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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기타

특허권 ‘선사용주의 VS 선등록주의’

특허권 ‘선사용주의 VS 선등록주의’

대형 의류업체 관계자들은 가장 곤혹스러운 것 중 하나가 이른바 개인업자 등의 ‘특허 사냥’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미 기업들이 쓰고 있는 디자인을 등록해 놓지 않은 경우 개인이 이를 등록한 뒤 소유권을 요구하는 경우다.

제일모직 등 패션 3사가 겪은 사례가 이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상표권 등 특허권 분쟁에 ‘이골’이 난 대형 업체들은 아예 개인사업자로 위장, 특허를 사들여 흡수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특허권 판정과 관련해 ‘선등록주의’가 아니라 ‘선사용주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인업자 위장, 특허권 구매도

대형 A사의 경우 신규 종합브랜드 매장을 꾸리기 위해 상표권 등록을 시도했으나 이미 비슷한 상표권이 등록돼 있어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회사측은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기 위해 담당 임원이 개인사업자로 위장해 상표권 소유권자에게 접근, 저렴하게 상표권을 사들일 수 있었다. 이 경우 특허는 원 소유권자로부터 대형사 임원을 거쳐 회사측에 귀속되는 과정을 거친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가(회사 차원에서) 산다고 하면 천문학적 금액을 부르게 마련”이라며 “아예 상무급 되는 임원이 개인사업자로 위장한 후 접근해 특허를 저렴하게 사들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와 반대로 상표권을 무더기로 등록한 후 회사측과 협상을 벌이는 업자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업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대기업 위주로 찾아다니며 상표권 영업을 한다는 것이다.

한 회사 관계자는 “다양한 브랜드와 마크로 이뤄진 상표를 무더기로 등록한 뒤 대형사에 찾아와 상표를 사라고 하는 사례도 많았다”고 말했다.

■“선사용주의냐 선등록주의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전문가 특허 사냥꾼과 기업의 분쟁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선사용주의’에 입각, 소유권 판정을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선사용주의는 관련특허를 누군가 먼저 취득했더라도 해당 마크나 디자인 등을 먼저 사용한 사례가 나타날 경우 소유권을 가질 수 없게 되는 것을 말한다.

다국적 제약업체의 경우 신약특허를 출원했지만 수년 후 이 약에 쓰이는 재료가 수백년 전부터 원주민들의 민간처방으로 쓰인 사실이 밝혀져 특허가 취소된 사례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선사용주의를 적용해 선의의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다”면서 “우리나라처럼 선등록주의를 적용하는 경우 일부 업자들이 사용하지도 않는 상표를 등록한 후 나중에 돈벌이 용도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sh@fnnews.com김성환기자
기사입력 : 2010-08-16 17:44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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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디자인 ‘저작권 전쟁’ 
 

#1. 의류 디자인에 ‘닻’ 모양이 들어간 제품을 판매해온 이랜드와 대형 의류업체들은 지난 2008년 개인업자 A씨에게 상표권 침해로 피소당했다. 닻 모양은 A씨가 오래 전에 등록한 상표이기 때문에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후 이랜드는 A씨의 상표권 등록 무효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최근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랜드를 포함, 그동안 닻 모양을 포함시켜 팔아온 의류업체들은 추가 소송을 진행하거나 A씨와 협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2. 수년 전 제일모직과 코오롱, LG패션 등 3사는 곤란한 일을 겪었다. 상표권엔 문제가 없었지만 기능성 디자인으로 인해 소유권 분쟁에 휘말리게 된 것. 개인업자 B씨는 모자를 탈·부착할 수 있는 의류에 디자인특허를 출원한 뒤 패션 3사에 소유권을 주장했다. 상표권에 비해 디자인 특허 출원은 드물어 대형사들이 소홀하게 생각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각사 변리사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이들은 머리를 싸맨 끝에 B씨보다 먼저 유사한 특허를 등록한 사례를 일본에서 찾을 수 있었고 3사는 이 사례를 이용, B씨의 디자인 소유권을 무효화할 수 있었다.

대형 의류업체들이 줄줄이 상표권, 디자인 소유권 분쟁에서 패소하면서 저작권 공포에 떨고 있다. 보편적인 디자인도 개인이나 중소 상공인이 먼저 등록한 경우 소유권 또는 저작권 침해 사실이 인정돼 제품을 팔지 못하거나 막대한 손해 배상금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 등을 포함한 40개 중대형 의류업체들이 중소업자와 2년째 상표권 소송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디자인 관련 소유권 등록이 잇따르면서 제품의 저작권 분쟁이 상표권에서 디자인 소유권으로 이동 또는 확대되는 양상이다.

 
■‘비슷한 마크·상표’ 줄줄이 패소

이랜드 등은 ‘닻’ 모양 마크가 들어간 의류를 판매해왔지만 앞으로는 소유권을 가진 업자와 협상하지 않는 한 의류에 ‘닻’ 모양을 넣을 수 없게 된다. 일각에선 이들 의류업체가 앞으로 추가 소송 또는 A씨와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특히 여름 의류는 (시원한 느낌을 주기 위해) 바다와 관련된 다양한 디자인을 넣어 팔게 된다”면서 “의류에 들어가는 모든 무늬까지 상표권 등록 여부를 챙기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제일모직은 미국 브랜드 ‘신시아 로리’를 들여와 판매했으나 다른 유통업자가 이미 등록한 ‘신시아 화이트’ ‘신시아’ 등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상표권 분쟁에서 패배,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결국 한국에서 상표를 등록하지 못한 두 회사는 계약을 파기하고 신시아 로리 사업을 담당한 제일모직 주요 임원까지 물러나는 사태를 빚었다.

■디자인 소유권으로 ‘표적’ 이동

전문가들은 대형 업체를 대상으로 한 소유권 분쟁 사례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인 업자나 중소 상공인들이 상표권에 이어 디자인 소유권을 등록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상표권 등록 건수는 지난 2000년 3만849건이던 것이 10년이 지난 2009년 5만3155건으로 2배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디자인 등록 건수는 1만8845건에서 3만2091건으로 역시 2배가량 많아졌다.

특히 디자인 중 텍스타일처럼 수명이 짧은 것들은 서식만 갖추면 등록이 가능해 디자인 등록 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이의신청이 제기될 경우 무효심판 분쟁 등을 통한 사후 해결 절차를 밟기도 한다.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제품 출시 뒤에 상표권 침해로 피소당하면 승소 여부와 관계 없이 비용, 이미지 등에서 막대한 피해를 본다”며 “이에 따라 출시할 때 상표권, 디자인 특허 침해 여부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허청의 박성준 상표심사정책과장은 “디자인 특허의 경우 품목별로 출원돼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활용, 이미 등록돼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그림, 모양 등을 100% 확인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그럼에도 특허 때문에 권리를 침해받기보다 보호받는 측면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ksh@fnnews.com김성환기자
기사입력 : 2010-08-1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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