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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style&] 남자들은 몰라, 부츠 좋은 거

이도은 기자의 hey man, why not
 

◇촬영협찬: 갭·아르마니 익스체인지·캘빈클라인진·코데즈컴바인포맨·아르마니진(의상)·어그·카이아크만(부츠)·햇츠온(모자).

한겨울 거리에서 남자들을 보면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든다. 패딩점퍼에 장갑·목도리로 완전무장한들 뭐하랴. 찬 바람 한 번 쌩 하고 불면 바지 밑단이 속절없이 흔들린다. 바지 속을 파고들 냉기, 상상해만 해도 움츠러든다. 그럴 때 해 주고 싶은 말은 딱 하나다. ‘부츠 신으세요’. 일단 얼마나 따뜻한지는 ‘백문이 불여일착’이다. 가죽의 힘도 크지만 양털까지 들어가면 발바닥에 땀이 난다. 부츠를 권하는 건 보온 때문만은 아니다. 스타일과 거리 먼 귀차니스트에게도 딱이다. 부츠 하나면 세미 정장과 캐주얼복 사이를 마음껏 오가는 ‘일타쌍피’가 가능하고, 바지 색에 맞춰 양말을 고르는 수고도 덜 수 있다. 여기에 신발 속 키높이 밑창을 두툼하게 깔아도 눈속임이 되는 보너스까지 있다. 겨울만 되면 부츠에 탐닉하는 여자들 마음, 당신도 알게 되리라.

글=이도은 기자 ,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밀리터리·아웃도어 열풍에 부츠도 유행

남자들이 부츠를 ‘논외’로 놓는 이유는 비슷하다. 아예 ‘여자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스키니진·클러치·스모키메이크업까지, 모두 처음엔 똑같은 이유로 꺼렸더랬다. 그런데 이제는 남자들도 대놓고 즐긴다. 패션이란, 트렌드란 그렇게 변하는 게 마땅하다. 우리보다 남의 시선에 자유로운 유럽에선 평범한 남자들이 부츠 신는 게 특별하지 않다. 정장재킷에, 트레이닝복에 다양하게 부츠 패션을 연출한다. ‘기럭지’가 보장되는 서양 얘기라고? 우리와 신체지수가 별반 다르지 않은 일본에서도 부츠 신은 남자는 이미 대중화됐다. 오히려 레이어드와 믹스앤매치를 통해 스타일은 더 제대로 살린다.

올겨울 남자 부츠에 도전해 볼 호기다. “지난해보다 추울 것”이라는 기상 예보 때문만은 아니다. 밀리터리에 아웃도어 바람이 쌍끌이 유행을 하면서 남자 부츠가 여기저기 등장했다. 명품에서나 한두 개 보이던 과거와 달리 패스트패션 매장에서도 다양한 종류가 나와 있다. 군대라면 치를 떠는 남자들도 탐낼 만한 워커형 부츠, 군대가 사막을 지날 때 신었다는 데저트 부츠는 기본. 여기에 등산화 같지만 매끈한 아웃도어형 부츠와 당장이라도 승마에 나설 듯한 라이더 부츠도 요즘 뜨는 스타일로 관심을 모은다.


올겨울, 낡은 듯한 빈티지풍 워커 부츠부터 반짝거리는 페이턴트 부츠까지 다양한 남자부츠들이 나와 있다. 1 자라 2·7 토즈 3 레노마 4 프라다 5·8 휴고보스 오렌지 라인 6 버버리 ◇장소협찬: 빈티지 가구점 모벨랩(02-3676-1000).

무난하려면 워커 부츠, 튀려면 어그 부츠

모든 패션이 그렇듯, 부츠도 수준별 단계가 있다. “처음 부츠를 신는다면 앵클 부츠가 가장 무난하다”는 게 정혜진 스타일리스트의 조언이다. 특히 데저트 부츠는 복사뼈를 겨우 가리는 데다 장식도 끈과 두 개의 구멍뿐이라 부츠 축에도 못 끼는 ‘얌전한 아이’다. 코듀로이·면팬츠를 두세 번 접어 신발이 살짝살짝 보이도록 하는 것이 스타일링 포인트. 이때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패션 양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장을 즐길 땐 앞코가 뾰족하고 발볼이 좁아드는 디자인을 고른다. 발등에 끈을 뺀 대신 발목 안쪽에 지퍼를 달거나 양 옆에 고무밴드를 넣은 부츠(사이드 고어)들이 대표적이다. 이만큼도 부츠 신은 티를 내고 싶지 않다면 끈 달린 보통 정장구두에 목만 올린 디자인을 찾으면 된다.

여기서 약간 수위를 높인 게 워커형 부츠다. 캐주얼만이 아니라 모직 정장바지에도 두루 어울린다. 단 키가 커 보이려면 컬러 조합은 신경 쓸 것. 갈색 워커에 블루진보단 검정 워커에 검정이나 회색진으로 맞추는 게 전체적으로 길어 보인다. 이때 바지 밑단을 살짝 부츠 위로 빼내면 무심한 듯 멋을 내는 고수 중의 고수가 된다. 여기에 체크셔츠와 라이더 재킷으로 터프가이의 멋을 낼 수도 있다. 약간 말랐다면 두께의 부담감을 덜고 셔츠+니트+재킷을 겹쳐 입어도 좋다. 어느 차림에건 느슨하게 매는 머플러는 잊지 말아라.

하지만 이도 성에 안 차는 이들도 있을 게다. 부츠 신은 티를 팍팍 내고 싶을 땐 양털(일명 어그) 부츠만 한 게 없다. ‘못난이 부츠’라는 오명을 썼지만 스타일링에 따라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연출될 수 있다. 굵게 짠 헐렁한 니트에 무스탕 재킷을 입고 스키니진을 고수할 것. 본래 남자 부츠는 꼭 붙는 스키니진보단 약간 헐렁해야 더 멋스럽지만 어그 부츠에선 예외다. 단 부츠색을 베이지와 검정으로 골라야 여동생 신발을 빌려 신었다는 오해를 받지 않는다. 어그 부츠 말고도 튀는 부츠는 또 있다. 무릎 바로 아래까지 오는 라이더 부츠다. 매끈한 라인에 장식이 절제된 부츠를 골라 슬림한 정장에 입으면 의외로 어울린다. 이때 셔츠와 재킷, 얇은 타이까지 제대로 갖춰야 한다. 야성과 댄디함이 공존하는 스타일링으로는 더 이상 없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0.11.17 00:28 / 수정 2010.11.17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