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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상하이 엑스포 한미중일 `디자인 배틀' 결과는

 세계 나라들이 건축과 디자인으로 승부를 겨루는 시합이 있을까요?
 ‘에이, 그런 대회가 어딨어’라고 생각하시기 쉽지만 있습니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큰 대회입니다.
 바로 엑스포입니다.

김치엑스포, 자전거엑스포 같은 장사하는 이벤트 엑스포 말고 진짜 엑스포는 따로 있습니다.
세계공인엑스포인데 끝자리가 5와 0으로 끝나는 5년마다 열립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보다도 띄엄띄엄 찾아오고, 그 규모는 오히려 더 큽니다. 그리고 개최기간도 월드컵이 길어야 1달이지만 이 세계박람회는 거의 반년을 엽니다.

이 엑스포란 세계 각국이 자기 나라가 서로 잘났다고 공식 자랑하기 대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질은 결국 건축박람회가 되고 맙니다. 각 나라가 얼마나 자국 전시관을 눈이 휘둥그레지게 잘 짓나 경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2010년, 10년 단위로 끊어지는 해이니 세계박람회가 열렸습니다. 지난달 31일 막을 내린 상하이 엑스포입니다.
상하이 엑스포는 개최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습니다. 세계 양대 최강으로 떠오른 중국이 처음으로 연 엑스포였고, 그 바람에 북한도 처음으로 등장하는 등등의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 블로그에서야 뭐 그런 국제적이고 시사적인 것은 당연히 패스하고 건축적 측면만 한번 보겠습니다. 

5년마다 한번 오는 행사라 이번에 놓치면 5년 뒤에나 볼 수 있는 행사가 엑스포입니다. 결국 못보나 했는데 운이 좋게 찾아갈 기회가 왔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막을 내리는 마지막날 지난 31일, 그것도 저녁 5시에야 엑스포에 갈 수 있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건물 외관만, 그것도 밤에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대신 이번 엑스포에 선보인 수많은 국가관들에 대한 건축전문가들의 반응을 모아 이 거대한 건축디자인 경기장의 승자는 누구였는지, 우리 한국은 어느 정도 성적을 거뒀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물론 엄밀하게 학문적으로 따지는 분석이 전혀 아니라는 거, 건축 전문가들이 돌아보고 떠든 이야기를 가볍게 종합한다는 거, 아시죠?

올해 엑스포 개막행사 사진입니다. 보기만 해도 화려합니다. 엑스포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희한+화려한 건물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한번 쓰고 버리는 건물이지만 대신 화끈하게 폼나는 것 하나로 승부를 겨루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회성 건물에 선진국들은 수천억원을 씁니다. 국가이미지 홍보를 위해서입니다.
중국은 이번 엑스포에 그야말로 모든 것을 걸듯 신경을 쏟았습니다. 이제 중국이 얼마나 센 나라인지 중국이 왜 세계를 이끌어야 하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입니다. 여기에 더 큰 노림수는 중국 국민에게 우리가 이 정도 센 나라다, 라고 각인시키는 대내 단결+홍보 의도가 더 크게 작용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중국은 중국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 상하이에, 그것도 시 외곽이 아니라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역대 엑스포에서 가장 넓은 땅을 전시장으로 꾸몄습니다. 모든 땅이 나라 땅이어서 언제라도 점유자들을 몰아내고 마음대로 새로 꾸밀 수 있는 중국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저 사진 속 앞에 깔때기 또는 나팔 거꾸로 세운 것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엑스포장의 입구입니다. 저 나팔 같은 구조체가 계속 이어지면서 전시장 안으로 들어갑니다.


마지막 날이었지만 전시장은 사람이 인산인해였습니다.
표를 구할 수가 없어 암표를 사서 전시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암표를 사본 것은 90년대 극장 앞에서 사보고 처음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맞이하는 구조물은 형형색색 빛으로 장식한 저 나팔모양 구조체였습니다. 색깔이 계속 바뀌고 ‘인민 만세’ 같은 구호들이 지나가기도 합니다.  


그 뒤로는 넓은 천막구조물이 지붕 역할을 하며 엑스포 입구 로비를 뒤덮고 있습니다. 시원시원합니다.

 
역시 밤이 되면 계속 색깔이 바뀝니다.
 

그리고, 이 옆으로 이번 엑스포의 주인공으로 우뚝 선 중국관이 있습니다. 그 어떤 국가관보다도 큽니다.


그 크기는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규모에 모든 것을 건 듯한 건물입니다. 제 후진 사진으로 보시면 참모습을 아실 수 없기에 자료 사진들을 소개합니다.



엑스포가 국가 발전의 계기라고 생각하기에 중국은 이번 엑스포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실제 아시아 다른 나라들을 보면, 일본이 1964년 도쿄올림픽을 열고 이어 1970년 오사카 엑스포를, 한국이 1988년 서울올림픽을 열고 이어 1993년 대전엑스포를,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열고 이어 2010년 상하이엑스포를 열었습니다.

일본과 한국이 올림픽과 엑스포를 세계화 학습의 기회이자 국가 단결의 기회로 삼아 국력을 끌어올린 것처럼 중국 역시 공식 절차를 밟고 있는 모양, 이번 엑스포의 중국관은 더욱 잘 지어 중국의 위대성을 강조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2007년 4월 중국은 전세계의 중국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엑스포 중국관 디자인을 현상공모했습니다. 중국 건축가들에겐 최고의 영예이자 평생의 업적이 될 이 공모에서 우승한 사람은 허징탕이란 노교수였습니다.

 건축계에서 알려진 스타가 아니었던 그는 이 건물 당선으로 깜짝 스타가 됩니다. 중국 최초의 엑스포를 상징하는 건물, 그리고 엑스포가 끝나도 영구 보존하는 중국관의 설계자가 되는 영광을 뒤늦게 누린 겁니다. 

저 건물의 콘셉트는 중국을 상징하는 빨강, 그리고 머리에 쓰는 관 모양입니다. 평수로 계산하면 2만1600평, 높이는 69미터로 3000억원 넘는 돈을 들였다고 합니다. 디자인 모티브는 목조건물의 구조입니다.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저 거대한 건물은 그러나 발표되자마자 표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바로 이 건물과 닮았다는 지적들이 이어진 것입니다.


처음 보면 뭐가 닮았나 싶지만 저 건물 가운데를 보면 금세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

저 중국관이 베낀 것 아니냐는 논란을 낳았던 위 건물은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 일본이 1992년 스페인 세비야 엑스포 때 만들었던 일본관 건물이었습니다.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으로,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유명 건축물입니다.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저 중국관은 이 건물도 베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아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역시 일본 도쿄에 있는 빅사이트란 건물입니다. 모양이 더욱 흡사합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 분명 표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 안도의 건물이나 빅사이트는 너무나 유명한 건물들입니다. 그런 건물을 베낄 리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저 역 삼각형 구도는 강력한 이미지 때문에 누구나 생각할만한 기본적인 디자인입니다. 그걸 변형한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봅니다. 실제 안도 다다오는 엑스포 개막 얼마 뒤 중국을 방문했을 때 저 중국관 건물에 대해 “비슷한 점이 있지만 표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비록 논란은 있었지만 중국관은 중국의 새로운 상징이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남아서 중국의 아이콘 노릇을 해나갈 겁니다. 실제 엑스포의 역사를 보면 개최국들은 자국을 상징하는 유명 건축물들을 엑스포를 기념해 만들어왔습니다. 첫 세계박람회였던 영국 런던박람회에선 건축사에 길이 남은 수정궁이란 유리건물이 건축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했고, 파리 박람회에선 이후 프랑스의 상징이 된 에펠탑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만큼 엑스포는 중요한 행사였고, 건축의 전시장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중국관을 지나 본격적으로 엑스포 국가관들을 살펴야 하나 한정된 시간상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보이는 것들을 대충, 그리고 가장 호평 받은 건물들을 `껍데기‘만 보기로 정했습니다.

이번 엑스포에서 비교적 많은 인기를 누렸고, 시각적으로 강하게 인상을 심어준 건물로 꼽히는 사우디 아라비아관입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인도관 너머로 허옇게 하늘로 떠오른듯한 사우디관이 보입니다. 사발처럼 보이고, 그 가장자리에 전광판을 띠로 둘러 다양한 이미지와 글귀를 보여줍니다.


이 사우디관은 강한 형태의 특성 덕분에 쉽게 눈길을 끄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아주 저차원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형태의 독창성도 많이 떨어지고, 무엇보다도 디테일이 영~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옥상에 야자나무를 심은 것은 너무 단순하고 빤한 재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건물을 낮에 찍은 자료 사진입니다.

그리고 이 건물이 더욱 전략 부재임을 보여주는 아쉬운 대목은 바로 이 건물과 마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충 찍었더니 사진이 흔들렸네요. 다시 자료 사진으로…. ㅜㅜ


바로 저 왼쪽 건물입니다.

저 건물을 보는 순간 저는 “V다!”를 외쳤습니다. 젊은 세대들은 “인디펜던스데이다!”를 외쳤을지도 모르겠네요. 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그 비행접시, 나중 영화 <인디펜던스데이>의 비행접시의 모델이 되었던 외계인 유에프오를 연상시키는 건물입니다. 또 다른 자료사진입니다.

저 비행접시는 이번 상하이 엑스포의 중국관과 짝을 이루는 중국의 간판 건물로 엑스포 문화센터입니다. 중국관과 함께 역시 영구보존될 건물이죠. 그런데 사우디관은 바로 이 건물 앞에 거의 비슷한 콘셉트에 규모는 훨씬 작은 (사우디관도 엄청나게 큽니다만 저 건물이 워낙 거대한 탓에) 건물을 지었으니 당연히 비교가 되고 더 형편없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략적 사고와 기획력의 부족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우리의 한국관은 어떨까요. 저 사우디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국관이 있습니다.

한국관도 그 규모가 장난 아닙니다.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결코 꿀리지 않는 규모입니다. 디자인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꼽히는 조민석씨가 했습니다. 한국의 상징인 한글을 소재로 건축가의 디자인에 미술가 강익중씨의 한글 아트타일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입니다. 로이터 사진으로 보시겠습니다.

이 한국관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취향 따라 엇갈리겠지만 건축가들의 전반적인 평가는 비교적 호의적입니다. 적어도 이번 엑스포 일본관보다는 낫다, 다른 주요 국가들과 견줘도 시각적 면에서 더 강력하다는데 동의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이 이런 세계적 이벤트에서 손꼽히는 건축 디자인 강국인 일본의 국가관보다 괜찮은 적은 이번이 거의 처음 아니겠느냐는 것입니다.

“에이, 우리나라가 설마?”라고 하실 분들도 많으실 텐데, 실제 다른 나라 전시관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것보다 눈에 띄게 나아 보이는 것은 드물었습니다. 오히려 ‘기대 이하로 별로’라고 느낄 것들이 많았습니다.

일본관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한국관과 이웃해있는 일본관은 그 규모는 우리와 비슷합니다. 모양은 핑크빛 멍게처럼 생겼습니다. 특별한 디자인임엔 틀림없지만 사람 눈길을 잡아끄는 힘은 확실히 약한 건물이었습니다. 디테일도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는 많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참, 디자인 모티브는 멍게가 아니라 누에벌레라고 합니다. `자줏빛 누에 섬‘이 콘셉트입니다.

건물의 겉 디자인에선 분명 한국이 더 나았다고 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내부 전시의 질과 수준에선 정반대라는 데에 모든 분들의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우리는 문화적이고 세련된 콘셉트 없이 그냥 `한국 이렇게 좋아요~’라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입니다.

반면 일본은 소프트웨어에서 돋보였습니다. 일본관의 분홍색 외피는 태양광을 받아들여 발전하는 장치가 들어있습니다. 돔 구조 전체가 태양열 발전기인 셈입니다. 뿔처럼 솟은 부분은 내외부 공기를 순환시켜 전기 사용을 최소화하는 장치라고 합니다. 내부 전시도 일본의 친환경 기술들을 주로 선보였다고 합니다. 일본이 이번 엑스포를 위해 새로 개발한 친환경 기술이 무려 40여종이라고 합니다. 친환경 일본의 이미지를 위해 열성을 쏟아부은 결과입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건축이나 디자인은 국가 전체의 수준이 낮아도 뛰어난 스타 한 명만 있으면 얼마든지 좋은 국가관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시는 다릅니다. 한 나라의 문화적 역량의 척도가 전시 역량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관은 건축에선 승, 전시에선 패.

일본이 그랬듯 유럽의 디자인 강국들 역시 이번 엑스포 건물들은 예상 이상으로 평범하고 별로였습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이탈리아입니다.

저 자료사진으론 잘 드러나지 않는데 실제로 보면 아무 특징 없습니다. 특히 내부 인테리어는 더욱 별로였습니다. 왠만한 프라다나 페라가모 매장보다도 못합니다. 그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외벽 콘크리트가 투명이구나, 그래서 빛을 어느 정도 투과하는구나, 정도.

역시 생각보다 약했던 프랑스관입니다.

사진으로 보면 아름답고 우아하나 실제로는 힘이 떨어집니다. 파격성과 과감함의 승부 무대인 엑스포에선 너무 얌전합니다.

국력에 견줘 단연 최악으로 꼽힌 나라는 뜻밖에도 미국입니다. 미국관은 아무 특징 없는 동네 상가 건물 같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습니다.

이렇게 보면 근사해 보이지만, 실제는 이렇습니다.

우리나라 동네 주민센터와 비슷하군요. 미국이 국력을 고려한 ‘상대평가’에서 최악이었다면 ‘절대평가’에서 최악은 단연 북한이었습니다. 역시 자료사진.

사진이 드물어 공사중인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저는 아쉽게도 못 가봤는데 다녀온 분들에 따르면 참 암울했다고 합니다. 안에서는 우표 등을 팔고 있다네요. 처음으로 엑스포에 나온 북한이니 제대로 준비가 되었을 리도 없고, 지금 나라 꼴을 보더라도 잘 꾸밀 능력이 없었을 듯합니다. 오히려 하지 않는 것이 나을 때도 있는 법인데 참….

건물 안에 유기체를 연상시키는 연결 구조물을 집어넣은 벨기에관입니다. 강한 힘은 없습니다.

회전목마를 연상시키는 네덜란드관입니다. 예술성으로 폼 잡는 국가관들 사이에서 ‘우린 즐겁게 논다’는 식으로 유원지처럼 꾸몄습니다. 매점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더 친숙하게 다가갑니다. 크고 웅장한 건물들에 질린 이들에겐 신나는 놀이터처럼 반갑습니다. 네덜란드답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스위스관입니다. 자료사진.

나선형으로 돌돌 말려 올라가는 중앙 복도가 있고 가장자리에는 천을 드리우고 빨간 공을 달았습니다. 그런데 이 건물의 진짜 매력포인트는 옥상에 있습니다. 개념도 보시겠습니다.  

저 건물 옥상엔 푸른 녹지대로 꾸미고 곤돌라를 달아 놀이기구 타듯 위에서 한바퀴 돌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 빨간 공처럼 달린 것들은 실은 태양전지라고 합니다. 건물에 필요한 전기를 만드는 장치인 거죠.

이번 박람회는 저 스위스관의 태양전지가 보여주듯 친환경 이미지의 경쟁무대기도 했습니다. 나라마다 자기네 건물이 얼마나 에너지를 적게 쓰며 재활용 소재를 많이 쓰는지 보여주는데 할애했습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이 나라입니다.


스페인관입니다. 등나무 줄기로 표피를 씌워 거대한 바구니처럼 보입니다. 실제 이름도 `스페인 바구니‘입니다.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건물로 꼽은 국가관입니다. 도시가 미래의 아이들의 도시로 이어지는 것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내부에는 큼직한 아이가 있다는군요.

저는 밤에 가는 바람에 내부는 못 봤습니다. 사진으로 보니 밤보다 낮에 그 콘셉트와 의미가 더 잘 살아날 할 건물 같습니다. 밤에 찍은 사진인데, 제가 직접 찍어 허접합니다.

다른 나라들 건물들도 맛보기로 소개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관의 디자인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상징인 거대한 붉은 바위 `에어즈록’에서 모티브를 따왔습니다. 표면의 금속은 온도와 습도에 따라 색깔이 변한다고 합니다.

파키스탄관입니다. 파키스탄의 유명 건축물 라호르성을 그대로 카피했습니다. 오리지널에 견줄 바가 못되죠. 아쉽습니다. 창의성 부족+전통의 복제라는 고정관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루마니아관입니다. 파키스탄관과 쌍벽을 이룹니다. 사과를 그대로 형상화한 수준입니다. 사과는 루마니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과일이라고 합니다. 푸른 사과가 녹색 환경 이런 것들을 상징한다는 것입니다만 좀 잘하지….

가장 엽기적인 관은 아마 이 건물일듯합니다.

작정하고 유치하게 간 같은 이 건물은 마카오관입니다. 높이는 19.99미터. 왜 그럴까요? 마카오가 중국에 반환된 해가 1999년이라서랍니다.

유치한 발상이라고 비웃으면 안 됩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거든요. 광주시청은 18층입니다. 광주항쟁이 5월18일에 일어났기 때문이랍니다. 역시나 비슷한 맥락입니다. 좌우지간 저 마카오 토끼 건물은 중국 화남지방의 토끼 모양 전통 등바구니 모양을 본떴다는데 별명은 `트로이의 토끼‘라고 붙었습니다. 중국스러운 건물이라 하겠습니다.

북유럽의 디자인 강국 스웨덴관. 그러나 평범.

사막의 모래언덕을 형상화한 UAE관.

세르비아관. 간단하고 저렴한 아이디어. 그러나 거기까지. 많이 친숙한 그래서 진부한 콘셉트.

독일관. 역시 독일은 기본은 합니다. 아주 끝내주진 않아도 괜찮다고 인정하게 합니다. 그러나 역시 대단치는 않습니다.

그럼 진짜 대단한 나라는 어디냐고요? 이번 엑스포의 챔피언, 그러니까 건축과 디자인, 전시 역량의 챔피언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영국과 덴마크가 공동 1위라는 것이 대부분 일치합니다.

영국은 밤 사진이 모두 흔들려 자료 사진으로 대체하겠습니다. 밤송이 또는 성게 모양입니다.

주변에 너른 공간을 만들고 가운데 저 밤송이를 턱하고 놔뒀습니다. 근데, 그거 아십니까? 영국이 세계 최대의 종자 보유국이란 거?

놀랍게도 그렇답니다. 그래서 그런 식물 강국, 녹색 강국 영국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 저 건물입니다. 이름은 `씨앗의 성전’(Seed Cathedral).

저 건물 외부의 촉수는 모두 투명 소재입니다. 저 촘촘히 박힌 촉수는 건물 안으로도 이어집니다. 그래서 저 투명 촉수를 타고 들어온 빛이 내부를 밝힙니다. 이렇게.

그리고 저 촉수의 끝에는 무언가가 하나씩 들어있습니다.

바로 영국이 보유한 씨앗들입니다. 그래서 ‘씨앗의 성전’인 것입니다.

이 기막힌 아이디어를 낸 디자이너는 토마스 헤더윅. 건축가가 본업은 아닙니다. 하지만,그는 늘 기발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특히 밤송이모양 디자인의 그의 레퍼토리인데 이번에 세계적으로 대단한 히트를 쳤습니다. 그가 디자인한 영국관은 건물 디자인과 전시 내용 모두 단연 최고라는 호평을 들었습니다.

영국관 못잖게 화제가 되었고 호응이 좋았던 덴마크관입니다.

하얀 뫼비우스의 띠 모양의 나선형 낮은 구조물입니다. 겉으로 봐서는 그냥 깔끔하고 단순합니다.
들어가면 자전거로, 그리고 걸어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저것은?

맞습니다. 덴마크의 상징 인어공주입니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진짜 인어공주상을 상하이로 가져왔습니다. 대신 원래 인어공주가 있는 자리에는 이 상해 인어공주를 찍어 보여주는 모니터를 달아놨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낸 이가 이 덴마크관을 설계한 스타 건축가 비야르케 잉엘스입니다. 그가 이 제안을 했을 때 덴마크는 대단한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난상토론 끝에 결국 그의 아이디어가 채택됐습니다.

덴마크관은 이 인어공주 하나를 보여주면서 돌돌 주변을 말아올라가는 동선의 분위기로 승부합니다.  

도저히 제 후진 사진으로는 안 되겠군요. 근사한 사진으로 대체하겠습니다.

위에서 본 모습입니다.

다시 내부를 보시겠습니다.


자, 어떠십니까?
많은 전문가들은 “엑스포는 철저하게 국력, 경제력, 문화력이 국가관에 반영된다”고 말합니다.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이 국가관 디자인과 전시 컨셉트로 평가받는 장이란 겁니다. 그래서 엑스포는 건축의 올림픽과도 같습니다.

이제 상하이 엑스포는 막을 내렸습니다. 우리 한국관은 한글이란 오래된 소재, 한류에 집착하는 고정관념 등으로 소재 면에선 새롭지 못했지만 건축 디자인 면에선 나름 선전했다고 하겠습니다. 5년 뒤 열리는 다음 엑스포에서 한국관이 외관 못잖게 훌륭한 전시로 널리 호평받기를 기대해봅니다.

구본준 기자

구본준의 거리 가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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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2010-11-05 오전 10:08:58  기사수정 : 2010-11-05 오후 01: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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