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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기타

한글 자모로 가구를 디자인 한다면?

한글 자모로 가구를 디자인한다면?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아이디어가 젊은 대학생들과 그들을 이끄는 지도교수에 의해 현실화를 꿈꾸고 있다. 한글 자모(정확히는 자음)가 갖고 있는 조형미를 실제 가구 디자인에 접목하는 기발한 시도가 상아탑을 박차고 나올 기세다.         
 
한글 자모를 이용한 가구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는 주인공은 상명대 디자인대학 산업디자인전공 전재현 교수와 그 제자들이다. 한글 자모에서 디자인적인 요소를 찾아 보고 산업디자인과의 접목을 고민하고 있다.         
 
이번 기획을 이끌고 있는 전재현 교수는 “디자이너 이상봉 씨를 중심으로 한글 자모가 패션 디자인에 접목된 사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글 자모를 가구 디자인에 전문적으로 접목한 경우는 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글 자모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시도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인 교수의 참여도 눈길을 끈다. 상명대 디자인전공 교수로 재직 중인 모모세 히로유키 교수가 이번 전시회에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한다. 모국어로서의 한글이 아닌 외국어로서의 한글을 접하게 돼, 한글 자모가 지닌 조형성을 좀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전재현 교수가 이러한 시도를 하게 된 배경은 그간 전 교수가 해 왔던 전시회를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전 교수는 무심코 지나는 일상에서 디자인적인 요소를 찾아내기로 유명하다.         
 
아파트 외벽을 디자인한다거나 공사 현장을 둘러 친 펜스에 예술적 감각을 불어넣는 아트펜스 작업, 대학 캠퍼스 내에 환경조형물을 설치하는 것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서부터 옷걸이에 예술 옷을 입힌 ‘재미있게 걸기-옷걸이 전시회’, 커피숍이나 맥주집에서 별 생각 없이 지나쳤던 컵 받침에 착안한 ‘재미있게 놓기-컵 받침 전’ 등이 전재현 교수가 기획한 전시 아이템들이다.         
 
한글 자모를 가구 디자인에 접목하는 작업은 기존 전시회들과 ‘생활 중심’이라는 측면에서 맥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작업의 규모나 의미는 상당히 묵직해진다. 디자인의 대상이 한글인 만큼 가볍게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평단의 냉혹한 비평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전 교수는 그래서 “건물 외벽을 디자인하는 작업보다도 심적 부담이 더 크다”고 말한다. 한글을 인식하는 국민적 정서에도 부합해야 하고 한글이 지닌 조형성을 해쳐서도 안 된다. 또한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부담해야 할 제작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전 교수는 “한글을 시각화 하는 작업은 언젠가, 누군가는 시도해야 할 일이다. 그 동안은 국민 정서 때문에 조심스러웠지만 이제는 이런 시도가 결국 한글의 효용 가치를 높인다는 인식이 잡혀 있다. 평면에서 접하던 한글과 입체성을 갖춘 디자인으로서의 한글은 분명 많을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다”고 밝혔다.         

[OSEN=강희수 기자 100c@osen.co.kr] 2010.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