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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부산 공공미술 디자인 해외 진출

동서대 안병진 교수 등 4명
싱가포르 도시철도 공사구간 100m×2.5m 옹벽에 작품 그려
다른 구간 작업에도 참여 예정

설치 전(위), 설치 후

싱가포르의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에 부산의 공공미술(디자인)이 설치된다. 부산 동서대 퍼플릭디자인 앤라이팅연구소는 싱가포르 서북쪽에 위치한 도시철도(MRT) 2호선 공사구간에서 지난 16일부터 닷새간의 일정으로 공공디자인 설치작업에 들어갔다. 디자인학부 안병진 교수와 장화영 사진작가, 연구원 2명 등 총 4명이 한 팀을 이뤄 싱가포르 주민들이 공사의 방해를 받지 않고 도심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도로가를 아름답게 꾸미게 된다. 국내 공공미술디자인이 해외에 진출한 보기 드문 사례이다.

도시철도 공사현장은 왕복 8차선(편도 4차선)의 넓은 도로 가에 있다. 이곳에는 산사태 방지를 위해 가로 100m 높이 2.5m 철골 옹벽(사진)이 설치돼 있다. 안 교수팀은 여기에 'walk good!'이라는 제목의 공공디자인 작품을 그린다. 운동화를 신은 사람들의 발이 부지런히 그리고 활기차게 걷고 있는 모양이다. 장화영 작가의 사진작업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디자인화한 것이다. 걷는 형태는 동양화의 특징인 흑백 라인 드로잉으로 처리하고 여기에 서양화의 원근법을 강조한 사진 촬영기법을 융합해 표현하게 된다. 하얀 바탕에 빨간색으로 'walk good!'이라는 글자도 넣는다. 싱가포르 국기에 하얀색과 붉은 색이 쓰인데서 따왔다. 한마디로 '성공을 위한 행복한 발걸음'이다. 작업은 20일 완성된다. 옹벽 디자인은 이 구간 공사가 완공되기까지 3~4년간 유지된다.

안 교수는 "옹벽의 위치가 교통량이 많은 대로변인데다 바로 뒤편에는 주택가가 있어 주민들이 이곳으로 조깅이나 산책을 많이 다니는 구간으로 알고 있다"면서 "공사의 소음이나 분진과 같은 것에서 비롯되는 피로감을 조금이라도 없애주려는 배려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현재 싱가포르 도시철도 공사는 한국의 SK건설이 맡고 있다. SK건설은 2000억 원 규모의 공사를 지난해 6월 수주했다. 싱가포르육상교통국(LTA)이 발주한 이 공사는 싱가포르 도시철도 도심선 2단계 사업 중 915공구인 뷰티월드역∼힐뷰역 간 연장 2.3㎞를 지하로 연결하는 공사다. 이 구간 토목공사는 오는 2013년 4월 완공되며 전체 공사는 2015년 7월 준공된다.

현장에서는 딱딱하고 번잡스러운 공사현장에 예술의 아름다움을 접목하기 위해 영국 출신의 아트디렉터까지 두고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SK측은 한국의 공공디자인을 선보이고자 부산에 있는 안 교수팀을 초청했다. 안 교수팀은 이번 옹벽 디자인 외에도 도시철도 공사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다른 구간의 공공디자인 작업에도 참여하게 될 계획이라고 전했다.

동서대 부설 연구소인 퍼블릭디자인 앤라이팅연구소는 그동안 부산 가야로 옹벽의 그래픽 아트와 용호동 부산환경공단의 오수처리조 외곽디자인 등의 작업을 해왔다. 부산-김해 간 경전철 21개 역의 안내판도 최근 완료해 곧 선보이게 된다.

안 교수는 "싱가포르는 한국만큼 공공디자인이나 공공미술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장 아트디렉터와 충분히 논의해 싱가포르에 한국 공공미술의 아름다움을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입력: 2010.08.18 20:00 / 수정: 2010.08.18 오후 1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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