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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사람들> 英 패션디자이너 폴 스미스

"꿈과 현실 사이 균형이 성공 비결"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순수한 꿈만 좇아간다면 돈이 없어 포기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균형이 중요합니다."

색색의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유명한 영국의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폴 스미스(64)가 꼽은 자신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현실과 이상의 균형'이었다.

자신이 소장한 미술품과 직접 찍은 사진을 소개하는 '인사이드 폴 스미스'(대림미술관)전과 관련해 한국을 찾은 스미스가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강연회를 열었다.

이어 마이크를 착용한 채 강연무대에 오른 그는 스스로 파워포인트 화면을 조작하며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자신의 성공 비결과 디자인 철학을 들려줘 계단까지 자리를 가득 메운 200여명의 청중을 매료시켰다.

자전거 경주 선수를 꿈꿨고 유명 디자인 스쿨 출신들이 즐비한 세계 패션계에서 대학도 나오지 않은 그가 디자이너의 꿈을 품게 된 것은 자전거 사고 후 병원에서 만났던 예술학교 학생들과 어울리면서부터.

그러다 영국 왕립학교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한 아내 폴린의 제안으로 영국 중부의 노팅엄에 작은 패션 부티크를 연 것이 지금의 폴 스미스 브랜드의 시작이었다. 상점이라기보다는 가로, 세로 12피트(약 3.6m) 정도의 작은 크기에 창문도 없는 '작은 방'이었다.

그러나 그의 부티크에서 파는 것은 너무 독특한(unique) 옷들이라 지방 소도시인 노팅엄에서는 잘 팔리지 않을 그런 옷들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개성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스미스는 고민 끝에 좋아하는 것과 생계 사이의 균형을 찾기로 했다.

"제가 좋아하는, 제 취향의 의상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금요일, 토요일에만 가게를 열고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했죠. 꿈이 가진 순수함도 좋지만 순수한 꿈만 좇아간다면 돈이 없어 포기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균형이 필요해요."

스미스가 털어놓는 두 번째 성공 요소는 '관찰'이다. 일상에서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요. 그렇지 못한 사람은 제대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죠(you can find inspiration in everything, if you can't then you're not looking properly). 다른 사람이 하는 것들을 자주 보세요. 다른 사람들이 어떤 걸 하는지 보면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영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물론 남들의 것을 보고 모방(copy)한다면 그건 어제자 신문을 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에요. 중요한 것은 얼마나 관찰하느냐에 달렸어요.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응시하고 관찰할 수 있어야 해요. 눈이 정말로 대상을 관찰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해요."

실제 그의 디자인은 세심한 관찰을 통해 탄생한 것이 많다. 중국 베이징의 한 고궁에서 만난 안전요원의 옷 색깔은 남성 정장의 색깔에 반영됐고, 리투아니아 여행에서 찍었던 교회의 색깔은 셔츠에 적용됐다.

또 일본에서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었던 순간에 장노출로 찍었던 사진 속 색은 스카프에 사용했고 런던의 한 꽃박람회에서 찍은 여러 장의 꽃 사진은 그대로 스커트와 가방에 프린트됐다. 1850년대 패턴북에서 찍은 사진은 폴 스미스 정장의 독특한 안감이 됐다.

하지만, 그는 디자인만으로는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디자인만 좋아서는 안 됩니다. 수트를 멋지게 만들고 나서는 가격을 책정하고 판매해야죠. 언론과 커뮤니케이션도 하면서 왜 폴 스미스가 흥미로운 디자이너인지를 알려야 하죠. 그러려면 여러 가지 모자이크처럼 많은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는 그러면서 차별화 전략의 예로 자신의 패션쇼를 예로 들었다. 패션쇼에서는 파란색과 분홍색 수트 등 '튀는' 작품을 선보이지만 실제 매장에서는 이런 옷들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 팔리지도 않을 옷을 패션쇼에 내보내는 것은 관심을 얻어 언론 매체에 실리기 위한 전략일 뿐이다.

"특이한 색을 사용하는 것은 관심을 얻으려는 것이죠. 잡지나 신문에 실릴 수 있도록요. 마치 금요일과 토요일에 제 순수한 디자인을 보여줬던 것과 같은 거죠. 평소에는 월~목요일에 생계를 위해 일했듯이 실제 생활을 위한 옷을 판매하는 거죠. 역시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해요."

차별화를 위해서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지금의 세계에서는 선택지가 너무 많아요. 여러분이 어떤 비즈니스를 할 때 어떻게 하면 특별해지고 더 시선을 끌 수 있을까요. 어려운 문제긴 해요. 같은 과일을 파는 여러 청과물 가게가 있을 때 어느 가게에서 과일을 사겠어요? 한 매장 앞을 지나가는 시간은 20초 정도입니다. 그 순간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극적인 임팩트가 있어야 하죠. 여러분의 노력으로 집과 매장이 더 멋져질 수 있어요"

zitrone@yna.co.kr

| 기사입력 2010-10-1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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