시간이 정지된 음악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야외공연장인 이곳은 벤치와 공원으로 정지된 시간을 통해 삶의 활력을 시각, 청각, 후각 및 촉각적으로 찾아간다. 잔디광장, 야외 연무대, 조형벤치, 청동상으로 구성되어있으며 분수는 ‘금강, 시간의 오랜 흐름’을, 청동상의 어린이는 ‘희망, 미래’를, 청동상 물고기는 ‘효자 이복 전설 속의 풍요’를 뜻한다. 이 공원은 지역재단이 주관한 ‘국제 공공지다인 대상’에서 공공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또한 디자인카페가 위치한 ‘국고개문화거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건축가협회가 선정하는 ‘2010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일상 공간을 쾌적하고 살 맛나는 곳으로 바뀐 곳을 찾아 이를 격려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재정된 상이다.

공주 디자인 카페는 옛 것을 부수고 새 것을 짓는 데 급급했던 시간에 대한 반성을 불러온다. 거창한 유물이나 대작을 빌려와 전시하는 대신, 마을 사람들이 아무런 부담없이 와서 차를 마시고 이야기하며 마치 동네 놀이터와 같은 공간으로 만들었다. 낡고 지저분하고 보잘 것 없다고 비어있던 공간이 마을의 일상으로 채워진 것이다.

그러나 숙제는 남아있다. 공주시는 지난해 6개월 간 카페를 시범 운영한 뒤 지속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채 문을 닫고 있는 상태다. 아직까진 카페의 앞날에 대해서는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계획이 요구되지만 우리가 보존해야할 가치와 그 보존의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는 공간이다.

김수영 기자 swimk@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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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카페 내부 모습.
 
▲디자인 카페 내부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