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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기타

이탈리아 디자인의 자존심, 디자인 실명제!

[Weekly BIZ] 이탈리아 디자인의 자존심, 디자인 실명제!

이찬·국민대학교 실내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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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100자평(0) 입력 : 2010.08.28 03:00 / 수정 : 2010.08.28 08:10

이탈리아는 지역에 따라 특색 있는 산업들이 발달돼 있다. 롬바르디아(Rombardia) 지역만 해도 메다(Meda)의 가구, 비첸자(Vicenza)의 귀금속, 비제바노(Vigevano)의 신발, 크레모나(Cremona)의 악기, 무라노(Murano)의 유리, 부라노(Burano)의 자수 산업이 각각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라 있다.

모두 전통적인 가내 수공업이 오랜 기간 계승돼 내려오면서 현대 산업으로 자연스럽게 발전됐다. 과거의 가내 수공업 방식은 요즘 각광 받는 다품종 소량 생산의 기반이 됐고, 그동안 축적되어온 기술적 노하우와 자부심은 장인 정신의 바탕이 됐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자존심은 '디자인 실명제'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이탈리아에서 나오는 제품의 대부분은 디자이너의 이름을 밝힌다. 자신이 만든 제품이 사랑받은 만큼 그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정신을 반영한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조명기구 제조사 중 하나인 '아르테미데(Artemide)'가'티지오(Tizio)'라는 제품을 내놓은 적이 있다. 1970년대 초 할로겐 조명기구의 등장과 함께 개발된 와이어리스 테이블형 조명기구인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렸고 지금도 가장 많이 팔리는 스테디셀러이다. 그런데, 이 제품을 디자인한 리처드 사파(Richard Saper)라는 독일 디자이너는 티지오의 개발 후 10년이 훌쩍 지난 1980년에 기존 디자인의 문제점을 보완해 업그레이드된 디자인을 내놓았다. 그는 이를 통해 디자이너로서 책임을 다함과 동시에 로열티도 더 획득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 명품의 또 하나의 특징은 같은 산업에서도 저마다 뚜렷한 정체성을 확보함으로써 과당 경쟁이나 중복 투자의 소지가 적다는 점이다. 가구산업을 봐도 카시나와 비엔비 이탈리아(B&B Italia), 드리아데(Driade), 카르텔(Kartell) 등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다. 이는 각자의 미의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즉 아무리 대박을 터트린다 해도 남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일은 절대로 않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끊임없이 창조적 혁신을 추구하는 것 역시 그런 자부심의 발로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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