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럭셔리 세단 알 수 있게 디자인

'신형 페이톤 디자인 총괄' 민트 폴크스바겐 수석 디자이너

안드레아스 민트(Mindt) 폴크스바겐 익스테리어 수석 디자이너는 지난 8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신형 페이톤<사진> 신차 발표회에서 직접 펜을 들고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가며 페이톤의 디자인 철학을 설명했다. 민트 수석 디자이너는 폴크스바겐의 독일 볼프스부르크 본사 디자인스튜디오에서 페이톤 디자인을 총괄한 익스테리어 디자인팀을 이끌고 있다.

폴크스바겐 본사의 수석 디자이너가 한국의 신형 페이톤 행사에 직접 참석해 디자인을 설명한다는 것은 한국시장이 페이톤의 전 세계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형의 경우, 전 세계 페이톤 판매순위에서 한국이 독일에 이어 한때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행사 전날 독일 볼프스부르크 본사에서 왔다는 그는 "한국의 거리에 최신 수입차들이 너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민트 디자이너는 "신형 페이톤이 '특별한(Unique)' '순수한(Pure)' '영속적인(Timeless)' '책임감 있는(Responsible)'이라는 네가지 콘셉트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이런 가치를 어떻게 고급차에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그는 전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고급차임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100m 거리에서도 페이톤을 보고 페이톤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아이콘(Icon)화하고 ▲빈약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당당한 존재감이 느껴지고 ▲순수함을 나타낼 수 있어야 하고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한 단순미가 느껴지는 제품 디자인 등이다.

그는 또 "페이톤에 구체적으로 과거 폴크스바겐 차량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폴크스바겐의 주력모델 골프에서 보이는 두꺼운 C필러의 강한 느낌이 페이톤에 그대로 차용돼 있는 것이 그 예다. 측면 디자인의 경우 앞쪽에서 뒤쪽으로 직선이 길게 뻗어 있는 느낌을 살렸다. 또 전조등의 형상은 하늘을 향한 것이 아니라 도로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듯한 느낌으로 만들었다.

▲ 안드레아스 민트 폴크스바겐 익스테리어 수석 디자이너는 8일 한국을 찾아 핸즈프리 마이크를 끼고,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페이톤의 디자인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 폴크스바겐코리아 제공

신형 페이톤에서 새로운 것은 라디에이터그릴과 전조등의 높이를 맞춰 전체적으로 선이 연결되게 디자인한 것이다. 때문에 전면부 느낌이 더 당당해졌다. 또 겉모습과 실내 모두에 광택을 없앤 부분과 광택을 살린 부분을 적절히 조화를 이뤄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민트 수석 디자이너는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부분"이라며 "트렁크 상단 부분과 차체를 연결한 부분(힌지)을 주목해 달라"고 했다. 이 부분을 보면 폴크스바겐이 이 차의 사소한 점까지 얼마나 세심하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올 때 현대차 에쿠스를 직접 몰아봤는데, 매우 특별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아차 스포티지의 프로포션(비례감)이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에 오자마자 서점과 디자인숍을 가봤는데, 서점에 디자인 관련 책이 많았고, 상점들도 매우 세련된 느낌이라고 전했다.

민트 수석 디자이너는 "아침에 호텔에서 폴크스바겐의 SUV 투아렉을 봤는데, 독일에서 봤을 때보다 거리에서 훨씬 도드라져 보이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독일에서는 폴크스바겐이 너무 많아 평균적인 자동차로 보일 뿐인데, 한국에서는 더 멋져 보였다는 것이다.

또 신형 쏘나타의 공격적이고 논쟁적인 디자인에 대해서는 "현대차가 디자인에서는 도요타와 다른 길을 가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도요타 디자인은 쉽게 질리지 않는 디자인을 추구하지만, 현대차는 최근에 좀 더 눈에 띄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현대차 입장에서는 괜찮은 전략이라고 생각하지만 폴크스바겐은 그런 길을 가지 않는다"며 "우리는 '단순하고 깨끗한(Simple & Clean)' 디자인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ws-choi@chosun.com  입력 : 2010.09.1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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