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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표정을 불어넣어라, 빛을 디자인하라 … 자동차 조명의 진화

기아 쏘울의 스피커는 사운드에 맞춰 여섯 가지 컬러의 조명을 밝힌다. 포드 이스케이프의 컵홀더 주변 조명은 스위치만 눌러도 일곱 가지 색깔이 나온다. 렉서스의 실내등은 차가운 느낌의 희고 영롱한 빛을 뿜는다. 재규어 XF의 실내는 어둠 속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싸늘한 불빛이 스위치와 패널의 테두리를 예리하게 가른다.

오랜 세월 자동차의 조명은 어둠을 밝히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자동차 스타일의 한 요소로 당당히 자리 잡는 추세다. 실내 간접조명은 디자인의 기교를 부각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헤드램프의 보조 조명은 각 브랜드의 개성을 불어넣는 수단으로 인기다. 헤드램프의 테두리에 조명을 두르는 유행을 퍼뜨린 건 아우디였다.

BMW는 한때 헤드램프 안쪽에 조명을 통해 표정을 불어넣었다. 이젠 눈매의 윤곽을 밝히기 시작했다. 기아 K7과 스포티지 R 역시 비슷한 경우다. 벤츠와 포르셰는 범퍼 부위에 띠 모양의 주행등을 심었다. 선두주자 격인 아우디는 한층 과감하다. 헤드램프 한복판에 조명으로 과감한 라인을 그렸다. 고유의 표정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자동차에서 조명이 광원의 한계를 넘어 디자인의 요소로 거듭난 데에는 발광다이오드(LED)의 역할이 컸다. LED는 전류가 흐르면 빛을 내는 반도체다. LED의 밝기는 비약적으로 향상돼 왔다. 소재가 진화하면서 기판이 빛을 흡수하는 단점도 해소됐다. 개선된 기판 덕분에 LED의 밝기를 키울 수 있었다.

현재 판매 중인 자동차 가운데 80% 이상이 LED 부품을 조명에 활용하고 있다. LED는 전력 소모가 적고 수명이 10만 시간에 달한다. 구조가 간단해 디자인이 자유롭다. 습기가 찰 염려도 없다. 실내의 직간접 조명은 물론 브레이크등과 깜박이, 스위치 등에 쓰고 있다. 아우디 R8과 A8, 렉서스 LS 600hL, 현대 에쿠스 리무진은 LED를 헤드램프로 쓴다.

LED가 널리 쓰이면서 조명의 컬러도 한층 다채로워졌다. 기능도 보다 다양해졌다. BMW의 LED 브레이크등은 페달을 밟는 세기에 따라 불빛 밝기에 차등을 둔다. 그러나 LED가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있다. 발광원 한 개의 밝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여러 개를 모아야 한다. 이 때문에 과열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 아직까진 가격도 비싸다.

그래도 LED의 앞날은 밝다. “LED의 진화 속도는 컴퓨터 못지않다. 2년마다 성능이 30%씩 개선되고 있다. 2018년이면 LED의 밝기가 할로겐램프의 8배에 달할 것이다.” 아우디 조명 개발팀을 이끄는 슈테판 벌리츠의 설명이다. LED의 진화에 가속이 붙으면서, 자동차 디자인에서 조명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커질 전망이다. 아우디는 조명 전문 디자이너도 따로 두고 있다.

김기범 중앙SUNDAY 객원기자
[중앙일보] 2010.09.16 00:10 입력 / 2010.09.16 00:10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