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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프레타 포르테 부산 2011 S/S] "부산 패션 자존심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요!"

디자이너, 안방에서 누가 나서나 

'프레타 포르테 부산 2011 S/S 컬렉션'에 참여하는 부산 디자이너들은 누구보다 힘든 과정을 거쳤다. 부산 출신 디자이너 몫으로 배정된 3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부산경제진흥원의 깐깐한 오디션을 통과해야 했기 때문이다. 명실공히 부산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안방마님'의 역할을 하게 되는 3명의 디자이너를 만나봤다.

● 정영원

여성 몸 아름답게 표현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요. 설레기도 하고, 책임감도 느껴지고. 자신은 있어요."

이번 '프레타 포르테 부산'의 개막쇼를 맡게 된 정영원 씨. 개막쇼를 하게 된 소감을 물으니 "아주 바쁘다"는 대답을 먼저 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날도 막 KTX에서 내렸다고 했다. 이번 쇼에 사용될 몇 가지 부자재를 추가하기 위해 밤을 새우며 서울을 돌아다녔단다.

"어려서부터 옷밖에 몰랐어요. 어릴 때는 호기심이 많아서 이런 저런 꿈을 꾸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달랐어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한번의 방황도 없이 지금까지 옷을 만드는 것에만 매달렸죠. 심지어 결혼할 때도 남편에게 패션 디자이너 못하게 하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1988년 '정영원 패션'이라는 브랜드를 만든 후 그녀는 고객에만 집중했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어떤 홍보, 마케팅 작업도 안 했고, 업계 모임에도 나가지 않았다.

친구를 만나는 건 생각도 못했다. 그 덕분인지 그녀의 고객들은 '정영원 팬', '정영원 마니아'라고 자신을 표현할 만큼 옷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낸다.

"저에게 있어서 옷은 소통의 매개체예요. 고객의 생각, 가치, 개성이 묻어나는 옷을 만들어 드리죠. 그렇게 옷을 만들면서 고객과 교감하고 사람을 만납니다."

그녀의 옷은 여성의 몸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영원만의 라인이 있다고 말할 정도이다.

이번 쇼에서도 그녀 특유의 선에 대한 장점이 드러날 것이다. 기존의 여성스러운 라인에 구조적인 부분을 극대화해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드러낼 계획이다.

"완벽하게 재단된 재킷 라인을 주목해주세요. 1940년대 우아한 여성의 모습을 재현했고요. 스포츠룩과 도시적인 캐주얼 느낌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너무 자세하게 말 안 할래요. 쇼 보고 깜짝 놀랄 수 있도록요."

▶정영원 패션쇼: 25일 오후 2시.

● 이영희

나비처럼 로맨틱한 옷 전개
서면 롯데호텔 지하 1층 이영희 프리젠트 매장. 디자이너 이영희 씨가 허겁지겁 들어온다. "정말 미안해요. 막 나오는데 재봉사들이 해야 하는 패치워크 작업이 잘못돼 수정한다고 늦었네요."

30여 년, 부산의 정상급 디자이너로 살아온 그녀. 아름다운 아뜰리에에서 우아하게 디자인 스케치만 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단다. 그녀는 자신을 '패션 노무자'라고 표현했다. 새벽 5시에 집을 나서서 작업장으로 향한다. 디자인 작업부터 소재와 부자재 구입, 재단과 바느질, 부자재 부착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옷이 완성되는 전 과정에 일일이 손을 보탠다.

"손 좀 봐요. 쭈글쭈글 시커멓죠? 근데 나는 이 손이 아름다워. 일하는 사람의 손이잖아." 그녀는 대화중에 자주 "미쳤지!", "미친 사람"이라는 표현을 썼다. 실제로 그녀 주변 사람들도 "이영희는 한마디로 옷에 미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녀는 계절마다 최소 30여 벌 이상의 새로운 옷을 만들어낸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고통의 과정이다. 그럼에도 30년 이상을 그렇게 살아왔다. "짝사랑에 빠져 있었거든. 내 옷을 입고 행복해하는 사람들, 거리에서 내 옷을 입고 지나는 사람을 보면 가슴이 설레지. 그 맛에 빠져서 살았어."

그렇게 패션과 지독한 짝사랑을 해 온 그녀지만 요즘 고민이 많다고 했다. 새로운 디자인의 옷을 내 놓으면 며칠 만에 복사본이 시장에 돌아다닌다. 디자이너 브랜드보단 외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도 안타깝다. 백화점과 브랜드의 마케팅, 할인정책에 숨이 막힌다는 말도 했다. 그래도 패션에 대한 열병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번 '프레타 포르테 부산'에는 70여 벌의 옷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여름부터 서울에 오페라 공부를 하러 다니는데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영감을 얻었다. 하늘을 나는 나비처럼 순수하고 로맨틱한 옷들이 전개될 예정이다.

▶이영희 패션쇼:25일 오후 4시.

● 박철홍

첫 컬렉션… 자신감 넘쳐
스물아홉 살. 야심 많고 재능 넘치는 젊은 부산의 디자이너 박철홍. 그에게 이번 '프레타 포르테 부산' 무대는 인생의 첫 컬렉션이다. 데뷔 무대치고 굉장히 큰 기회인 셈이다. 그런데 이 남자, 굉장히 당당하고 자신이 넘친다. 떨린다고 말할 줄 알았다. 근데 쇼를 여는 소감을 물으니 '담담하다'고 말한다.

"옷의 구조적인 작업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여러 가지 패턴이나 선의 결합 같은 거죠. 제 옷은 다른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저만의 고유한 특성이 살아 있어요."

마치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알고 보니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모두 토목공학을 전공했다. 제대 후 진짜 하고 싶은 걸 찾자는 생각에서 패션 디자인을 다시 공부했단다.

"학교 졸업 후 서울의 유명 패션 브랜드에 들어갔어요. 디자인 스케치만 그리면 실장님이 굉장히 독특하고 좋다고 칭찬하셨어요. 하지만 대중적으로 내놓기는 힘들다고 하셨죠. 만드는 공정이 까다롭다는 이유죠. 하도 답답해서 제가 직접 자취방에 미싱 사놓고 독학으로 재단, 미싱, 봉제까지 수작업을 했어요."

그렇게 처음 만든 가죽 재킷을 100만 원이 넘는 가격으로 팔았다. 구입을 했던 고객은 너무 좋아해서 추가 주문까지 부탁했다. 그 짜릿했던 경험을 계기로 2년 전 'CH-P(채널 피)'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고향인 부산에서 시작했다.

"고객 중 50%는 서울분이시고요. 30%는 외국인이에요. 특별하대요. 가죽 의류 쪽은 마니아들도 있어요. 라인이 독특한 바지도 인기 제품이네요."

지난봄에 열린 프레타 포르테에는 전시 부스로 참가했는데 외국 바이어들의 러브콜을 가장 많이 받기도 했다. 성공적인 전시를 계기로 최근 서울의 유명 편집숍에 입점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아내 역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이기도 해 부부가 함께하는 작업도 많다고 했다.

▶박철홍 패션쇼:26일 오후 2시.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부산일보 | 26면 | 입력시간: 2010-11-23 [15:5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