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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행사

글씨와 그림으로 보는 격동 100년

‘붓 길, 역사의 길’전, 7월 23일~8월 31일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문의 02-580-1660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제공 | 중앙선데이 | 제179호 | 20100814 입력 

흥선대원군 이하응(李昰應·1820~1898)이 그린 ‘총란도(叢蘭圖)’(1870년대). 주식송(周植松)·오아회(吳雅懷) 제(題). 비단에 먹, 43.3×174.6㎝, 개화공정미술 소장 

쇄국과 망국, 독립운동, 그리고 광복과 정부수립.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 특별전’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100년간 요동친 역사의 주름을 한자리에 펼쳤다.쇄국과 개화, 매국과 순절, 친일과 항일, 좌파와 우파 등 서로 반대 입장에 있는 인물들이 남긴 글과 그림을 통해 어떻게 나라가 망했으며 어떻게 되찾았는지 조망해 보자는 것이 이번 전시의 기획의도다.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 개화파의 김옥균과 척사파의 최익현, 매국노 이완용과 자결한 민영환, 항일의 한용운·오세창과 친일의 최린·최남선, 광복 이후 분단 정국에서 남북공동정부 수립을 외쳤던 김구·여운형·조소앙과 남한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했던 이승만 등의 글씨와 그림을 볼 수 있다. 서예박물관 이동국 수석큐레이터는 “글씨에는 그것을 쓴 사람의 내면은 물론 시대의 사회상까지 반영돼 있다”며 “역사적 인물이 남긴 먹물 자국을 보면서 망국과 건국의 실체를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만(李承晩·1875~1965) 전 대통령의 글씨 ‘민위방본(民爲邦本-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다)’(1950년경). 종이에 먹, 37.9×139.4㎝, 이화장 소장 

이번 전시에 나온 이하응의 ‘총란도(叢蘭圖)’는 난을 잘 치기로 유명한 흥선대원군의 작품으로 난초의 군락지를 묘사한 보기 드문 작품이다. 개화기 작품만 주로 모으는 단국대 황필홍(정치철학) 교수가 내놓았다. 1905년 11월 7일 일본의 강압으로 이뤄진 을사늑약에 분을 못 참고 자결한 민영환이 남긴 유서는 ‘육군부장정일품대훈위 민영환(陸軍副將正一品大勳位 閔泳煥)이라고 적힌 명함 앞뒤에 촘촘하게 적혀 있다.

김구(金九·1876~1949) 선생의 글씨 ‘헌신조국(獻身祖國-통일된 조국을 위해 몸을 바친다)’(1948). 종이에 먹, 30.6×131.5㎝, 개화공정미술 소장 

위창 오세창 선생이 직접 탁본을 뜨고 설명을 붙인 ‘삼한일편도’ 등도 눈길을 끈다. 9월 16일부터 10월 24일까지 장소를 예술의전당 비타민스테이션 V갤러리로 옮겨 연장 전시될 예정이다. 입장료 5000원,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