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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자동차 디자인] 스타일리시한 `차도남`의 로망, 쿠페

감각적인 차디자인의 결정체 낮은 차체로 날렵한 주행성 뽑내  
 

닛산 GTR

쿠페(Coupe)는 `자동차 디자인의 정수`라 불리는 멋진 자동차다. 그러나 단지 외모에만 신경 쓴 자동차는 아니다. 달리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강력한 성능도 갖췄다. 당연히 가격도 비싸다. 쿠페는 자동차시장 규모가 작거나 소비자 욕구가 다양하지 않은 곳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쿠페 모델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어야 세계적인 자동차메이커들이 격전을 벌이는 자동차 시장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07년까지 몇몇 쿠페 모델만 선보였지만 이후 `쿠페 전성시대`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쿠페 모델이 나오고 있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도 벤틀리 콘티넨털 GT, 푸조 RCZ, 캐딜락 CTS 쿠페가 잇달아 출시됐다. 벤츠 CL63 AMG는 올해 마지막으로 수입차 쿠페 바통을 이어받은 모델답게 세련되면서도 탄탄한 근육질 디자인으로 멋을 한껏 뽐냈다. 여기에 최고 출력 544마력, 최대 토크 81.5㎏ㆍm로 슈퍼카에 맞먹는 괴력까지 내뿜는 고성능 럭셔리 쿠페다.

국산차 메이커도 수입차 메이커에 뒤질세라 쿠페 모델을 내놓고 있다. 이미 제네시스 쿠페가 나왔고, 포르테 쿠페도 나왔다. 내년에는 벨로스터라는 새로운 쿠페도 등장할 예정이다. 이처럼 누구나 한번쯤 가지고 싶은 `꿈의 자동차(dream car)`로 국내에서도 전성시대를 열고 있는 쿠페지만 자동차 마니아들조차도 쿠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기아 포르테쿱

◆ 쿠페 뿌리는 프랑스 마차

쿠페는 프랑스어에서 온 명칭이다. 평범한 모양에서 벗어나 개성을 강조하면서 두 사람이 타기 위해 만들어진 마차에서 유래했다. 오늘날에는 자동차 메이커마다 조금씩 다른 구조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2인승, 4인승(2+2) 좌석을 갖추고 있고, 지붕이 낮아 내부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은 차라는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4인승을 2+2라고 표기하는 것은 앞좌석이 중심인 2인승이면서 뒷좌석에 두 사람이 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뒷좌석 공간은 넉넉하지 않고, 차에 따라서는 어린이 정도만이 앉을 수 있는 공간 정도에 그치는 것도 있다. 그러나 공간 크기를 생각하지 않고, 차체 구조로 보면 정통적 3박스 구조다. 세단과 같이 엔진 룸과 객실, 그리고 화물칸이 구분됐다. 차체 구조로만 본다면 세단과 거의 동일하다. 외국 메이커에서는 동일한 차량 모델에서 4도어 세단과 2도어 쿠페를 동시에 개발해 시판하기도 한다. 물론 같은 차량이라고 하더라도 쿠페는 세단에 비해 좀 더 개성 있고 날렵한 비례로 디자인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지만 뒷좌석 거주성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문이 두 개만 달려 있는 것도 있는데, 이는 쿠페라고 하지 않고 2도어 세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벤츠 CL63 AMG

◆ 스쿠프-국산 쿠페 효시

국산차 가운데 최초 쿠페는 1989년에 등장한 현대 스쿠프다.

스쿠프는 쿠페라는 차량 의미와 구조에 아주 충실한 구조를 갖췄다. 뒤 유리가 매우 낮게 기울어졌고, 트렁크가 별도로 나뉘어 있으며 후드와 헤드램프 디자인도 매우 역동적이어서, 개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위한 차량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티뷰론과 투스카니 등으로 2도어 모델이 계속 개발됐다.

티뷰론이나 투스카니 등은 엄밀하게 말해서 `쿠페`와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차체 스타일로 보면 티뷰론과 투스카니는 스쿠프와 같은 맥락의 차들과 엇비슷해 보이지만, 정통적인 의미의 쿠페는 아니다.

티뷰론과 투스카니 차체는 2박스 해치백 구조다. 화물실과 실내공간이 구조적으로 막혀 있지 않고, 단지 뒷시트 등받이로만 구분돼 있는 구조로 외형만 쿠페 스타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해치백 차체 구조는 소형 승용차에서 공간 활용을 높이기 위한 구조지만, 뒤 서스펜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차체 강성 면에서는 불리한 점이 있다.

물론 이 말은 해치백 차체가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카로서 강성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해치백 구조의 스포츠카라고 할 수 있는 티뷰론이나 투스카니는 차체 강성을 높이기 위해 앞 엔진룸 서스펜션타워(suspension tower)에 스트럿 바를 대는 것은 물론 뒤 트렁크에도 스트럿 바를 장착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쿠페형 차량은 스포츠카를 만들기 위한 준비단계라고 할 수 있다.

◆ 쿠페, 카 디자인에 영감을 주다

쿠페는 실용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세단보다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거주공간이 충분하지도 않고, 트렁크 공간 역시 차체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서는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날렵한 스타일을 위해서 뒷유리가 상당히 눕혀져서 뒷좌석 머리 공간은 협소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차체 스타일에서 개성은 크게 강조된다.

여전히 국내 승용차시장에서는 세단형 차량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해치백형 차량이 그다지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세단형 차량이 가진 실용성 때문이다. 물리적인 공간 실용성은 해치백 차량이 가장 크겠지만, 승용차는 공간을 활용한다거나 승객을 태우는 실질적 기능 외에도, 차량이 가진 이미지나 상징성 역시 중요한 기능으로 여겨진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기능일 수도 있다.

오늘날 자동차 디자인은 가장 중요한 상품가치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세단형 디자인 역할이 실용성과 절충선, 혹은 자동차로서 충실한 구조를 반영하는 것이었다면, 쿠페는 실용성보다는 차량이 지향하는 성격과 그것에 의한 개성 추구가 가장 중요한 목표다. 목표에 따라 디자인적 해석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스타일리시한 남성적인 차가 오늘날 쿠페의 진정한 모습이다.

■ 뒷문 하나 더 달린 5도어 쿠페 보셨나요

동양권의 자동차 업체들이 만드는 쿠페형 차량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 중 개성이 넘쳐흐르는 선 굵은 스타일을 가진 닛산 GTR와 마쓰다의 RX-8이 대표적이다.

마쓰다의 RX-8은 `뒷문`을 가지고 있다.

사실 쿠페에서 뒷좌석의 거주성이나 타고 내리기에 편리함, 즉 승강성은 그동안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전고가 낮은 쿠페들은 심지어 운전석에 타고 내리기에도 불편한 차들이 있다. 낮은 차체 높이로 고성능 이미지를 표현하고 높은 주행 성능도 얻기 위해서다.

하지만 RX-8은 뒷좌석 비중도 상당히 높은 데다 뒷좌석 탑승자들이 타고 내리기에 조금 더 편안하도록 하기 위해 `쪽문`을 하나 더 달았다. 앞문을 열고 나서야 뒷문을 열 수 있다.

이런 구조는 정통적 쿠페에서는 볼 수 없었다. 최근 들어 정통적 쿠페 영역에서 더욱 벗어나 해치백 2박스의 차체 구조와 5도어 구조를 가진 쿠페 스타일 차도 등장하고 있다. 승용차의 범주를 넘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도 쿠페 스타일이 등장하고 있을 정도다.

이젠 쿠페 구분법이 정통적인 세단의 구조에서 뒷좌석 비중을 줄이고 2개의 문을 붙였다는 것에서, 더 개성적이고 역동적인 `쿠페스러운` 차체 스타일을 가졌는가의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쿠페의 차체 스타일은 자동차의 기능 중에서 주행 성능을 가장 강조한 모습이다.

다른 세단이나 해치백의 차량, 또는 SUV의 차체 디자인이 공간의 활용성을 잃지 않은 차체 디자인이라면, 쿠페는 보다 더 스타일 중심의 차체 구조와 디자인이다.

[구상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기사입력 2010.12.13 15: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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