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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역전극 꿈꾸는 LG전자 디자이너 4인방

역전극 꿈꾸는 LG전자 디자이너 4인방 "외형 디자인보다 '소비자 감성' 맞춘 스마트폰 내놓을 것"

디자인에 인문학 더하고 소비자 행동양식 연구했다 연말, 스마트폰 라인업 완성

불과 1년 전만 해도 일반 휴대폰 시장에서 LG전자의 위력은 막강했다. 초콜릿폰·와인폰·쿠키폰 등 파격적인 디자인을 앞세운 제품으로 삼성전자와 함께 휴대폰 코리아를 이끌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드라마틱하게 전 세계 시장 주류로 떠오르면서 LG전자는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LG전자 스마트폰은 언제쯤 다시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까?

이 해답을 얻기위해 Digital BIZ가 LG전자 서초R&D(연구개발)캠퍼스를 방문, 휴대폰 디자인 4인방을 만났다. 이철배 휴대폰 디자인연구소장, 차강희·박세라·김영호 전문위원이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LG전자 휴대폰의 역전극을 노리는 사령탑이다.

 
▲ LG전자 휴대폰 대표 디자이너들이 MC디자인연구소 앞에서 주요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왼쪽부터 박세라 전문위원(옵티머스 원 위드 구글), 이철배 상무(옵티머스 시크), 김영호 전문위원(옵티머스Q), 차강희 전문위원(옵 티머스Z). / LG전자 제공

이들은 "UX(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중심 디자인으로 재무장된 스마트폰이 LG전자 휴대폰 부활을 이끌 것"이라고 했다. UX 디자인은 외관을 중시하는 기존의 디자인 방법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의 행동양식과 심리, 제품사용 등을 종합적으로 추적해 그 결과를 제품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10대 소녀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세상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는 곧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특화 기능을 중시하는 휴대폰이 이들 소녀에게 먹힌다는 뜻이다. 시장 조사를 해보면 30~40대 직장인들은 정보에 뒤처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지하철에서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 정보를 탐색한다. 그렇다면 이들에겐 정보검색 기능을 강화한 휴대폰을 제시해야 한다.

사용자 경험에 입각한 디자인은 LG전자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이는 전 세계 추세로, 전자 기기를 만드는 회사마다 UX 디자인을 표방하고 있다. 이철배 소장은 "제대로 벌여보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실제 UX디자인 전공의 이건표 카이스트 교수가 이달 초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으로 부임하면서 내부 직원들에게 "이제 휴대폰을 디자인하는 시대는 끝났다. 휴대폰에다 '~ing'를 붙여서 연구하라"고 했다. 휴대폰(phone)에 현재 진행형을 나타내는 'ing'를 붙인다면 'phoning' 즉 '전화 거는 행위' 자체를 연구하라는 것이다.

LG전자 휴대폰 디자인의 변화는 인적구성에서도 극명히 나타난다. 현재 연구원 인력 200여명 중 인류학, 사회학 등 인문사회과학 출신 연구원이 20여명에 이른다. 1년 전 8명에서 엄청나게 늘어났다. 소비자 행태를 깊숙이 연구하기 위해서는 인간을 탐구하는 인문학 연구원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인문학 전공자를 장기적으로 전체 인원의 4분의 1 수준까지 올릴 생각"이라고 했다.

UX디자인의 출발점은 스마트폰 고객 조사결과다. 차강희 위원은 "기존 휴대폰 사용환경과 달라 복잡하고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현재는 큰 화면과 같은 하드웨어로 시장에서 판가름나지만 조금만 지나면 일반폰처럼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시대로 넘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LG전자 휴대폰 디자인을 이끌고 있다는 자부심도 컸다. "예전 LG전자는 소비자계층을 잘게 나누어 타깃 소비자가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를 알아내고 이들을 위한 휴대폰을 내놓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초콜릿폰이다. 타 기업들이 오작동 많을 수 있고 불편할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감성적이고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전 세계 히트를 기록했다. 내부적으로도 초콜릿폰의 성공을 거울삼아 새로운 디자인의 휴대폰을 내놓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차강희 위원)

LG전자는 연말과 내년 초쯤 스마트폰 라인업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준비 중인 스마트폰을 보면 애플 같은 선두그룹 디자인을 따라가지 않고 LG스타일을 입히는 데 주력하는 듯 보인다. 최근 출시된 옵티머스 Z는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한 곡선 디자인이 아니라 각진 형태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일반폰으로 소개되고 있는 '미니'를 모태로 삼았다.

이어 내달 '옵티머스 원 위드 구글'을 선보인다. LG전자의 첫 글로벌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 120여개 통신사를 통해 출시가 확정됐다. 가격 장벽을 낮추고 디자인관점에서 보자면 피처폰과 스마트폰의 중간형태다. 박세라 위원은 "누구나 사용해도 무방하도록 군더더기 없고 튀지 않고, 친근한 디자인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옵티머스 시크(Chic)를 선보이고 10월쯤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7을 내놓는다. 이어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PC도 나온다. 4분기 중에는 전력 소모를 효율화시킨 최고 사양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화면 크기가 3.8인치로 멀티미디어 감상용에 초점을 맞췄다. 연말이면 보급형부터 프리미엄급까지, LG전자 스마트폰 라인업 윤곽이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이철배 소장은 "스마트폰 시대가 갑자기 찾아와 LG가 고전했다면 역으로 어느 순간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라며 "우리가 펼치는 역전극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호경업 기자 hok@chosun.com |기사 100자평(0) 입력 : 2010.08.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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