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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Slowalk,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걸음--'I VOTE for GREEN'

서로가 경주하듯 속도를 즐기는 이 세상을 느리게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내딛다 보면 더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하고, 느끼게 된다. 발걸음이 느려지는 만큼 내가 무심코 지나칠 것들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 친환경 대안 기업인 슬로워크(slowalk)의 신념이 바로 그것이다.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나의 이웃과, 환경, 우리 사회에 대한 배려의 시선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들은 ‘그린 디자인’과 ‘소셜 디자인’을 추구하며 창의적일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있어 에코 프로세스는 물론, 설립 이래 꾸준히 많은 비정부기구(NGO)들의 디자인 작업을 도맡았다. 그리고 올해에는 친환경정책을 지지하는 ‘Vote for Green' 캠페인, 4대강 사업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이미지로 표현해 배포하는 ‘안녕’ 캠페인을 직접 진행하고 있다. 속도보다는 깊이를 추구하는 기업 slowalk와 임의균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임의균 대표와 슬로워크의 직원들.

-[slowalk]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슬로워크는 'platform for design and green'이라는 모토로 시작되어 지속가능한 친환경 크리에이티브를 제시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비영리기관과 각 기업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대안기업입니다. 슬로워크에서는 친환경 프로세스를 이용하여, 그래픽디자인․웹 디자인․영상․블로그․캠페인 사업 등 통합 커뮤니케이션디자인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직원은 10명 정도로 규모는 아직 그리 크지 않지만 최상의 그린 디자인을 창조하는 디자인 그룹이 되고자 노력하며 성장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주요 클라이언트로는 아름다운재단, 세이브 더 칠드런, 유니세프 등이 있습니다. 비영리 기관의 일반적인 디자인 작업 뿐 아니라 캠페인 단위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맡아 통합 디자인 사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정말 어려운 단체들 중심으로 일 년에 1~2곳 정도 후원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희망제작소 CI 아이덴티티작업, 아름다운재단의 ‘나눔 교육’ 캠페인과 소식지 ‘콩 반쪽’, 세이브 더 칠드런의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캠페인 시즌2 키트 작업 등이 있습니다.

-임의균씨에 대한 소개와 [slowalk]를 만든 계기를 설명해주세요.
“대학에서는 순수회화를 전공했으나 예전부터 환경, 인권에 대한 관심이 많았죠. 무엇보다 저뿐만 아니라 가족이 모두 예술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두 가지를 결합한 일들을 하게 됐어요. 90년대 후반, 프랑스 유학을 준비하는 동안 참여연대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됐어요. 그 때 저는 디자인 업무를 담당했고, 프랑스에 다녀와서도 그 인연은 계속 이어졌죠. 그렇게 NGO에서 자원 활동가로 일하던 것이 인연이 되어 디자이너이자 기획자의 길로 들어서면서 슬로워크(Slowalk)를 세우게 되었죠.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NGO들이 진행하는 캠페인에는 BI(브랜드 아이덴티티)개념이 없었을 때인데, 저는 그 필요성을 깨닫고 BI 개념을 도입, 일관성 있는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그것이 저의 가장 큰 변화이자 성과라고 봐요.”

-[slowalk]가 지향하는 ‘소셜 디자인 ’이란 무엇인가요.
“작금에 사회적 기업, 친환경이란 말을 많이 합니다. 마치 유행처럼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이고 또 사회적이어야만 하지요. 디자인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동안 마땅히 생각해야 할 문제들이 사회적 문제, 환경에 대한 문제라 봅니다. 즉 저희가 지향하는 것은 뭔가 거창하게 소셜 디자인, 그린 디자인을 표방한다기보다는 우리가 살면서 가장 가까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4대강 사업으로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들을 표현한 '안녕' 캠페인.

-[slowalk]가 실천하는 친환경 공정은 무엇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클라이언트에게 인쇄 프로세스에서 종이 손실 없는, 표준판형으로 제작을 권장해 드립니다. 콩기름 인쇄, 재생지사용도 중요합니다만, 가장 중요한 점은 거래처인 갑-을 관계에서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라 생각됩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이반일리치는 '친환경이란 서로 보살피며 배려하는 마음이 보다 나은 삶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에 있다.'라고 했습니다. 즉 환경문제에 있어서도 서로에 대한 배려심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친환경 인쇄 프로세스도 그러한 배려의 일부분이라 생각해요.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인쇄를 다해놓고 이해관계 때문에 잔업을 하거나 오타 하나 때문에 재인쇄를 하는 일은 엄청난 낭비이며 서로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음을 의미하겠죠!”

-[slowalk]가 진행하는 'I VOTE for GREEN' 캠페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I VOTE for GREEN' 은 3년 전에 시작한 캠페인입니다. 엽서와 포스터를 신청하시는 분들에게 'I VOTE for GREEN'라 적혀있는 작은 팻말을 보내드리고 사진을 찍어 보내주시면 그것을 블로그에 올리는 아주 간단한 캠페인이지요. 이 캠페인은 일종의 선언 같은 거예요. 나는 자연을 지지하겠어! 혹은 친환경정책을 지지 하겠어! 처음에는 슬로워크 사무실 방문하시는 분들 위주로 사진을 찍어서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캠페인을 꾸준히 아주 오랫동안 지속할 생각입니다! 캠페인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블로그(www.voteforgreen.or.kr)에 방문해 함께 참여해 주세요.”

I VOTE for GREEN 캠페인.

-[slowalk]의 블로그(slowalk.com)를 보니 환경과 사회에 대한 깊은 관심이 느껴집니다. 그 중 임의균 씨께서 가장 관심을 가지시는 주제는 어떤 것이 있나요?
“블로그는 슬로워크에서 홈페이지와는 별개로 운영하고 있는 친환경 문화 블로그에요. 환경을 큰 주제로 하여 문화, 교육, 캠페인, 음식, 건강, 디자인 등과 관련된 양질의 컨텐츠를 주로 다루며, 한국의 트리허거(www.treehugger.com)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제가 늘 관심을 가지는 주제는 아주 일상적인 것들입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라는 말이 있지요. 인간이 살아가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일로써의 디자인이나 캠페인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술발전이 우리사회를 풍요롭게만 만드는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작은 아이디어나 작은 행동이 보다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블로그 포스팅 중 ‘아프리카 한 마을의 오프라인 트위터'란 포스팅이 있습니다. 빠른 인터넷도 없고, 전기도 잘 안 들어오는 마을이지만 작은 칠판하나가 마을 공동체 전체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바로 이런 것이 작은 아이디어의 큰 힘이라 할 수 있겠죠!”

- Slow walk. 즉, “천천히 걸어간다”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카프카의 단편집 중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선한사람은 보폭을 맞추어 걷는다.' 지금 우리사회는 격차가 너무 심하죠. 빈부의 격차, 이념의 격차 등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그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하여 그저 ‘천천히 걷는다.’ 라는 말 그대로 세상의 보폭을 맞추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slowalk]의 디자인을 보면 환경을 사랑하는 순박한 아름다움과 디자인으로서의 세련됨이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속가능한 친환경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이 있다면?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늘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친환경이란 그저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입니다. 즉 자연의 순리대로 두는 것이죠. 인간이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쉽게도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비어있음, 예산 절감, 보조하는 역할로써의 디자인, 정확한 정보전달, 솔직함, 겸손함, 배려심……. 이런 것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다보면 가끔, 아주 가끔 (웃음)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slowalk]와 같이 아름다운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대학생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며칠 전 원재훈의 <착한 책>을 보았습니다. ‘착하다: 살아있기 때문에 우리가 마땅히 지불해야 할 삶의 태도’란 문구가 있더군요. 기본적으로 인간은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그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힘이라 믿습니다. 그러한 선한 마음을 바탕으로 일을 대한다면 분명 좋은 일들이 생길 거라 생각합니다. 일과 마음가짐을 별개로 생각하지 말고, 꾸준히, 지치지 않고 나아갑시다!”

이경화/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기자 (웹場 baram.khan.co.kr)

입력 : 2010-08-24 00:35:42수정 : 2010-08-24 01: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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