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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패션 감각도 정상급, 퍼스트 레이디 셋

[style&] 패션 감각도 정상급, 퍼스트 레이디 셋  
미국 잡지 ‘베니티 페어’서 2010 세계 베스트 드레서로 꼽은 그녀들

미셸 오바마-서맨서 캐머런-카를라 브루니 사르코지. 미국-영국-프랑스의 퍼스트 레이디다. 이들은 최근 미국의 대중문화 잡지 ‘베니티 페어’가 꼽은 ‘2010 세계 베스트 드레서’에 이름을 올렸다. 퍼스트 레이디 세 명이 동시에 ‘패션 아이콘’으로 꼽힌 건 유례없는 일이다.

도대체 이들의 패션이 어떻기에 연예인이나 모델 등이 주류를 이룬 ‘패션리더’에 꼽혔는지 패션 전문가들과 함께 분석해 봤다.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이광희 디자이너, 조윤희 스타일리스트,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장이 이들 퍼스트 레이디의 패션코드에 참여했다.

글=이도은·이진주 기자·박혜린 대학생 인턴기자
사진=중앙포토

‘아메리칸 프런티어’ 미셸 오바마

화려한 프린트, 대담한 주얼리 … 당당함이 주는 매력

4월, 스페인 남부 마벨라를 방문했을 당시의 미셸 오바마여사. 큰 물방울 무늬가 그려진 원 오프 숄더 스타일 블라우스로 대담한 패션을 연출했다.
 
 
패션코드 스타일의 개척자. 가지보라·터키블루·형광노랑 등 선명한 색깔과 화려한 프린트, 대담한 주얼리를 거침없이 소화한다. 여기에다 우람한 팔뚝과 두꺼운 허리도 과감하게 드러내는 당당함이 돋보인다.

데님을 즐겨 입는 평소 차림은 ‘개척자 정신’으로 분석된다. 청바지라는 가장 미국적인 아이템을 갭이나 바나나 리퍼블릭 같은 자국의 캐주얼 브랜드에서 골라 입는 솜씨가 대단히 정치적이다. 또 신진·유색 인종 디자이너를 발굴해 오바마 정부가 추구하는 화합의 메시지를 널리 알리는 데도 선수다. 특히 대통령 취임식 파티에서 입었던 흰 드레스와 패션지 ‘보그’의 표지를 장식한 자주색 원피스를 만든 대만 출신 디자이너 제이슨 우는 영부인 덕에 스타가 됐다. 뉴욕타임스는 우를 다루면서 ‘영부인 덕분에 패션벨트 위에 올라탔다’고 지적했다.

그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건 ‘당당함’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복장연구소의 앤드루 볼턴 큐레이터는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여사를 남다르게 보이게 하는 건, 좀 작은 듯한 원피스를 입고 있을 때조차 무엇을 입고 있는지 잊게 만드는 당당한 몸”이라고 설명했다. 강진주 소장도 “신체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주눅들지 않는 당당함과 그 속에서 우러나오는 품격이 매력”이라고 분석했다.

일부에선 너무 강한 색의 옷을 입어 우아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하나 오히려 점잖게 차려입겠다고 아래위를 모두 검은색으로 입을 때가 더 문제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피부색에 비해 너무 칙칙해 보이기 때문이다.

‘프렌치 엘레강스’ 카를라 브루니 사르코지

현모양처룩 … 타고난 몸매·감각으로 ‘옷발’ 살려

패션코드 다소 시대착오적인 지루한 패션조차 빛나 보이게 하는 타고난 몸매와 훈련된 패션 감각.

브루니가 고르는 옷들은 ‘절제된 우아함’을 표현하기 위한 전형적인 현모양처형 룩이다. 똑 떨어지는 재킷에 스커트는 종아리 절반을 가리고, 색상도 회색·베이지색 등 눈에 띄지 않는 기본만을 고르기 때문. 브로치·코르사주조차 거의 하지 않고, 키 작은 남편을 배려해 단화를 신는다. “이브 생로랑·크리스티앙 디오르의 프렌치룩 중에서도 가장 클래식한 옷의 화보를 찍는 것 같다”는 평이다.

다른 평범한 부인들이 입었으면 지루해 보였을 옷들만 고르고 있는 것이다. ‘수퍼모델 경력이 오히려 콤플렉스로 작용한 듯해 안타깝다’는 의견도 많다. 이광희 디자이너는 “연예인 이미지를 벗고 귀족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려 노력하는 것 같지만, 억지로 끼를 억눌러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했다. 강 소장은 “화려한 ‘양(陽)’의 이미지를 살리지 못하고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음(陰)’의 옷을 입어 촌스럽게 느껴진다”고 혹평했다.

하지만 이런 평범한 스타일도 끝내 ‘옷발’을 살리는 타고난 몸매와 감각은 숨기기 어려운 법이다. 불혹을 넘긴 나이지만 새틴·저지 소재 드레스를 입으면 탄탄한 몸의 굴곡이 느껴지고, 리본 벨트나 러플 블라우스 같은 소녀 스타일도 제법 어울린다. 조윤희 대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하거나 시대착오적인 1960년대 스튜어디스룩을 선보일 땐 가슴이 답답하다”며 “조금만 본색을 살리면 패션사에 길이 남을 영부인이 될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6월 영국 방문 당시의 카를라브루니 사르코지 여사. 별다른 장식 없이 베이지색 원피스에 오픈 토 슈즈를 매치했다(左). 브루니 여사 방문 당시 서맨서 캐머런 여사의 의상. 임부복 위에 가는 벨트를 둘러 모던한 D라인룩을 연출했다(右).
 
‘브리티시 모던시크’ 서맨서 캐머런

발목에 고래 타투, 컨버스 운동화 … 보헤미안적 감성 드러내

패션코드 뉴욕의 커리어우먼과 같은 도회적 스타일에 영국 특유의 보헤미안적 감성을 섞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는 기품.

다음 달 넷째 아이를 출산할 예정인 그는 펑퍼짐한 임부복이 아닌 시폰 등 몸매를 드러내는 소재를 거리낌 없이 소화한다. 볼록한 배를 그대로 드러내는 ‘도회적 D라인’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고 있다. 실크 원피스에 백금 링 귀고리, 펜던트 목걸이 등 심플한 액세서리를 주로 하고, 회색·베이지색·파란색 계열을 선택해 모던하고 고급스럽게 연출하는 등 전형적인 영국 귀족 스타일을 따른다. 그 러면서도 발목에 돌고래 타투를 하고, 컨버스 운동화를 신는 등 보헤미안적 감성을 드러낸다. 거기에 대중 브랜드의 옷을 적절하게 섞어 입는 서민적 정서를 보여줌으로써 ‘한 끗’을 더한다.

옥에 티라면 때로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심심하다는 것. 액세서리나 헤어스타일 등에 과감한 변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중앙일보] 기사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이진주 기자 [meganews@joongang.co.kr] 
2010.08.11 00:01 입력 / 2010.08.11 00:01 수정