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sign Trend/산업

아이디어와 표현의 균형, 아트디렉터 '우에하라 요스케'

“디브로스의 ‘에코’ 낭비하지 않는 것” 

▲ 디브로스(D-BROS)의 아트디렉터 우에하라 료스케     ©뉴스컬쳐DB
 
(글/조동희) (정리/뉴스컬쳐=유미란 기자)

15년 전 어느 날, 일본의 광고회사 드래프트(Draft)의 대표 미야타 사토루는 문득  ‘일본에는 제품 디자인 부문에서 활약하고 있는 사람이 참 적구나’ 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거기에 광고 일을 하면서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은 뒤 함께 어떤 상품에의 애정을 키우며 그 제품의 이미지를 함께 만들어가다가도 클라이언트측 담당자가 바뀌는 순간 무정하게도 발주가 뚝 끊기는 일 등에서 분노(?)와 쓰라린 아픔을 경험하며 '아예 우리 회사에서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책도 생각하며 광고까지 해버리자!' 라고 생각하고는 사내에 프로덕트 디자인부를 신설했다.
 
이렇게 시작한 작은 사내 자회사가 십여 년이 지난 지금, 그래픽을 기반으로 뉴욕ADC 등 세계 유수의 어워드에서 수상한 사랑스러운 스테이셔너리 제품들을 쏟아내고 우에하라 료스케와 와타나베 요시에라는 스타 디자이너를 배출한 디자인회사 디브로스(D-BROS)가 되었다.
 
디브로스의 아트디렉터, 우에하라 료스케와 디브로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디브로스는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미야타 사토루(宮田識), 아트 디렉터이자 디자이너인 우에하라 료스케(植原亮輔)와 와타나베 요시에(渡邉良重)를 중심으로 네 명의 디자이너와 프로듀서 한명、크리에이티브 코디네이터(제작진행) 1명, 영업&홍보 2명, 사무직 1명, 이렇게 총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사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작은 기업이지만 프랑스에서도 인턴 문의가 올 정도로 대외 인지도도 상당한 편.
 
한국에서도 이들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과일 메모장(Kudamemo)은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으로 알려지며 알아보는 사람이 꽤 된다. 하지만 이들은 인터뷰 내내 아직도 자신들은 작은 회사에 불과해 앞으로 갈 길이 멀 다며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디브로스는 사실 메이커로서는 아직 작은 회사이기에 '우리 회사의 철학은 이런 것이랍니다' 라고 큰소리로 내놓을만한 것은 아직 없습니다. 단, 회사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은 디자인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지요.
지금은 그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철학을 서로 부딪혀가며 한 가지 큰 철학을 구축해 나가는 중간 여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미야타 사장님은 아이디어를 가장 중요시 하는 사람인데 반해 저와 함께 아트디렉션을 맡고 있는 와타나베 요시에씨는  '표현'에 가장 신경을 쓰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 양쪽을 적절히 왔다 갔다 하는 편이고요. 하지만 이렇게 아이디어와 표현이라는 날개에 균형 잡혀있기에, 이 두 날개로 앞으로 더욱더 크게 날갯짓을 해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디브로스 디자이너들이 손꼽는 회사의 자랑이자 영감의 원천은 바로 아기자기한 정원. 온갖 꽃과 나무가 피어있는 이 정원은 제품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고.
 
"저희 사장님은 늘 사원들의 의식이 회사 정원을 향하도록 유도하곤 합니다. 왜냐하면 그 정원에 여러 가지 좋은 아이디어가 숨어있기 때문이지요. 예전에 비닐로 만든 꽃병을 만들 때에도 이 정원이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가져다주었답니다. 제가 샴푸 리필용 패키지의 라벨 디자인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그날은 피곤해서 집에 돌아가 버렸지만, 그 다음날 출근해 보니 한 송이 꽃이 그 안에 꽂혀 있었지요. 저는 바로 그때 ‘아, 이거 상품으로 만들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고는 곧바로 이 리필 패키지를 모양으로 하는 꽃병 디자인에 착수하였습니다. 또 디브로스의 상품 중에는 회사 정원에 핀 동백나무를 모티브로 한 시계도 있답니다. "
 
 
▲ 디브로스(D-BROS)의 비닐로 만든 꽃병     © 뉴스컬쳐DB 
 
이 비닐로 만든 꽃병은 디브로스를 먹여 살리는 간판 상품이 되며 매년 새로운 무늬를 한 시리즈가 출시되고 있다. 디브로스는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회사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주력 히트상품'이 회사의 재정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회사로서야 모든 상품이 잘 팔렸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들다보면 분명히 잘 팔리지 않는 아이템도 있기 마련입니다. 디브로스에도 그런 제품들이 꽤 있습니다. 이러한 아이템들에서 오는 적자를 회사의 간판 아이템, 히트 상품이 메워 줌으로써 회사는 안심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제2, 제3의 히트 아이템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디브로스를 대표하는 히트 아이템은 바로 앞서 말한 비닐로 만든 꽃병「hope forever blossoming」입니다."
 
디브로스만의 또 다른 특징은 가상의 공간을 무대로 스토리를 가진 제품 라인이 있는 것. 이 공간의 이름은 호텔 버터플라이(Hotel Butterfly)이다.
 
"호텔 버터플라이가 탄생한 계기는 사실 굉장히 개인적인 이유에서 였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내야하는 부담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해결책…'이었다고나 할까요? 우리 디자이너들은 항상 아이디어를 추구하죠. 그리고나 서 그 아이디어에 맞추어 디자인을 쫓기에 하나의 아이디어에 하나의 디자인밖에 나올 수 없습니다. 그게 약간 고역이라면 고역이지요.
 
그래서 어느 날 '어떤 스토리를 하나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제품을 만들어 낸다면 그 이야기가 있는 한 그에 맞추어 계속해서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호텔은 여러 가지 드라마가 펼쳐지는 장소입니다. 약간은 더 특별한 미니어처 사회이지요.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비롯한 다양한 물건들이 존재합니다. 저희는 이에 호텔을 넣은 한 장의 포스터를 만들고 시리즈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제품들에서는 호텔 버터플라이라는 이름답게 나비가 곳곳에 등장한다.
 
"이 라인의 대부분의 상품들에는 나비가 날개를 펼치고 있는 모습이 프린트되어 있는데요, 그림자 덕분에 때때로 실제 나비가 앉아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답니다. 또 호텔 버터플라이 프로젝트의 포스터와 상품들은 여러 가지 이미지를 연상시키죠. 이 '연상'이라는 것은 사람에 따라 달라집니다. "호텔 버터플라이=구매자의 상상력*디브로스의 이미지" 라고나 할까요. 2010년에도 호텔 버터플라이 시리즈를 계획 중에 있습니다. 아직은 작은 브랜드이기 때문에 이를 큰 프로젝트로 진행시키지는 못하고 있지만, 열심히 분발하여 더욱 큰 프로젝트로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디브로스만의 특별한 아이디어 도출법, 브레인 스토밍 방법이 있는지도 물어보았더니 약간은 예상외의 대답이 돌아오기도.
 
"사실 저는 브레인 스토밍을 싫어하는 편입니다.(웃음) 왜냐하면 목적에 서둘러 접근해야 하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면 점점 목적에서 멀어지는 부분에서 의논이 전개되는 점, 그리고 ‘말발에서는 지지 않겠다!' 라는 식의 말싸움 대회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잡담을 하는 것도 때때로 좋은 점이 있긴 합니다만, 아이디어가 나올 때에는 순발력 있게 캐치하는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잡담은 늘어지기 쉽기 때문에 저는 되도록이면 2-3명 소그룹으로 스피디하게 의논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아이디어는 하루하루 쌓아가는 것으로, 갑자기 끄집어낸다고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평소에 꾸준히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으면, 아이디어가 바로바로 나오는 경우도 있지요. 매일매일 일상의 여러 가지 것들을 관찰하고 있다 보면 다양한 곳에서 아이디어 소스가 튀어나온답니다. 저의 경우는 디자인 관련 서적을 읽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회를 잘 관찰하는 것, 그리고 신념과 철학을 갖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라는 것은 ‘방법’일 뿐입니다.  어떠한 물건을 만들어 낸다는 것에는 방법에 앞서 의지와 목적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게다가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표현이 좋지 않으면 이 또한 아무런 의미가 없지요. 또, 완성품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에게 잘 전달되지 않으면 이 또한 의미가 없습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을 잘 교통정리 해주는 것이 제품을 제작하는 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열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 디자인계에서도 최대 키워드가 되고 있는 '에코 디자인'. 이에 대해 디브로스는 어떤 견해를 가지고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도 물어보았다. 이에 대한 이들의 입장은 '장인정신을 갖는 것이야말로 환경을 살리는 것이다' 라는 것.
 
요즘 디자인계에도 몰아치고 있는 그린 디자인 바람. 디브로스는 이러한 에코 디자인에 대해 약간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저희가 생각하는 에코는 '물건, 또는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디자인의 좋은 물건을 만들면 그것을 구입한 사람은 물건을 소중히 여기고 오래도록 쓰게 되죠. 에코라는 게 따로 특별히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를 만들더라도 사람들이 오래도록 애정을 가지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그린 디자인이라 생각합니다."
 
이들의 2010년 계획과 더불어 마지막으로 '디자인 회사들이 좋은 회사로서 유지해 가는 데에 필요한 마음가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의 답을 들어본다.
 
"디브로스는 2010년에도 지금까지와 같이 제품 만들기에 여념이 없을 것입니다. 저희에게 2010년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디자인 작업을 꾸준히 모아가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지금 일본이 불황인 탓에 많은 사람들이 쇼핑에 소극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요.(웃음)  좋은 회사를 만들어가는 데에 필요한 마음가짐은...역시 한 사람 한 사람이 경영에 대해 의식을 갖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내가 사장이었다면 어땠을까’ 라고 생각하면 ‘아, 나는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라는 식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 자신의 그릇을 자각할 필요도 있으며, 구성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잊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커뮤니케이션의 농도가 진하면 진할수록 일의 속도도 더불어 빨라집니다.
그렇게 되면 곧 아이디어 또한 점점 뚜렷한 형태를 갖추게 되며 기회가 왔을 때 재빨리 붙잡을 수 있게 된답니다."

Interviewee: Ryosuke Uehara (Senior Art Director)
 

▲ 우에하라 요스케의 아트워크     ©뉴스컬쳐DB

유미란 기자   
<저작권자 ⓒ 뉴스컬쳐(http://www.newsculture.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