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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검은 바지에 검은 양말… 정말 최선입니까?

[송혜진 기자의 한끗 차이] 검은 바지에 검은 양말… 정말 최선입니까?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회사 근처 식당. 그 안쪽에 있는 신발 벗고 올라앉는 방에 들어오면 종종 눈을 질끈 감고 싶은 풍경을 마주한다.

일단 김 부장님. 오늘도 당당하게 양복바지 아래 스포츠 양말을 신으셨다. 검정 양말엔 큼직하게 'Athletic sports(운동 경기)'라고 영어로 새겨져 있다. 매일 구두 신고 뜀박질하는 대회 나가시는 것도 아닐 텐데 왜 꼭 정장 아래 저런 양말만 신으시는지.

박 차장님은 회색 양복바지에 새하얀 발목 양말을 신으셨다. 복사뼈가 살짝 드러나기까지 한다. 어울리지 않고 민망한 데다, 몹시 추워 보인다. 아, 깔고 앉은 방석을 빼서 얼른 저 발을 덮어드리고 싶다. 두 분 다 슬프게도 ―5점짜리 패션이다.

김 대리는 그나마 중간은 했다. 무늬 없는 검정 양말. 하지만 그도 아직 모르는 모양이다. 원래 검정 양말은 장례식이나 결혼식에만 신어야 한다는걸. 남자들이 가장 무난하다고 믿는 양말이 알고 보면 평상시엔 사실 예의에 어긋나는 양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할 수 없이 0점 드려야겠다.

신입사원 현빈씨만 오늘도 제대로 양말을 신어주셨다. 회색 정장 바지 아래 신은 우아한 와인색 양말. 구두는 어두운 갈색이니 더더욱 조화롭다. 분명히 저 양말은 무릎 아래까지 올라오는 것이겠지. 원래 신사양말은 무릎 아래까지 올라온다. 그래, 저 정도면 5점 정도는 줄 만하다. 하지만 평소 옷 입는 감각을 자랑했던 현빈씨라면, 기왕이면 좀 더 무늬가 있는 과감한 양말을 신었다면 좋았을 것을. 넥타이와 정반대인 색깔을 신어 센스를 과시해도 좋고, 요즘 유행하는 아가일 패턴이나 적절한 줄무늬·물방울무늬가 들어간 양말이었다면 10점을 줄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점심을 끝내고 식당 밖으로 나가는 길엔 현빈씨에게 이렇게 말을 걸어봐야겠다. "빈씨, 그 양말이 정말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내일은 10점짜리에 한번 도전해 봐요!"

※의상 협찬 및 도움말=TNGT

[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
A20면1단| 기사입력 2010-12-31 03:03 | 최종수정 2010-12-3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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