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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MB가 극찬한 닌텐도...왜 안팔리지?

“이번에 성적 오르면 닌텐도 사주세요”

지난 해까지만 해도 초등학생들의 위시리스트 1순위였던 닌텐도. 그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 지난 10월 미국 시장조사업체 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6~12세 아이들의 31%가 아이패드를 올 연말 최고의 선물로 꼽았다. 닌텐도 DS는 3위에 그쳤다. 배터리업체 듀라셀의 설문에서도 40%에 가까운 아이들이 아이폰4, 아이팟 터치, 아이패드를 가장 갖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닌텐도는 1조 8000억엔의 매출에 순이익 2790억엔을 벌어들였으며, 2009년에는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최고 기업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 11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52% 가량 순이익이 급감하더니, 올해 7월에는 252억엔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급격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콘솔 게임 시장에서 최고 매출을 기록했던 닌텐도 ‘위(Wii)’도 매출 3위로 추락했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닌텐도는 이명박 대통령의 입에 오르내리는 등 국내에서도 신드롬을 일으켰다. 2009년 2월 이 대통령이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요즘 닌텐도 게임기를 우리 초등학생들이 많이 갖고 있는데 이런 것을 개발할 수 없느냐”고 말해 닌텐도에 관심이 쏟아지기도 했다. 당시 이 대통령의 발언에 여론은 냉소를 쏟아냈고, 이후 ‘닌텐도’ 와 ‘이명박 대통령’ 을 합성한 ‘명텐도’ 라는 가상의 제품이 온라인 상에 등장하는 등 각종 패러디물도 나왔다.

짐작 가능하겠지만 닌텐도의 ‘굴욕’은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리면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이맘 때쯤 아이폰이 출시돼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고, MP3, 동영상 플레이어, 게임 등 여러 기능이 통합된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다른 전자기기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닌텐도 외에도 최근 MP3, 전자사전, 전자책 단말기 등의 제조업체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게임 기능 하나만을 봤을 때는 닌텐도가 세계 최고일지 몰라도, 이처럼 여러 기능이 통합된 스마트폰과 1:1 경쟁을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기왕이면 게임도 할 수 있으면서 음악도 듣고 인터넷도 할 수 있고 전화까지 된다면 더 좋다. 더군다나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면서 내로라 하는 게임 개발자들이 스마트폰 앱 시장으로 달려들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생산 면에서도 열세를 면하기 어렵다.

아직 스마트폰 보급률은 10%대에 불과하다. 그만큼 스마트폰 시장에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많다. 세계 굴지의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앞다투어 스마트폰 개발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닌텐도가 부활하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아이팟으로 MP3 플레이어 시장을 장악한 데서 멈추지 않고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내놓으며 혁신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애플을 본보기 삼을 것을 충고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점점 더 ‘스마트’한 제품을 원하고 있다.

<이혜미 기자 @blue_knights>
ham@heraldm.com

헤럴드경제 |2010-12-03 0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