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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현대카드가 기부한 서울역 버스쉘터 세계 3대 디자인상 석권

버스환승센터야, 작품이야?  

"아트쉘터"로 새롭게 탄생한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이미영 현대카드 브랜드실장(위),채정우 서울대 교수(아래)

서울역 버스환승센터가 새롭게 단장됐던 때는 지난해 7월이었다. 단순히 대중교통 간 환승 편의성만을 갖춘 버스환승센터가 아니었다. 첨단 IT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아트쉘터(Art Shelter)’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서울역 환승센터 내 12개의 승차대는 투명한 유리에 발광다이오드(LED)를 삽입해 미디어 아트를 구현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서울역 아트쉘터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3대 디자인상을 모두 석권했다. 지난 8월 초 미국의 국제우수디자인상(IDEA)으로부터 환경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연초에도 독일 레드닷(Red dot)과 국제포럼디자인상(iF)으로부터 각각 ‘위너(Winner)’와 ‘어워드(Award)’ 상을 받았다.

이 같은 쾌거를 거둔 배경엔 서울시의 역할이 컸다. 권영걸 전 서울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부시장)이 중심이 돼 서울역 버스환승센터를 랜드마크로 개발하고자 했다. 서울시는 ‘공공시설물 디자인 가이드라인’에 의거해 단순한 형태와 차분한 색채로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기능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버스환승센터를 조성해야 했다. 하지만 서울역사 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랜드마크로 기능해야 한다는 제약이 따랐기 때문에 처음부터 어려움이 예상됐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서울역 아트쉘터 설립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대카드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있었다. 디자인 마케팅이 뛰어난 현대카드가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서울시 공공디자인 사업에 참여하면서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버스환승센터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미영 현대카드 브랜드실장은 “현대카드가 잘하는 부분을 사회에 기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버스쉘터를 만들어야 시민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버스쉘터로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베를린 등 선진 도시들을 벤치마킹했다”며 “공공적인 요소에서도 미학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카드의 의뢰로 서울역 버스쉘터를 아트쉘터로 디자인한 주인공은 채정우 전 씨에이플랜 대표(35)다. 현재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인 디자이너 채정우 씨는 서울시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에 충실하기 위해 투명하고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이고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기능면에서는 시민들의 움직임을 감지해 영상으로 반응하게 하고, 초음파 센서를 통해 버스의 도착을 감지할 수 있는 등의 인터랙션 요소를 포함시켰다.

채 교수는 “공공시설물이 있는 장소 자체를 미디어가 되게 했으며, 온·오프라인을 통해 많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장소기반 미디어(Locative Media)가 도입된 최초의 공공시설물로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렇듯 서울역 아트쉘터가 만들어지기까지 서울시의 공공디자인정책, 현대카드의 재능기부, 전문 디자이너의 참여가 함께 어우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오준식 현대카드 디자인실장은 “아트쉘터의 탄생은 특히 서울시 차원에서의 비전 제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간 디자인서울에 논란이 많았음에도 묵묵히 비전을 이해하고 실천해왔다”며 “버스쉘터의 기능과 스타일 그리고 시대적으로 디자인이 지향하고 싶은 부분들이 맞아떨어지면서 세계적인 디자인상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카드는 재능기부라는 특별한 성격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공공디자인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좀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권영걸 전 서울시 부시장은 “서울시 규정만 놓고 보면 공공디자인 결과물에 기업에 관한 일체의 표기를 못하게 돼 있어 기업들이 공공디자인 사업에 참여하고 싶어도 선뜻 기부에 동참할 수 없는 구조다”라며 “세계 선진도시에 알맞게 법·제도적 차원에서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onga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70호(10.08.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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