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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IMseonoc (임선옥)

2010 SPRING/SUMMER SEOUL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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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옥의 쇼는 그야말로 ‘쇼’였다. 모델은 모델이 아니고, 디자이너는 디자이너가 아니었다. “인생은 퍼포먼스 그 자체다(Life is Performance)” 를 외치는 임선옥의 컬렉션에선 관객 또한 쇼의 일부가 되었다. 그녀의 패션 퍼포먼스는 삶을 넘어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그것은 슬픔이나 상념에 젖어 있는 것이라기 보다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위한 즐거운 축제였다. 죽음은 임선옥이 데뷔 컬렉션에서부터 다뤄온 주제다. “어릴 때 본 꽃상여의 아름다움은 강렬했어요. 영화 <아메리칸 뷰티>의 꽃잎 장면과 흡사한 그것은 가장 최초의 영감이에요. 그보다 강력한 모티프는 지금까지도 없었죠.” 죽음을 위한 의식에서 아이러니한 아름다움을 느낀 그녀는 따뜻한 시선으로 죽음을 바라본다. 분주한 삶은 죽음을 즐기기 위함이며, 장례식 또한 유쾌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녀의 모토가 절정으로 표현된 것이 바로 이번 무대였다. 장례식 컷들이 보여지며 쇼는 시작됐다. 정갈한 흰 천이 깔린 무대 옆으로 가면을 쓴 모델이 나와 흰 꽃과 붉은색, 푸른색, 녹색 물감을 뿌려댔다. 런웨이 무대가 드라마틱한 ‘상여’로 바뀐 것이다. 이 유쾌한 축제의 시작을 알린 모델은 관객들에게도 꽃을 나눠주며, 참여할 것을 권했다. 그러는 동안 모델들의 워킹이 시작되었다. 컬러는 주로 블랙 앤 화이트가 많았고, 차분한 H 라인의 실루엣이 눈에 많이 띄었다. 주로, 장례의식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모티브들이 의상에 반영되었는데, 그렇다고 옷 자체가 실제 ‘장례식’에 어울리는 엄숙한 어떤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동양 디테일을 서양 복식에 곁들여 디자이너는 하이브리드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가령 전통 한복 디테일인 금박 문양은 오프숄더 원피스, 재킷과 레깅스에 사용되었고, 고무신을 연상케 하는 신발은 앵클 부츠로 변신했다. 거기에 위트 있는 디테일이 더해졌다. 컵 받침처럼 보이는 레이스, 유머러스한 가면 등에서 임선옥 특유의 유머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 의상들이 트렌드와 완전히 담을 쌓은 것도 아니었다. 물론 디자이너는 “트렌드에 대한 해석은 어쩌면 2010년을 넘어서는지 모르겠습니다. 미디어에서 말하는 그리고 파리나 뉴욕에서 날아든 가공된 트렌드와 해석이 다를 수 있겠죠. 하지만 현재를 넘어 새로운 시대에 무엇을 픽업하고 제안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늘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엠파이어 라인의 랩타입 팬츠와 레깅스, 술장식이 달린 과감한 슈즈 등은 앞으로 중요한 스타일링 아이템이 될 수 있는 트렌드의 반영이었다.

“제 작업이 문화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래요. 작업의 일부는 사회적 태도를 관망하여 패션화 시키는 메시지를 내포하죠. 앞으로도 이런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에요. 프로젝트 단위의 집단 퍼포먼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삶의 전반 나아가 죽음까지 아름답게 바라보는 임선옥 디자이너의 시선이 또 어떤 식으로 드러나게 될지, 그녀의 다음 파티 초대장이 기다려진다.

에디터 / 이숙희
출처 : Sty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