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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행사

헬라 용에리위스 – 부적합품’

Hella Jongerius – Misfit
부적합품
 

‘헬라 용에리위스 – 부적합품’, 보에이만스 판 뵈닝언 뮤지엄, 2010
photo: Lotte Stekelenburg

헬라 용에리위스 – 부적합품
2010년 11월 13일 – 2011년 2월 13일
보에이만스 판 뵈닝언 뮤지엄(Museum Boijmans Van Beuningen), 로테르담
http://www.boijmans.nl/

보에이만스 판 뵈닝언 뮤지엄에서 디자이너 헬라 용에리위스의 네덜란드 국내 첫 회고전이 열렸다. 이번 전시는 실험적인 작업과 혁신적인 제품을 포함하여 용에리위스의 작품 전반에 대해 독특한 시각으로 개관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산업 제품 및 실험적인 작품, 다양한 스케치 모델은 헬라 용에리위스가 몰두해 온  모든 테마를 개략적으로 전달해준다. ‘B세트(Bset)’, ‘긴 병목과 홈이 패인 주둥이를 지닌 병(Long Neck & Groove Bottles)’, ‘리피트(Repeat)’ 직물, 님펜부르크(Nymphenburg)의 식기, ‘폴더 소파(Polder Sofa)’, 이케아 꽃병, ‘개구리 테이블(Frog Table)’ 등 잘 알려진 디자인들이 전시에 대거 포함되었다. 또한 전시장 중앙에는 최근작인 3백 개의 독특한 꽃병들이 색상에 따라 원형으로 배열되어 있다. 이 ‘채색 꽃병(Colored Vases)’ 시리즈는 로얄 티헬라르 마큄(Royal Tichelaar Makkum)과의 긴밀한 협력 하에 개발한 것이다. 그리고 벽면에는 그래픽 디자이너 이르마 봄(Irma Boom)이 전시 작품에 대해 개관한 시각적 연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헬라 용에리위스(1963)는 1990년대 산업적 생산 공정에 불완전성과 개성을 도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장인정신의 특징은 완벽한 제품에서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 공정과 만든 이의 손길을 배반하는 ‘부적합품(misfits)’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신조다. 용에리위스는 “부적합품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완벽함이다”라고 이야기한다.

‘헬라 용에리위스 – 부적합품’ 전시장 모습
photo: Lotte Stekelenburg

‘헬라 용에리위스 – 부적합품’ 전시장 모습
photo: Lotte Stekelenburg

‘헬라 용에리위스 – 부적합품’ 전시장 모습
photo: Lotte Stekelenburg

‘헬라 용에리위스 – 부적합품’ 전시장 모습
photo: Lotte Stekelenburg

‘채색 꽃병(Colored Vases)’ 시리즈 3, 2010, 로얄 티헬라르
- 자기, 예전의 유약과 현대의 유약을 혼합해 직접 만든 3백 종의 색채
photo: Gerrit Schreurs Fotografie

‘채색 꽃병’ 시리즈 3
photo: Gerrit Schreurs Fotografie

최근작 중 하나인 3백 개의 ‘채색 꽃병’(시리즈 3)은 로테르담에서는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었다. 총 세 편의 ‘채색 꽃병’ 시리즈는 색채에 대한 실험 작업으로, 기존의 꽃병을 일종의 ‘캔버스’로 사용한 것이다. 각각 40개와 42개의 다양한 자기 꽃병으로 구성된 첫 번째 시리즈와 두 번째 시리즈는 산업용 색채 체계인 RAL(2003)과 NCS(2007)의 도료를 꽃병에 부분적으로 입힌 것이었다. 이번의 세 번째 시리즈는 현재 로얄 티헬라르 마큄의 유약 전문가들과 긴밀한 협력 하에 제작 생산되고 있다.

‘채색 꽃병’ 시리즈 3
photo: Gerrit Schreurs Fotografie

‘채색 꽃병’ 시리즈 3
photo: Gerrit Schreurs Fotografie

‘채색 꽃병’ 시리즈 3
photo: Gerrit Schreurs Fotografie

앞선 두 시리즈에서 산업용 도료를 사용했던 반면, 이번 세 번째 시리즈에서는 역사상의 백 가지 광물질 레시피와 현대의 백 가지 화학 유약 레시피를 조합해 활용했다. 용에리위스는 후자를 일컬어 현대 세라믹 산업의 ‘패스트푸드’ 컬러라고 부른 바 있다. 광물질 레시피에는 카드뮴(빨강), 철(갈색), 셀레늄(노랑), 구리(초록), 코발트(파랑), 망간(보라) 등의 성분이 포함된다. 과거의 색채와 오늘날의 색채를 다양한 패턴으로 겹쳐 칠하면 광학적 혼합 효과가 일어난다. 즉 도자기 위에 일종의 점묘화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러한 색채와 패턴 효과에 도자기를 굽는 온도 실험이 결합된 결과, 새로운 색채가 나타난다. 그것은 산업용 색채처럼 단조로운 것이 아니라, 그림 속 색채처럼 비균질적이며 다층적이고 활력이 넘친다. 

용에리위스는 지난 수십 년간 산업이 양과 표준화에 지나치게 집중했다고 본다. 산업이 만들어낸 수천 가지 색채는 어떤 환경에서나 동일하게 보이도록 고안된 것이다. 이러한 색상은 비균질성이 부족해, ‘채색 꽃병’ 세 번째 시리즈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한층 아름다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할 수 없다. 

‘개구리 테이블(Frog Table)’ - ‘자연 디자인 예술(Natura Design Magistra)’ 중, 2009, 크레오 갤러리
호두나무 목재, 푸른색의 반투명 도료
photo: Fabrice Gousset, courtesy Galerie Kreo

‘채색 꽃병’ 시리즈와 함께 갤러리 중앙을 차지한 주인공은 ‘개구리 테이블’(2009)이다. 뮤지엄 측은 최근 이 테이블을 입수함으로써, 용에리위스 디자인 컬렉션에 더욱 충실을 기하였다. 몸 일부에 에나멜을 입힌 커다란 개구리 하나가 장식의 속박을 떨치려는 듯, 테이블 표면에서 서서히 벗어나려 한다. 이 디자인을 통해 서사적 장식의 가능성을 탐구한 용에리위스는 2009년 3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장식은 상상력을 발동시켜, 하나의 오브제를 진정 나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다.” 용에리위스의 디자인 제품 중 상당수는 ‘레이어스(Layers)’ 직물이나 ‘님펜부르크’ 식기처럼 역사적 모티브와 서사적 장식의 가능성을 탐구한 것이다. ‘개구리 테이블’에서 장식은 글자 그대로 밋밋한 표면에서 벗어나고 있다. 개구리 장식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테이블과 사용자의 관계를 중재하고 있는 것이다.

‘긴 병목과 홈이 패인 주둥이의 병(Long Neck and Groove Bottles)’, 2000
- 자기, 유리, 플라스틱 테이프
photo: Gerrit Schreurs Fotografie

‘동물 접시(Animal Bowls)’, 2004, 님펜부르크
- 자기 접시, 수작업으로 만든 동물 조각에 유약과 도료로 장식 
photot: Nymphenburg

‘폴더 소파(Polder Sofa)’, 2005, 비트라
- 목재, 발포체, 몇 가지 직물과 가죽을 사용한 업홀스터리 가구로, 색채에 미묘한 변화를 주었다.
photo: Vitra

‘레이어스(Layers)’, 2006, 마하람(Maharam)
- 울, 폴리에스테르 섬유
photo: Maharam

이번 회고전은 용에리위스의 작업 방식과 디자인에 대한 그녀의 혁신적 시각을 탐구하고 있다. 색채에 따라 배치한 전시품 대부분을 벽면에 바짝 붙여 놓았다. 이러한 진열 방식은 주제나 연대순에 따라 오브제를 분류하지 않았으며, 예비 작업과 완제품 간의 위계 역시 없음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이 오브제들에는 저마다의 기능적 맥락 역시 제거되어 있다. 사용자가 곧 관찰자인 뮤지엄 공간이 해당 오브제의 숨겨진 의미를 성찰할 수 있는 여지를 관람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전시와 함께 뮤지엄 측은 강연이 있는 테마 데이와 패밀리 데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다. 또한 헬라 용에리위스에 대한 비디오 영상을 arttube.boijmans.nl에서 볼 수 있으며, 그녀의 디자인 작품은 collectie.boijmans.nl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루이스 스하우벤베르흐가 큐레이팅을 담당한 이번 회고전은 2009-2010 네덜란드 아트 시티(Holland Art Cities)의 공식 프로그램 중 하나로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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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라 용에리위스
그녀가 에인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를 졸업한 90년대 초는 개념적 디자인의 출현을 목도한 시대였다. 1993년부터 1998년까지 그녀는 주로 독자적인 디자인 작업을 개진하며, 드로흐 디자인의 몇몇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그 후 세계 각지의 수많은 클라이언트들과 함께 작업을 이어왔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디자인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였으며, 뉴욕 MoMA와 쿠퍼 휴잇 국립 디자인 미술관, 파리의 크레오 갤러리, 런던 디자인 박물관 등의 뮤지엄 및 갤러리를 통해 디자인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스튜디오 용에리위스랩(Jongeriuslab)은 2008년까지 로테르담에 위치하였으나, 현재는 베를린으로 자리를 옮겼다.

카탈로그
이번 가을, 파이돈 출판사는 연구서 <헬라 용에리위스 – 부적합품 Hella Jongerius – Misfit>을 출간하였다. 루이스 스하우벤베르흐(Louise Schouwenberg)의 저서로, 디자인 평론가 앨리스 로손(Alice Rawsthorn)과 뉴욕 MoMA 건축 디자인 부문의 선임 큐레이터인 파올라 안토넬리(Paola Antonelli)의 글도 수록되어 있다. 북 디자인은 이르마 봄이 담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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