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sign Trend/패션

천연염료, 발전 막는 걸림돌은 무엇인가?

칼럼-천연염료, 발전 막는 걸림돌은 무엇인가? 

몰지각한 수입업자. 딜러로 인해 천연염색 발전 가로 막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환경친화적 섬유패션시장의 확대 속에 천연염료를 사용한 천연염색 제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아직까지 친환경 천연염색이 전체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향후 글로벌화되는 섬유패션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는 만큼 천연염색 시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천연염색 완제품 시장, 즉 의류(패션) 시장만 놓고 보면 관련시장의 증가세는 뚜렷하다. 천연염색 전문브랜드 한 곳에서 연간 소비하는 원단만 1~5만 야드를 훌쩍 뛰어넘어 10만 야드까지 소비하는 브랜드가 생겨날 정도가 됐다. 이런 현상만 보더라도 국내 천연염색 업계를 고무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양적 성장은 천연염색 전문기관, 단체를 비롯해 전국 천연염색 동호회에 소속된 천연염색인들의 열정과 노력의 합작품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천연염색 산업이 이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려면 천연염료 수입업체 및 딜러업체에 대한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에 필자는 우리나라 천연염료 수입업체와 딜러들에 대해 몇가지 문제점을 제기한다.
 
오늘날 화학염색이 혁신적이고 눈부신 발전을 하는데 염료회사들의 철저하고 세밀한 기술 서비스와 끊임없는 연구개발이 바탕이 됐다. 물론 이것은 합성염료와 합성염색에 국한될 수 있지만 천연염료, 천연염색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즉 화학이 됐든 천연이 됐든 염색. 염료는 절대 따로 생각할 수 없는 밀접한 연관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연염료 수입. 딜러 업자들은 자신들이 취급하는 염료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모르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더구나 천연염색과 관련된 정보나 기술서비스 제공은 아예 기대하기 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다.

실제 국내에서 유통중인 대부분의 천연염료는 염색 관련 선지식과 경험이 전혀 없는 무역상들을 통해 수입되고 있다. 이러한 무역상들은 자신이 직접 판매하기 힘든 점을 인식하고 그 대안으로 천연염색을 현업으로 하고 있는 공방들을 판매 딜러로 적극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천연염색 공방들은 각종 천연염료에 대한 제반 성상과 자세한 염법도 제대로 모른 채 단지 판매 이윤 취하기에만 급급한 실정이어서 천연염색의 경쟁력 확보를 가로막고 있다.

천연염색 딜러들도 본인이 판매하는 천연염료가 실제로 100% 천연인지 아니면 합성염료가 혼합된 것인지 조차 모르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천연염료가 진품인지 짝퉁인지도 파악하기 힘들 정도인데 하물며 단색염료인지 아니면 두 가지 칼라가 합쳐진 염료인지, 염료가 아닌 다른 이물질이 고의로 포함돼 있는지, 염료의 고형분은 얼마인지, 수분율은 얼마인지, 염료의 평균입자와 그 분포도는 어떠한지, 염색시 온도별 염료의 일드(Yield) 및 빌드업(Build-up)성은 어떤지, 최적 염색방법은 어떠한지, 표준염색시료의 제반견뢰도는 어떠한지 그리고 각 염료별 화학분석데이터는 확보되어 있는지 등은 두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행여 천연염료 때문에 천연염색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원 수입업자의 탓으로 아주 간단하게 책임을 회피해 버리는 등 딜러의 무책임은 천연염색의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이자 소비자들로부터 천연염료 제품의 강한 불신을 야기하는 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합성염료의 경우 새로운 염료 개발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짧지 않은 시간 그리고 경비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노력은 천연염료를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경우에도 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 자신이 판매하는 천연염료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으로 영업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판매하는 천연염료에 대한 확신도 없이 가격만으로 시장을 점유하겠다는 얄팍한 상술은 사라져야 한다. 자신이 없다면 최대한 빨리 판매영업을 중단하는 것이 우리나라 천연염색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올바른 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국내에서 가장 큰 수입업체 사장으로부터 얼마전 우리나라 천연염료 시장이 정말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가 던진 말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다. 그가 한국 천연염색 업계를 걱정하며 던진 말의 골자는 이렇다.

 “제가 처음으로 천연염료를 수입해 판매할 때는 몇 달 동안을 조사해 염료를 결정했지요. 세계 각지의 천연염료 제조업체들로부터 메인 샘플을 구입한 뒤 각종 천연염료의 성상과 염료별 최적의 염색처방을 만들어 표준화하고 품질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 1년반 동안이나 화학공장 실험실 등을 찾아다녔지요.  화학공장 실험실은 심야시간에만 이용하는 등 힘들고 어렵게 천연염료를 결정해 국내에서 판매하게 되었을 때 정말 말할 수 없이 기뻤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솔찍히 저 한테 그런 열정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힘이 빠져 있습니다. 최근 국내 천연염료 업계(판매시장)는 품질, 개발비용, 테크니컬서비스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가격조건만 가지고 흥정하며 판매와 구입이 이뤄지고 있어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의 말처럼 현재 국내 시장은 천연염료 수입업체나 딜러가 보증해야 하는 염료에 대한 확신을 무책임하게 구입자 즉 천연염색 공방에 떠넘기고 있는데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천연염색 공방은 염료 딜러로서 돈을 벌고 있는 반면 상당수 공방은 그들과 실력 면에서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딜러 때문에 마땅히 누려야 할 기술서비스를 받지 못함으로써 돈을 낭비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

천연염료의 가격만 싸다고 아무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입한다면 고의든 아니든 짝퉁 천연염색을 해야 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있을 수 있음을 명심하고 천연염색 공방들의 현명한 선택이 과거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패션저널:윤성민 기자] 뉴스일자: 2010-08-18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세계섬유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