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sign Trend/기타

이탈리아 디자인 전문가 2명이 말하는 '서울 디자인'

페리니… 외국 디자인 동경 말고 고유의 영혼 담아야
모로찌… 너무 대기업 위주로 움직인다는 느낌 받아

해외 디자인 업계 관계자들은 '서울디자인한마당 2010'과 서울 디자인 정책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밀라노에서 열리는 전시·박람회('피에라 밀라노'라고 통칭)를 지휘하는 미켈레 페리니(Perini) 회장과 디자인한마당 콘퍼런스 패널로 참가한 이탈리아 가구회사 '에드라(Edra)' 아트 디렉터 마씨모 모로찌(Morozzi)에게 각각 의견을 구했다.

◆'피에라 밀라노' 회장 미켈레 페리니

―'서울디자인한마당 2010' 현장을 둘러본 소감은?

"종합운동장에서 디자인 행사를 한다는 게 색다르고 재미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 좋고, 외국인 입장에서 볼 땐 호기심이 동한다."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볼 때 어떤 점이 가장 발전했나.

"도시 전체가 디자인 부흥을 위해 역동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하지만 누가 권력을 잡느냐에 따라 도시 디자인정책이 달라지는 건 안타깝고 아쉽다."

―한국 디자인 정책이 제대로 된 길을 가려면 어떤 것이 가장 필요한가.

"외국 디자인을 무조건 동경하거나 해외 유명 디자이너를 데려오는 걸 벗어나, 고유의 영혼을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또 무조건 새것을 짓고 크게 늘리는 것보단 도심 속 전통 가옥과 상징물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가구회사 '에드라' 아트 디렉터 마씨모 모로찌

―한국 기업 또는 디자인 회사가 내놓는 제품을 보며 느낀 점은?

"아직까진 너무 대기업 위주로 움직인다는 느낌이다. 이탈리아나 일본은 소규모 기업 또는 디자인 그룹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고 전시를 꾸민다."

―기업은 궁극적으로 어떤 디자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까?

"이야기가 있는 디자인. 예쁘거나 독특한 것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령 브라질 디자이너 캄파냐가 만든 자투리 천 소파는 겉모습이 그리 아름답진 않지만, 공장에서 버려진 가죽 조각을 모아 이전에 볼 수 없던 형태를 만든 덕분에 전 세계에서 극찬을 들었다."

―디자이너들이 보다 창의적인 작품을 내놓기 위해선 어떤 뒷받침이 필요할까?

"이탈리아 디자인 기업에선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 그걸 구현하는 사람, 완성품을 다시 다듬는 사람이 따로 있다. 반면 한국에선 디자이너 한 사람이 밑그림부터 완성품까지 다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협업과 소통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 입력 : 2010.09.23 23:19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